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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장 ㅣ 미쓰다 신조 작가 시리즈 3
미쓰다 신조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을 다 보고 바로 쓰기가 귀찮아서 조금 잤다. 잠깐만 자고 일어나려 했는데 자다 깨다 하다보니 두세시간이 다 가 버렸다. 꿈이었는지 그저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는데 이 책 이야기를 썼다. 그래서 내 마음은 가벼웠는데, 일어나 보니 아니었다. 아직 쓰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아쉬웠다. 어딘가 이곳이 아닌 다른 세계에 사는 내가 그걸 쓴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내가 어떤 것을 하느냐에 따라 그걸 하는 나와 하지 않는 나로 나뉠까. 이건 그저 상상일 뿐이겠지. 내가 무서운 이야기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런 거 보고 무서울 때도 있지만 별 느낌 없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내가 감정을 잘 못 느끼나 한다. 어쩌면 이 책에 푹 빠지지 못했을지도. 언제는 푹 빠졌나.
미쓰다 신조 책을 많이 보지는 않았다. 내가 본 것도 작가 시리즈였던 것 같은데. 그렇다고 그게 다 이어지는 건 아니다. 이번 건 《사관장》과 《백사당》으로 두권이다. 《사관장》만 봐서 이게 뭐지 했나 보다. 햐쿠미 미노부가 어릴 때 햐쿠미 집안에서 겪은 일과 서른해쯤이 지나고 다시 햐쿠미 집안으로 돌아가서 겪는 일을 말한다. 햐쿠미라는 이름을 한자로 쓰면 百巳(백사)다. 여기에는 햐쿠미 집안에서 장송백의례에서 탕관(시신 몸을 씻는 일)을 하는 백사당이 나온다. 햐쿠미 집안에는 무슨 이야기가 있는 듯하다. 그 일 때문에 집안 사람이 죽으면 장송백의례를 하는 것 같다. 죽은 사람이 마물이 되지 않게 하려고. 미노부는 어렸을 때 우연히 간 백사당에서 무언가를 만났다. 미노부는 그것을 ‘그것’이라 했다. 그것한테 쫓길 때 햐쿠미 집안에서 미노부를 반겨준 다미가 미노부를 구했다. 그리고 서른해쯤이 지나고 미노부가 새어머니 탕관을 마치고 또 무언가 나타났는데 그때도 다미가 미노부를 구하고 죽었다.
미노부는 어린 시절 기억을 잊은 듯하다. 햐쿠미 집안에서 지낼 무렵 일이다. 그곳에서 지낸 건 그리 길지 않았다. 미노부 아버지는 햐쿠미 집안을 뛰쳐나가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미노부가 생겼다. 미노부는 다섯살 전 일은 거의 생각나지 않는다고 하고(이건 보통 그렇지 않나. 아기였을 때를 기억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햐쿠미 집안에 왔을 때부터 겪은 일이 선명하다고 했다. 새어머니와 할머니는 어쩐지 이상하다. 아니 햐쿠미 집안 사람(고모나 삼촌)은 다 미노부가 첩 아들이라고 차갑게 대했다. 미노부도 다른 사람한테는 별로 관심 갖지 않았다. 집안 유모인 다미 할멈은 미노부를 보고 따듯하게 웃었다. 앞에서 말한 다미가 바로 이 다미다. 이 소설에 나오는 시대가 언젠지 잘 모르겠는데, 그것과 상관없이 시골이어서 옛날 관습이 남아 있는 건지도. 햐쿠미 집안은 그곳에서 좋은 자리에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학교 아이들이 미노부와 잘 지내려 한 걸 보면 말이다. 하지만 가장 낮은 집안 아이도 있었다. 스나가와다. 미노부는 여름방학 때 아이들과 올라가면 안 되는 도도산에 가기로 하지만 할머니가 죽어서 가지 못한다. 그 뒤 다른 아이들이 어떻게 됐는지 나오지 않았는데 죽은 듯하다. 다음 책에 이 이야기가 나올까.
할머니가 죽고 장송백의례에서 탕관을 백사당에서 했는데, 이튿날 아버지가 사라졌다. 백사당은 밖에서 잠겨 있어서 누가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아버지는 거기서 나올 수 없었다. 시간이 많이 흐르고 새어머니가 죽는다. 새어머니 몸이 안 좋다는 말을 듣고 미노부가 오랜만에 햐쿠미 집안에 돌아오고 얼마 뒤다. 새어머니 탕관은 미노부가 해야 했다. 다미가 그것을 차례대로 하면 된다고 했는데 미노부가 뭔가 잘못했을까. 새어머니 시신은 사라지고 다미는 죽는다. 다미는 미노부를 구하고 힘이 다한 거겠지. 여기에서는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그것’은 뱀 같은 걸까. 미노부는 어렸을 때 백사당에서 그것과 마주한 적이 있다. 그리고 혼자 도도산에도 가고 거기에서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건 잊어버렸나 보다. 아니 무척 무서워서 기억하지 않으려 한 것일지도.
어둠이나 이상한 분위기 감금방 사당 같은 것 때문에 무서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것’은 대체 무엇이고, ‘그것’이 왜 나타나게 됐는지 《백사당》에 나올지. 지금은 괜찮지만 어느 날 문득 이 이야기가 떠오르면 소름이 돋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모습인지 잘 모르겠다. 형태가 없으면 더 무섭다고 하던데. 다음 권 보면 좀 무서울까. 예전에 본 《노조키메》가 조금 생각나기도 한다. 무서운 건 전염되는 건지. 《링》은 그런 걸 말하기도 하던데(책 읽지 않고 일본영화도 못 봤다. 한국 영화 딱 한번 스치듯 봤다). 무서운 이야기를 하거나 무서운 걸 보면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 말이다. 다음에 그런 것이 나오는 듯하다. 무서운 일에는 왜 일어나는지 알 수 없는 것도 있겠지. 그런 게 무서운 거구나.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