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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모으는 소녀, 고래를 쫓는 소년 ㅣ 블랙홀 청소년 문고 8
왕수펀 지음, 조윤진 옮김 / 블랙홀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보고 아주 잠깐 제가 중학생일 때를 생각해 봤어요. 마음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지만, 어렸다는 생각은 듭니다. 사람도 잘 몰랐고 세상도 잘 몰랐어요. 아직도 잘 모릅니다. 사람은 거의 그렇겠습니다. 모든 사람이 그런 건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이 세상에 오고 가장 먼저 만나는 세계에는 부모가 있고 자라면서 조금씩 자신의 세계를 넓혀가지요. 지금 이런 생각을 하지만 초등학생, 중학생 때는 못했습니다. 이런 걸 보면 제가 그때보다 조금 자란 거겠지요. 하지만 전 아주 넓은 세상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세상으로 나가는 걸 그만뒀다고 해야겠네요. 바깥은 무서워요. 그동안 살았기에 그걸 알았군요. 그리 좋은 건 아니겠지요. 바깥이 무섭기는 해도 잘 보면 좋은 것도 많습니다. 저도 그걸 아주 모르지 않지만, 마음을 먹고 그러려고 하면 그리 좋지 않더군요. 그런 일을 되풀이하다보니 차라리 관심 갖지 않는 게 낫겠다가 됐습니다. 이런 마음도 별로일지도.
진짜 세상에는 나가지 못해도 책속 세상이라도 만납니다. 저랑은 많이 다르더군요. 아니 아주 조금 비슷한 것도 있지만 다른 게 더 많습니다. 여기 나오는 두 사람은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예요. 장칭은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했어요. 라오따이(본래 이름은 따이리더인데 장칭은 라오따이라고 해요)는 보통이었어요. 이야기는 장칭과 라오따이가 저마다 해요. 장칭 마음과 라오따이 마음을 더 잘 알 수 있어요. 장칭과 라오따이는 서로의 마음이나 서로한테 일어나는 일은 모르지만, 어떤 일은 남한테 쉽게 말할 수 없기도 하지요. 자기 이야기를 다 말하지 못해도 서로가 있어서 괜찮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두 사람이 아주 친하거나 서로의 마음을 다 안 건 아니지만. 그저 친구로는 괜찮게 지냈습니다. 장칭은 반에서 잘생긴 남자아이한테 그림과 편지를 주고 창피를 당한 뒤로 뒷자리에 앉은 라오따이를 다시 보게 됩니다. 라오따이는 장칭을 처음 봤을 때부터 관심을 가졌어요.
장칭은 중학생이 끝나갈 때쯤에야 조금 괜찮아집니다. 힘든 일이 일어나서 마음이 자랐다고 해야겠네요. 장칭은 어렸을 때는 얼굴이 예쁜 게 좋다 여기고 큰고모는 못생겨서 남자가 좋아하지 않는다 생각했어요. 그런 말할 때는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했는데, 어릴 때는 그럴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장칭이 중학교 3학년 때 엄마가 아버지와 일하던 남자와 집을 나가요. 엄마는 시골에서 가구점 안주인으로 살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도 아버지는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듯합니다. 장칭 엄마는 돌아올지. 라오따이한테는 누나가 있어요. 엄마는 아이들보다 아버지를 더 챙겼어요. 누나가 엄마 대신 라오따이를 많이 돌봤습니다. 라오따이가 장칭을 좋아하게 된 건 누나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누나와 장칭은 조금 비슷해요. 공부를 잘한다는 게. 라오따이 누나는 친구는 한사람이면 된다 했는데 친구가 없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누나는 라오따이가 있어서 괜찮았다고 했답니다.
세해는 길까요, 짧을까요. 길기도 하고 짧기도 하겠지요. 장칭 엄마가 집을 나가 장칭이 쓸쓸할 때 라오따이는 미국으로 이민간다고 해요. 장칭이 지도를 좋아하는 것과 라오따이가 고래를 좋아한다는 걸 말하지 않았네요. 라오따이는 장칭이 지도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이 세상에 없는 곳 지도를 그려서 장칭한데 줘요. 그런 지도 보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라오따이는 장칭을 가장 먼저 생각하겠다는 말도 해요. 누군가 자신을 가장 먼저 생각하겠다고 하면 기분이 어떨지. 장칭도 엄마가 집을 떠났을 때 라오따이를 가장 먼저 생각했지만 그 말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은 열해가 흘렀습니다.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두 사람은 정말 만났을까요.
현실에도 한사람을 오래 생각하고 언젠가 만나기를 바라는 사람 있겠지요. 그런 거 책속에만 있는 이야기가 아니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 예전에 그런 친구 있었지 하는 것도 괜찮지만. 인연이 닿아 두 사람이 만난다면 더 좋겠습니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