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두운 방 욀란드의 사계 시리즈
요한 테오린 지음, 권도희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겨울을 많이 느꼈다. 우울한 겨울. 책속 배경이 겨울이고 스웨덴 섬 욀란드다. 스웨덴에도 섬이 있구나 했다. 스웨덴을 잘 아는 것도 아닌데 그런 생각을 했다. 바다로 둘러싸인 섬은 잠시 쉬기에는 좋아도 오래 살기에는 안 좋을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지금은 아주 옛날보다는 섬도 살기에 괜찮겠지. 그래도 욀란드에는 별장이 많았다. 사람들은 여름에 한동안 별장에서 지내고 겨울에는 비워두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곳이 있으면 안 좋은 마음을 먹는 사람도 있겠지. 남의 것이다 생각하면 참 좋을 텐데, 세상에는 남의 것을 쉽게 가지려는 사람도 있다. 쉽게 돈을 벌고 싶거나 무언가 자극을 바라설지도. 그런 것도 약과 같을지도 모르겠다.

 

 스톡홀름에 살던 요아킴 베스틴은 욀란드에 있는 큰집 엘포인트를 사고 그곳으로 이사한다. 커다란 집을 엘포인트라고 하는데 엘포인트는 지역 이름이기도 하다. 요아킴은 아내 카트리네와 딸 리비아 그리고 아들 가브리엘보다 나중에 엘포인트로 온다. 하던 일을 바로 정리하지 못해서였다. 그런데 아내 카트리네가 등대가 있는 곳에서 바다에 빠져 죽는다. 경찰은 처음에 바다에 빠져 죽은 사람이 리비아라고 했다. 요아킴은 스톡홀름에서 차를 타고 돌아오면서 카트리네를 어떻게 위로할까 생각한다. 그때 난 조금 이상했다. 딸이 죽었는데 그렇게 침착하다니, 왜 그랬는지 나중에 알았다. 그렇다고 요아킴이 리비아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었다. 요아킴은 엘포인트에서 조금 떨어진 이웃집으로 가서 리비아가 아닌 카트리네가 죽었다는 걸 알고 무척 슬퍼한다. 카트리네는 사고로 죽은 건지 누군가 죽인 건지 알 수 없었다.

 

 얼마전에는 요아킴 누나 에텔이 물에 빠져 죽었다. 요아킴은 에텔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나중에 경찰인 틸다 다비손 작은할아버지 옐로프를 만나고 자기 마음을 말한다. 요아킴이 스톡홀름을 떠나 엘포인트로 온 건 누나가 죽어서였다. 에텔은 마약중독자였다. 요아킴은 에텔이 마약 때문에 물에 빠져 죽었다고 여겼다. 약을 하면 정신이 없어서 그런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겠지. 술을 먹고 이상해지는 사람도 많은데. 요아킴과 카트리네 딸이라고 하는 리비아는 에텔 딸이었다. 에텔이 마약을 찾고 자기 앞가림을 못했지만 딸을 되찾고 싶어했다. 요아킴과 카트리네는 에텔이 리비아를 제대로 기르지 못하리라 여기고 두 사람 딸로 입양했다. 리비아는 그걸 모르는 것 같다. 그런 걸 왜 숨겼을까 했다. 안 좋은 건 다 숨겨야 할까. 모르겠다.

 

 엘포인트에서는 사람이 많이 죽었다. 그런 말이 있어서 으스스한 느낌이 들지만, 그런 일은 어느 집에서나 일어난다. 유령 이야기도 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이야기로만 흐르는 것 같았다. 중요한 건 빨리 말하지 않고 말이다. 그리고 어떤 건 진짜가 아니기도 했다. 일기다. 카트리네 엄마 미리아가 쓴 일기. 모두 거짓말은 아니겠지만 거기에는 거짓말도 있었던 것 같다. 이렇게 말하다니.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숨은 기도실, 죽은 사람 이름이 적힌 외양간 다락방 그리고 유령. 유령(귀신)이 아주 없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믿는 사람한테는 보일까. 눈보라가 불어닥친 성탄이브에 엘포인트 숨은 방 기도실에 유령이 모였을까. 그런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닐지도. 기도실은 죽은 사람을 기억하는 곳이었다.

 

 늦었다. 무엇이 늦었냐고. 요아킴이 에텔을 생각하는 것이. 왜 에텔이 물에 빠져 죽었을 때 생각하지 않았을까. 형제라 해도 사라지기를 바라거나 죽기를 바라기도 할 거다. 요아킴은 에텔이 죽어서 마음 편했을까. 아니 그건 카트리네였던가. 그래서 카트리네는 그렇게 된 걸까. 카트리네와 요아킴은 말하지 않았다, 에텔을. 말했다면 좋았을 텐데, 서로 다른 죄책감이 있어서였을지도. 집안에 문제를 일으키는 형제가 있으면 그리 좋지는 않을 거다. 그런 때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많이 생각하는 건 안 보는 거겠지. 만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에텔은 그럴 수 없지 않나 싶다. 리비아 엄마니까. 에텔이 리비아를 아주 잠깐이라도 만나게 해줬다면 좋았을 텐데. 이 생각은 내가 요아킴이 아니어서 할 수 있는 건지도. 가까운 사람이라 해도 다른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그런 어두운 마음이 생기지 않으면 좋을 텐데. 사람은 누구나 어둠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지 않으려고 발버둥쳐야 한다. 남의 이야기여서 이렇게 하는 건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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