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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맑건만 ㅣ 소설의 첫 만남 11
현덕 지음, 이지연 그림 / 창비 / 2018년 7월
평점 :
어렸을 때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나중에 거스름돈을 더 받았다는 걸 알고 조금 좋아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고는 기분이 안 좋았다. 그때는 돈을 돌려주러 가지 못했다. 이제는 가끔 돈을 더 남겨주면 바로 돌려준다. 얼마전에 우표를 샀더니, 또 돈을 적게 말했다.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이 아니어서 계산을 잘못했겠지. 말한 돈만 낼까 하는 생각을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어쩐지 잘못한 느낌이 드는데, 거스름돈을 더 받으면 더 잘못한 것 같을 거다. 거스름돈을 더 많이 준 걸 알면 바로 돌려주는 게 낫다.
문기는 숙모 심부름으로 고기를 사러 갔다. 고기를 받고 돈을 냈는데 주인이 문기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거스름돈을 많이 남겨주었다. 문기는 어리둥절하게 서 있다 사람들한테 밀려 뒷줄로 나왔다. 문기가 집으로 가다가 수만이를 만나고 그 말을 했더니, 수만이는 잔돈만 숙모한테 주고 아무 말 없으면 다시 밖으로 나오라고 했다. 수만이는 문기와 아주 친한 친구는 아닌 듯하다. 문기가 잔돈을 숙모한테 주니 숙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문기는 수만이 말대로 나머지 구원을 가지고 밖으로 나갔다. 이 이야기 배경은 1900년대다. 그래서 십원이 아주 큰돈이다. 숙모는 문기한테 고기를 사 오라고 일원을 주었는데 고깃집 주인은 그걸 십원으로 보았나 보다. 십원과 일원짜리 잘못 볼 수도 있을까. 본 적 없어서 어떨지 모르겠다. 지금은 오만원을 오천원짜리로 잘못 보기도 한단다. 밝은 데서 보면 그러지 않겠지만 어두운 데서 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
수만이는 문기한테 돈을 쓰자고 한다. 문기는 그 말을 듣고 그건 수만이가 하자고 한 거니 자기는 잘못이 없다 생각한다. 문기는 몇살이나 됐을까. 몇살이기에 이런 생각을. 다른 사람이 하자고 한 거니 자기한테는 잘못이 없다 여기다니. 어쩌면 나도 그런 식으로 생각한 적 있을지도, 지금은 제대로 생각한다. 여전히 잘못 생각하는 적도 있겠다. 어린이는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배우는 거겠지. 그때 잘못 배우면 안 좋은 길로 갈지도. 문기는 돈으로 공, 만년필, 쌍안경, 만화책을 사고 활동사진을 보러 갔다. 공이나 쌍안경을 삼촌이 보고 문기한테 어디서 난 거냐 하니 문기는 수만이가 주었다고 거짓말한다. 문기는 거짓말한 게 안 좋아서 공과 쌍안경을 버리고 남은 돈은 종이에 싸서 고깃집 마당에 던져넣었다. 그렇게 해서 마음이 조금 편해졌는데 수만이가 나타나서 환등틀을 사러가자고 한다. 문기가 이제 돈이 없다고 하자 수만이는 문기를 괴롭혔다. 문기는 그걸 견디지 못하고 숙모 돈을 몰래 가지고 가서 수만이한테 준다. 숙모는 그걸 다른 아이가 가져갔다 여겼다. 문기는 마음이 더 안 좋았다.
학교에서 도덕시간에 정직을 배운 문기는 자신이 한 거짓말에 짓눌려 몸이 아팠다. 병원에서 깨어난 문기는 삼촌한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모두 말한다. 이제 문기 마음은 아주 시원하겠다. 거짓말은 한번 하면 자꾸 해야 한다. 어릴 때는 그런 게 무척 괴롭겠지. 문기 때문에 혼난 아이한테는 미안했을 거다. 여기에는 <고구마>라는 이야기가 한편 더 있다. 얇은 책인데 두편이라니. 고구마는 농업 실습에 심은 고구마를 누군가 조금 캐가서, 아이들은 집이 가난한 수만이가 캐갔다 생각했다. 기수만은 수만이 그럴 리 없다고 말하지만, 곧 기수도 수만이를 의심한다. 수만이 바지 주머니에 든 건 고구마가 아닌 눌은밥이었다.
첫번째 이야기도 슬프고 두번째 이야기는 더 슬프게 보인다. 그냥. 가난이 부끄러운 건 아니지만. 예전에는 비슷하게 가난했지만, 부모가 없거나 부모에서 한사람이 없는 아이도 있었다. 그래도 서로를 생각했을 거다. 지금이라고 그런 마음이 없지 않겠지. 가난하다고 남의 것을 훔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친구는 끝까지 믿기를 바란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