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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 ㅣ 오늘의 젊은 작가 13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6년 10월
평점 :
이 책이 나왔을 때 이야기가 많았는데 그때 만나지 못하고 시간이 조금 지난 뒤에 만났어. 지금이라고 지난 이야기는 아닐 듯해. 그리고 82년생이 아니어도 자기 이야기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 난 많이는 아니고 조금. 그건 내가 경험이 별로 없어서.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여자로 사는 건 쉽지 않겠지. 한국이 아니어도 다르지 않겠지만 한국이 더 힘들 것 같기도 해. 중국이나 일본도 만만하지 않고. 서양도 다를 것 없겠어. 어디든 여자와 아이는 사람보다 재산에 들어가기도 했으니. 어쩌다가 그렇게 된 걸까. 아주 오래 전부터 그랬기 때문에 지금도 그런 게 사라지지 않은 거겠지. 종교라는 것에도 가부장제가 드러난다고 하던데, 맞는 말이야. 남자는 신이 흙으로 만들고 여자는 남자 갈비뼈로 만들었다는 말이 있잖아. 그것부터 잘못됐군. 아주 오래된 거고 그걸 그대로 받아들여서 이제는 바꾸기 어려울지도. 바꿀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떻게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어.
종교를 생각하니 역사책을 쓴 게 거의 남자라는 생각이 드는군. 그러니 남자 중심으로 썼겠지. 예수 제자는 왜 남자밖에 없을까. 그리스 철학자에 여자는 없었을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다니. 집안 일은 거의 여자가 해야 한다고도 생각하지, 여자가 바깥에서 일을 해도 집안 일을 해야 해. 그건 좀 아닌데. 아이는 여자 혼자 낳는 것도 아닌데 아이 기르기도 거의 여자, 엄마가 해야 해. 이게 끊이지 않는 건 아이가 그런 부모를 보고 자라서가 아닐까. 아버지는 집에서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늘 엄마만 밥을 차리고 청소 빨래를 하는 모습을 봐서. 딸은 집안 일하는 엄마를 봐서 시키지 않아도 집안 일을 하고 아들은 아버지가 아무것도 안 하는 모습을 봐서 아무것도 안 하는 거지. 많은 집이 그런 식이 아닐까 싶어. 아버지가 집안 일을 하는 집이 아주 없는 건 아니겠지만. 엄마가 아들한테도 여러 가지 일을 시키면 나중에도 할까. 딸이었던 사람이 아들 가진 엄마가 되면 달라지기도 한다니. 왜 그렇게 되는 건지.
내가 잘 알고 말하는 건 아닐지도 몰라. 그렇겠지. 나도 지금까지 보고 들은 것에 의문을 별로 가지지 않았어. 왜 남자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는 1이고 학교에서 번호는 남자가 앞인지 같은 거. 김지영이 초등학생 때 남자아이한테 괴롭힘 당한 모습을 보니 나도 괴롭힘 당한 게 생각났어. 그때 정말 싫었는데. 그래도 난 김지영한테 그 애가 널 좋아해서 괴롭히는 거니 친하게 지내라는 말을 한 선생님은 없어서 다행이야. 선생님은 김지영을 괴롭히는 남자아이한테 말해야 했던 거 아닐까. 좋아한다면 그렇게 괴롭히는 거 아니다고. 지금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남자아이가 그럴 수도 있지 한 듯해. 난 여러 사람과 뭔가 먹으러 간 적이 많지 않은데 그런 데 가면 숟가락 젓가락을 챙기는 아이가 있어서 난 저런 거 못하는데 하는 생각을 했어. 지금 생각하니 그때 난 여자가 그런 걸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가 봐. 이제야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았어. 숟가락 젓가락은 스스로 챙겨야지. 그런 거 잘 못하는 게 나았던 것 같아. 안 해도 된다 생각했다면 더 좋았을걸.
이 소설 처음에는 소설보다 기사처럼 보였어. 일부러 그런 식으로 쓴 거겠지. 김지영 엄마는 집안 오빠 때문에 어릴 때부터 일을 했어. 옛날에는 그런 사람이 많았지. 오빠나 남동생은 공부하고 누나 여동생은 일한 거. 난 그런 일은 겪지 않아 다행이지만. 부모는 잘났든 못났든 딸보다 아들을 더 생각하는 것 같아. 그건 왜 그럴까. 김지영 할머니는 김지영과 김지영 언니가 남동생이 먹는 걸 못 먹게 했어. 엄마는 첫째 둘째 다 딸을 낳고 시어머니한테 미안하다고 해. 세번째는 또 딸이라는 말을 듣고 아이를 떼. 그때 아들이 아니어서 아이를 뗀 사람 많았겠지. 지금이라고 아주 없지 않을지도. 왜 남자는 파랑이고 여자는 분홍이지. 이것도 참 마음에 안 드네. 사람은 여자 남자로 자라는 것 같아. 여자는 남자는 하는 말이 많잖아. 그런 말을 듣고 자란다는 거야. 남자 여자 몸은 달라, 그렇다 해도 사람이라는 건 같은데. 여자 남자보다 먼저 사람이라는 걸 생각하면 좋겠어. 나도 여자라는 것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 듯해.
김지영이 결혼하고 아이 낳고 힘들기는 했지만 어쩐지 나보다 나아 보여. 이런 생각하면 안 될지도. 난 처음부터 해 보려고 하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야. 김지영은 일하려 했고 누군가를 사귀기도 했는데. 사람이 다 비슷한 길을 가야 하는 건 아니기는 해. 난 두려움이 컸군. 그리고 아주 멀어졌어. 이건 내가 그렇게 살기로 한 거니 받아들여야겠지. 가끔 내가 여자가 아닌 남자였다면 달랐을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모르겠어. 달랐을 수도 있고 다르지 않았을 수도 있겠지. 여자 남자로 나누기보다 먼저 같은 사람으로 서로 헤아리고 서로 돕고 살면 좋겠어.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