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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자기 여행 : 규슈 7대 조선 가마 편 ㅣ 일본 도자기 여행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1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에서 그릇으로 쓰는 것에는 어떤 게 많을까. 그것도 집집마다 다르겠지만 스테인레스나 유리로 만든 게 많지 않을까. 잘사는 집은 도자기 그릇을 쓸지. 어쩐지 그건 부잣집에서 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도자기는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도자기 그릇이어서 아주 비싼 것도 있겠지만 많이 만드는 건 비싸지 않을 것 같다. 예전에 한국에서는 놋쇠도 많이 썼다. 도자기 그릇을 아주 쓰지 않은 건 아닐 거다. 항아리는 한국에서 많은 사람이 썼지만 지금은 별로 안 쓸 것 같다. 냉장고 때문에. 그래도 여전히 장 담그는 곳에서는 항아리 쓰겠지. 항아리에 물을 담아도 괜찮을까.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다니. 도자기 만드는 사람이 나오는 소설도 있겠지만, 도자기와는 조금 다르면서도 비슷한 항아리를 생각하면 황순원 소설 <독 짓는 늙은이>가 떠오른다. 백자, 청자 구울 때 사람이 가마에 들어가는 이야기 있던가. 예전에 그런 거 본 것 같기도 하다.
일본은 임진왜란 정유재란을 일으키고 그때 아주 많은 조선 사기장을 끌고 갔다. 조선은 그걸 막지 못하다니. 그냥 어쩔 수 없다 여긴 걸까. 그때 일본은 전국시대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전국을 하나로 만들었다. 그 뒤에 명에 쳐들어가려고 조선을 지나가겠다고 한다. 조선이 그걸 받아들이지 않자 조선에 쳐들어오고 많은 사람을 죽였다. 정말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과 명을 다 차치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을까. 명을 넘어서까지 차지하려고 했던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그때 생각이 나중에 러일전쟁 청일전쟁 태평양 전쟁을 일으켰다. 일본이 섬나라여서 늘 넓은 땅을 바라는 것일지도. 이제는 어느 나라든 멋대로 쳐들어갈 수 없다. 이건 다행이다 싶다. 힘으로 땅을 빼앗는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다. 지금은 다른 건가. 문화, 기술, 산업(예술도 넣어야겠구나). 도자기도 거기에 들어가겠다.
조선에서는 도공을 잘 대우하지 않았다. 조선은 유교 사회로 계급이 있었다. 양반이 가장 위고 기술을 가진 사람을 가장 낮게 여겼던가. 조선시대에 도공을 잘 대했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이 일본으로 가지 않았을지도 모를 텐데. 억지로 끌려간 사람이 훨씬 많겠지. 그때 사람은 그것을 제대로 적지 않고 사기장이 길을 알려주거나 스스로 일본으로 갔다고 했다. 사기장 정보를 장군한테 말한 사람도 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조선으로 싸우러 간 장군한테 사기장을 끌고 오라고 했을까. 아니면 그때 다도가 널리 퍼져서 조선에 온 장군이 사기장을 일본으로 데리고 가면 괜찮겠다고 여겼을까. 도요토미 히데요시한테 잘 보이려고 한 사람도 있었겠지. 사기장뿐 아니라 양민도 끌고 갔단다. 임진왜란 정유재란을 그저 일본이 조선에 쳐들어온 걸로만 생각한 적도 있다. 학교 다닐 때 사기장 이야기 못 들어본 것 같다. 그때 내가 못 들은 것일 뿐일지도.
일본에 조선 사기장을 끌고 가고 잘 해주기는 했지만 달아나지 못하게 험한 곳에 살게 했다. 여기에서 가마나 가마터에 가는 방법도 말하는데 거의 가기 힘들다. 지금도 가기 힘들다니, 옛날에는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일본 사람의 차별도 있었다. 전쟁이 끝나고 조선통신사가 일본에 갔을 때 번주는 그걸 숨겼다. 조선으로 돌아오고 싶어한 사람도 있었는데. 조선에 오기보다 일본에 있는 게 낫다 여긴 사람도 많았다. 조선 사기장을 일본으로 끌고 가서 일본은 도자기를 아주 많이 만들고 수출도 하게 된다. 일본은 도자기를 생활에 많이 쓴다. 아리타 도자기. 조선 후기에는 일본 도자기가 조선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어쩌다 그런 일이. 전국시대에 일본 다도를 정립한 센노 리큐는 조선 막사발을 좋게 보았다. 일본에는 도자기를 만드는 사람이 얼마 없고 그리 잘 하지 못했다. 조선 사기장이 일본에 가서 일본 도자기 문화를 꽃피웠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삼평이나 백파선은 일본 백자를 만들었다. 이름이 남은 사람도 있지만 이름이 없고 일본 이름으로 고친 사람도 있다. 시간이 흐르고 조선 사람이다 말하는 게 힘들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조선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뿌리를 잊지 않으려는 거겠지. 그렇다 해도 그건 일본 도자기다. 조선 사기장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는 거겠지만. 여기에서는 도자기가 메이지 유신에 도움을 줬다고 한다. 그 말 맞는 것 같기도 하다. 도자기를 다른 나라에 팔고 무기를 사고 메이지 유신을 일으켰다고. 하지만 메이지 시대가 오고는 도자기 굽는 가마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려고 메이지 유신을 일으켰지만 그 뒤는 그리 좋지 않았구나. 그때 절도 많이 없앴다고 들었다.
오래전에 일어난 일이어서 되돌릴 수 없다. 아쉽지만 그런 일이 또 일어나게 하면 안 된다. 조선시대 사기장이 그대로 있었다면 우리나라 도자기도 많이 달랐을 텐데.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나라에서 도자기에 관심을 갖고 마음을 쓰면 좋겠다. 그러고 있겠지.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