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영화에는 마법소녀가 나오는 게 있다. 그런 거 지금도 있겠지. 마법을 쓰는 여자아이는 처음부터 그랬다기보다 누군가를 만난 다음에 마법을 썼던 것 같다. 마법을 쓰게 된 아이는 무슨 일을 했던가. 그건 생각나지 않는다. 사람을 도왔겠지. 마법은 그런 식으로 쓰고 마지막에는 세상을 구했던가.
다시 생각하니 누군가를 만나고 마법을 쓰는 이야기만 있었던 건 아니다. 그건 우리와 같은 세상에 사는 아이일 때였다. 내가 참 좋아한 마법소녀는 리나로 본래 제목은 <슬레이어즈>다. 리나는 착하고 얌전하고 귀여운 여자아이는 아니다. 제멋대로에 자신이 가장 잘났다고 여기는 아이다. 자신 넘치는 아이라 해야겠다. 리나가 사는 세상에는 마법사가 나온다. 내가 리나를 좋아한 건 나와 많이 달라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리나는 변신하지 않는구나.
지금 바로 떠오르는 마법소녀는 없다. 마법소녀는 무슨 일이 일어나면 변신을 한다. 그때 주문을 외우면 옷이 바뀌었다. 그런데 카드캡터 사쿠라(한국에서는 <카드캡터 체리>로 했다 한다)는 옷이 바뀌지 않고 갈아입었다. 난 카드캡터 사쿠라를 한국에서 방송해 줄 때 못 봤다. 그런데 이름은 알았다니 신기하네. 이름 어디서 들은 걸까. 어쨌든 사쿠라가 옷을 갈아입는 걸 보고 재미있게 생각했다. 변신하는 마법소녀는 옷이 늘 같은데 사쿠라는 옷이 다르다. 사쿠라 옷을 만드는 건 사쿠라와 가장 친한 친구면서 육촌인 다이도지 토모요다. 초등학생인데 옷을 아주 잘 만들었다. 두 사람 사이가 육촌이라는 건 만화영화 보다가 알았다. 사쿠라도 토모요가 친척인지 몰랐을 거다. 토모요는 알았을까. 그렇다 해도 그건 별로 마음 쓰지 않는다.
몇해 전에 내가 <카드캡터 사쿠라>를 본 건 우연이지만, 어쩌면 끌림의 법칙이 움직였던 건지도 모르겠다. 이걸 보기 전에 <츠바사 크로니클>이라는 걸 보았다. 거기에도 사쿠라가 나온다. 츠바사 크로니클을 본 다음에 카드캡터 사쿠라를 봤을 때 바로 알아본 건 아니다. 카드캡터 사쿠라에 샤오랑이 나왔을 때 츠바사 크로니클에서 봤는데 했다. 그래서 두 가지가 아주 다르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그렇다 해도 이야기는 다르고 사는 세계도 다르다. 난 츠바사 크로니클에 나오는 사쿠라보다 카드캡터 사쿠라에 나오는 사쿠라가 더 좋다. 둘이 아주 다른 사람도 아닌데 그러다니. 어쩌면 츠바사 크로니클에 나오는 사쿠라가 자기도 모르게 샤오랑 마음을 아프게 해설지도. 기억을 잊고 다시 찾을 때 샤오랑 기억만 돌아오지 않는 건 사쿠라 잘못이 아닌데.
카드캡터 사쿠라는 클램프가 만든 만화로 제목 그대로 카드를 모으는 이야기다. 그것도 사쿠라가 흩어지게 한 카드다. 우연히 그렇게 된 거지만, 그건 우연이 아니었다. 그 일이 일어나게 만든 사람이 있었다. 샤오랑은 홍콩에서 사쿠라가 흩어지게 한 카드를 찾으려고 일본으로 왔다. 처음에 둘은 경쟁하는 사이였다. 아니 이건 샤오랑만 그렇게 생각했구나. 사쿠라가 흩어지게 한 카드는 샤오랑 집안 사람이 만든 거고 그걸 찾으면 마력이 올라갔다. 샤오랑은 처음에는 마력에만 마음을 썼는데 사쿠라가 여러 사람 마음을 살피는 걸 보고 그걸 좋게 여긴다.
올해(2018) 카드캡터 사쿠라 새로운 이야기를 보았다. 예전에는 초등학생 4학년에서 5학년이었는데, 스무해가 지나고(카드캡터 사쿠라가 나오고 스무해가 지났다고 한다) 중학생이 됐다. 사쿠라는 스무해 지날 동안 겨우 중학생이 되다니. 하지만 사쿠라가 사는 세상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그런 거 재미있기는 하다. 또 많이 달라진 건 사쿠라와 샤오랑 사이다. 예전에 서로 좋아한다고 말하고(제대로 말 안 했던가, 극장판에서 했다) 그걸로 끝이었는데 중학생이 된 모습도 괜찮았다. 샤오랑이 무언가를 알아서 가끔 괴로운 얼굴을 하기도 하는데 그건 대체 뭘까. 그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 일이 사쿠라와 샤오랑을 많이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