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 내 안의 빛이 되어준 말들의 추억 월간 정여울
정여울 지음 / 천년의상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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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지 모르겠지만 월간 정여울이라는 걸 알고 혼자서 거기에 글을 쓰다니 대단하다 생각했다. 열두달 한다고 했나. 내가 만난 건 여섯번째로 ‘반짝반짝 - 내 안의 빛이 되어준 말들 추억’이다. 이런 말을 보고 나도 뭔가 떠올릴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그런 건 없다. 아니 그때는 내게 빛이 됐지만 시간이 흐르고 내가 잊은 걸지도. 책을 읽고 마음에 드는 구절을 적어둔 적도 얼마 없고 그걸 자주 보지 않았다. 시를 적어둔 적은 있구나. 그건 어쩌다 한번 본 것 같기도 한데. 어릴 때 책을 안 봐서 더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책이 아닌 누군가한테 들은 말은 뭐 없을까, 없다. 정여울은 글을 열심히 써서 냈더니, 교수님이 그 글이 무척 눈부셨다고 했단다. 작가 가운데는 선생님 칭찬을 듣고 된 사람도 있다. 지금 생각하니 내가 학교에 다니면서 따로 글을 쓸 일이 있었나 싶다.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니 글로 칭찬 들을 일도 없었구나. 그게 아니어도 선생님한테 칭찬 들은 적 없다. 학교에는 있는 듯 없는 듯 다녔다.

 

 지금 내가 사는 것도 학교 다닐 때나 다르지 않다. 있는 듯 없는 듯 살아가기. 그래도 가끔 나한테도 뭔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뭔가는 뭔지. 나도 남한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있구나. 그런 마음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자기 중심을 잘 잡아야겠다. 정여울은 삶의 중심을 자기 안에서 찾게 해준 게 인문학이라 한다. 지금 아주 사라진 건 아닐 텐데 어쩐지 요새는 인문학이라는 말 별로 들리지 않는 것 같다(내가 못 듣는 것뿐일지도). 지금은 무엇으로 옮겨갔을까. 페미니즘, 미투운동.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런 것도 인문학일지도. 내가 정보를 얻는 곳은 라디오 방송이나 인터넷 책방이나 책이다. 열심히 찾는 것도 아니고 들리면 듣고 새로 나온 책 이야기가 보이면 볼 뿐이다. 게으르구나. 난 시대의 흐름에 잘 따라가지 못한다. 모두가 시대의 흐름을 잘 따라가야 하는 건 아닌 듯하다. 인문학도 그런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여기에서는 소설 이야기도 한다. 평범하게 살기 어렵게 된 에이미가 나오는 길리언 플린 소설 《나를 찾아줘》. 식구와도 거리 조절을 잘 해야 한다고 말하는 《길버트 그레이프》(피터 헤지스). 유색인 가정부가 용기를 내서 자기들 이야기를 하고 백인으로 작가가 되려는 스키터와 우정을 나누는 《헬프》(캐스린 스토깃). 세 소설 공통점이 있다. 다 영화로 만들었다는 거다. 책뿐 아니라 영화 이야기도 하는구나. 지난해부터 지금까지도 말하는 《82년생 김지영》(조남주)도 있다. 루쉰이나 신영복도. 정여울이 말하는 책을 봐도 괜찮겠다. 이렇게 말하고 난 안 볼지도 모르겠다. 난 언제나 책은 볼 수 있으면 보고 못 보면 어쩔 수 없다 생각한다. 앞에서 말한 세권에서 두권은 보았다. <길버트 그레이프>는 예전에 영화 한번 봤다. 예전에 봐서 거의 잊어버렸지만. 어떤 거든 책처럼 볼 수 있으면 보고 못 보면 말지 생각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아직 욕심이나 미련을 가진 게 있는 듯하다. 거기에서 벗어나려면 책을 보면 될까.

 

 요새 많이 쓰는 말이 있다고 하는데 왜 그런 말을 쓰는 걸까. 난 그 말 쓰는 것도 싫어서 못 쓰겠다. 그 말은 무척 싫어하고 미워한다는 뜻이다. 말은 부드럽게 쓰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말이든 글로 쓰는 말이든. 하지만 부드럽게 고치고 진짜 뜻을 숨기는 말도 있다. 그런 말은 잘 알아봐야 한다.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은 아니겠지. 어떤 말은 들으면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실제 들은 것이라기보다 소설에서 본 말일지도). 책을 읽든 읽지 않든 스스로 생각하는 버릇은 들여야 한다. 난 어렸을 때는 다른 생각 별로 못했다. 책을 읽고 조금 생각하게 된 듯도 하다. 아니 책을 읽은 다음 생각해서구나. 쓰는 게 생각하는 거다. 그런 시간이 아주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다고 본다. 쓰지 않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해도 괜찮다. 요새는 그런 모임도 있구나.

 

 달마다 화가 한사람 그림을 책에 싣기도 하는가 보다. 이번에는 프란츠 마르크다. 글도 보고 그림도 봐서 좋다. 프란츠 마르크 이름 처음 들은 것 같다. 한번쯤 들었지만 잊은 걸지도. 프란츠 마르크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았지만, 프란츠 마르크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찾고 그걸 했다고 한다. 그게 바로 그림이다. 화가, 작가에는 그런 사람 많겠다. 꼭 누가 자신을 칭찬하지 않아도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는 용기 대단하다. 정여울도 그런 사람인 듯하다. 월간 정여울을 쓰는 걸 보니. 열두번째까지 즐겁게 쓰기를 바란다. 난 무엇이든 천천히 할까 한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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