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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수학 ㅣ 탐 청소년 문학 20
오조 유키 지음, 고향옥 옮김 / 탐 / 2018년 4월
평점 :

알쏭달쏭하다. 수학이 나와서 더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난 수학 잘 모른다. 아름다운 숫자라느니 아름다운 수식이라느니 해도 ‘그게 뭐야.’ 싶다. 세상은 숫자로 이뤄져 있다고 하지만 많은 사람이 그걸 볼 수는 없다. 언젠가 텔레비전 방송에서 어떤 사람이 머리를 다치고 세상이 숫자로 보였다는 걸 보았다. 그 사람은 그때까지 수학은 거의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머리를 다친 것도 사고 같은 게 아니고 나쁜 사람한테 맞은 거였다(이것도 사곤가). 잘못했다면 죽을 수도 있었다. 운이 좋았던 게 아닌가 싶다. 머리를 다친다고 누구한테나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수학을 말하다 운을 말하다니. 정말 운은 그걸 받아들일 준비를 한 사람한테만 찾아올까. 또 다른 말을. 작은 건 우연히 찾아와도 큰 건 준비해야 할 것 같다.
운이라고 하니 확률로 계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수학 잘 아는 사람은 도박을 잘 할까. 또……. 학교에 다닐 때 배우는 수학은 아주 넓고 깊은 수학에서 얼마 안 되겠지. 수학으로 들어가는 문앞 말이다. 난 그 문앞에도 못 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수학도 재능이 있어야 할까. 숫자 감각 논리. 그걸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내 삶이 조금 달랐을까. 별걸 다 생각하는구나. 수학하고 내 삶은 별로 상관없다. 맞다, 이건 수학만 그런 건 아니다. 자신이 빠져서 하는 건 모두 그렇다. 잘하지 못해도 그걸 좋아하고 할 수도 있다. 꼭 잘해야 그걸 해야 할까. 잘해서 하는 사람이 아주 없지 않겠지만. 여기 나오는 사람 가운데도 한사람 있구나. 자신이 잘하는 게 수학이라는 걸 알고 자신은 누구보다 뛰어나야 한다 생각하는 사람. 그것도 그렇게 나쁘지 않겠지만 자신보다 훨씬 잘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마음이 꺾일지도. 아니 그 애가 다른 사람 마음을 꺾으려 했구나. 앞으로는 달라지면 좋을 텐데.
난 가야마가 수학을 아주 잘하는 아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그렇다고 잘 못하는 건 아니다. 뛰어난 편이다. 가야마는 한번 본 숫자를 잊지 않았다. 이것도 재능이라면 재능이겠지. 어릴 때 소수 같은 걸 잘아는 사람은 적겠지. 가야마는 그걸 알았다. 그런 아이가 수학을 하면 잘하겠지. 가야마는 어릴 때 수학을 가르쳐준 선생님하고 수학을 죽 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느 날 우연히 만난 여자아이가 가야마한테 왜 수학을 하느냐고 하고 수학은 뭔가 한다. 그런 물음에 바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 있을까. 그 뒤 가야마는 밤의 수학자가 만든 인터넷 결투 공간 E²에서 여러 사람과 결투하고 수학올림피아드를 대비한 합숙에도 간다. 거기에는 정말 수학만 하는 아이들이 모인 느낌이었다. 가야마는 자신이 왜 수학을 하는지 답을 찾았을까, 거기에 답이 있기는 할까.
여기에 나온 건 수학이지만 삶을 말하는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리가 사는 것도 엄청난 답은 없다. 이 세상에 왔기에 살아가는 거다. 살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도 있고 그저 큰 흐름에 떠밀리듯 살 수도 있다. 수학 문제도 푸는 사람에 따라 다르기도 하단다. 난 그런 건 잘 모른다. 내가 아는 수학은 1+1=2처럼 간단한 거다. 그래도 집에서 도서관에 가는 길이 여러 개 있다는 건 안다. 사람은 그럴 때 가장 짧은 거리로 다니겠지. 수학은 짧은 것보다 멀리 돌아가기도 할 것 같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푸는 게 재미있겠다. 어딘가에 갈 때도 늘 다니는 길이 아닌 다른 길로 가도 괜찮겠다. 조금 돌아가면 어떤가. 가야마는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이런 걸 알아가는 게 아닌가 싶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는 별 생각 안 했다. 지금 생각해도 한심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지금 괜찮은 건 아니구나. 여전히 헤매고 무엇이 맞는지 잘 모른다. 사는 게 그런 거지만.
‘왜 사냐건 웃지요’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용)하는 시구절이 생각난다. 가야마 같은 수학 하는 아이만 나오는 건 아니다. 야구를 하는 아이, 언월도 하는 아이, 재능이 없다 해도 수학을 좋아하는 아이, 산에 오르려고 훈련하는 아이. 청춘이라 할까.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잘 못해도 부딪치고 깨지는. 피하지 않으려 하는구나. 꼭 십대에만 그래야 할까. 나이 더 먹고도 그러면 안 될까. 목표가 있어야 할지. 내가 별 목표가 없어서 이런 말을 했다. 무언가를 하다 어딘가에 닿는다면 좋고 그러지 못하면 어떤가 싶다.
희선
☆―
“왜 E²을 만드신 건가요?”
“혼자 수학에 도전하는 건, 자기 혼자만이 아니다는 걸 알게 하려고야.”
가야마는 숨이 멎었다.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이르러야 한다.
나는 벌써 그 답 안에 있다.
그렇다. (260~261쪽)
“수학이 단순히 문제 풀이만 하는 거라면 특별히 남보다 빨리 하지 않아도 돼. 시간이 걸리더라도 풀기만 하면 되니까. 근데 오히려 답에 이르는 것보다 그 길이 얼마나 많은가, 독창스러운가 실은 그게 더 중요해.” (30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