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박눈이 내리는 길을 걷다 선물가게 진열창에 걸린 겨울나무 그림을 보았다. 별거 없는 그림인데도 그 그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다음 날 나는 선물가게에 가서 그림을 사려 했다. 하지만 주인은 “저 그림 파는 거 아닌데요.” 했다.
그래도 내가 자꾸 사고 싶다고 하자 주인은 잠깐 생각하더니, “이거 참, 어쩔 수 없군요. 알았어요. 어쩌면 그림이 당신을 만나려 한 건지도 모르겠네요.” 했다.
내가 그림을 들고 나가려 하자 주인이 한마디 했다.
“그 그림 벽에 걸어두고 자주 보세요.”
“아, 네…….”
나는 어색하게 웃고 대답했다.
겨울 동안 난 벽에 걸어둔 그림을 오래 바라보았다. 내가 볼 때는 아무렇지 않았는데 눈이 내리면 그림 속에도 눈이 쌓였다. 눈이 덮인 나무는 기분 좋아 보였다. 그렇게 겨울이 흘러갔다.
봄이 오자 그림 속 눈은 녹았다. 눈이 녹고 한동안 그림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사월이 오고 세상에 벚꽃이 피자 그림 속 나무에도 꽃망울이 달리고 꽃이 피었다. 그림 속 나무는 벚나무였다. 그림을 오래 바라보면 꽃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듯했다.
언제까지고 벚꽃이 떨어지지 않기를 바랐지만 얼마 뒤 꽃은 떨어지고 나무는 풀색잎으로 뒤덮였다. 곧 여름이다.
무더운 여름밤 나무 그림 곁은 어디보다 시원했다. 뜨거운 여름이 가고 나뭇잎은 빨갛게 물들었다.
가을에 나는 그림을 잘 보지 못했다.
겨울에 접어 든 어느 날 그림이 생각나서 보니, 그림 속 나무는 세상 나무가 나뭇잎을 떨구었는데도 가을 모습 그대로였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