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풀밭 위에 멋진 집이 있는 그림을 사다 집 안에 걸었더니, 그날 밤 내 꿈 배경은 그 그림이었다. 이튿날 깨어보니 그림 속 집으로 걸어가는 듯한 사람 모습이 보였다. 잘 보니 그건 나였다.
며칠 동안 같은 꿈을 꾸고 그림을 보니 그림 속 나는 문 앞까지 갔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그림 속 나는 집 안으로 들어갈 거다.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게 좋을지 가지 않는 게 좋을지. 어쩐지 꿈속에서 집 안으로 들어가면, 난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 같았다.
잠이 들고 나는 그림 속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다른 날과 다르지 않게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드디어 난 문 앞에 있었다. 잠시 머뭇거리다 문을 두드렸다. 조금 뒤 찰칵하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조금 열렸다. 나는 조심조심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 사람 기척은 없었다. 조금 들어가니 거실이 나왔다. 거실 창은 아주 커다랗고 볕이 잘 들었다. 고개를 돌려 창 맞은편 벽을 보니, 거기에는 많은 그림이 걸려 있었다. 그림은 다르면서도 비슷했다. 방과 그 방 주인인 듯한 사람이 있는 것이. 그리고 나는 맨 끝에 걸린 내 방 그림을 보았다. 빈 방에 내 모습이 조금씩 나타나고 나는 희미해졌다.
나는 그림 속 집 안 그림에 갇혔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