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몇월에 이게 나온 걸 알았는지 잘 모르겠다. 팔월인지 구월인지. 이 책을 산 게 팔월인 걸 보니 그때 알았나 보다. 그때는 두번째도 나왔던 것 같다. 책을 받은 건 세번째가 나온 구월이다. 왜 구월에 받았느냐 하면 지난해 구월에 나오는 만화책과 같이 사서다. 그때는 이 잡지가 몇권이나 나올까, 많이 나올까 하면서 기념으로 첫번째 것만 샀다. 얼마전에 찾아보니 원피스 연재 스무해를 기념해서 낸 잡지는 세권이었다. 지난해 구월이 지난 뒤에 찾아봤다면 알았을 텐데, 그때는 다 사기 어려운 거 알아서 뭐 하나 하면서 찾아보지 않았다. 내가 좀 그렇다. 보면 갖고 싶은 마음이 드니 아예 안 보고 그런 마음을 갖지 않으려 한다. 그때 무척 갖고 싶은 거여도 시간이 흐르면 그 마음이 덜하다(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첫번째 것도 한해가 다 돼서야 봤는데 두권을 더 샀다면 어땠을지. 세권이니 조금 더 빨리 봤을까. 다음달 시월에 네번째 게 나온다.
몇해 전인지 잘 생각나지 않는데 그때 <원피스>를 보고 원피스를 연재하고 열다섯해가 됐다는 걸 알았다. 열다섯해가 지나고 어느새 스무해가 넘다니. 올해로 스물한해째다. 난 그때 바로 알지 못하고 시간이 지난 다음에 아는구나. 조금 빨리 만화책을 봤다면 때를 놓치지 않았을 텐데. 바로 알았다 해도 다른 일은 없었겠구나. 어쩌면 난 원피스 마니아는 아닐지도. 원피스 좋아하지만 내가 보는 건 책과 만화영화뿐이다. 원피스로 만든 물건 많던데 그런 것에는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언젠가 한 말이구나). 여기에 원피스 마니아 이야기가 나오는데 일하면서도 원피스를 생각했다. 원피스 정보는 틈 날 때마다 보고 책도 가지고 다니면서 보고, 원피스에 나온 사람 이름을 간판에서 보면 휴대전화기로 찍었다. 공부하면서 원피스와 상관있는 말을 보고 즐거워하기도. 그거 보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조금밖에 모르고 여기 나오는 사람 태어난 날도 다 모른다. 원피스 책과 물건으로 가득한 방도 있었다.
잡지 세권을 모아야 알 수 있는 게 많다. 포스터를 시작해서 에이스의 모험 이야기, 원피스 마니아, 원피스 작가 오다 에이치로 인터뷰, 원피스 이야기 자체(루피가 동료를 만나는 이야기), 소설 원피스(이어지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일본말로 쓰인 잡지는 처음 봤다. 만화책이나 소설은 봤지만. 아니 이건 그냥 잡지가 아니고 <원피스> 이야기로만 만든 잡지다. 스무해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아기가 태어나고 어른이 될 정도의 시간이다. 그동안 나온 이야기로 할 말이 많겠다. 이 책은 원피스를 모르는 사람한테는 원피스가 어떤 건지 알게 하고, 원피스를 아는 사람한테는 지금까지 이야기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겠다. 나머지 두권은 못 봐서 어떨지 모르겠지만 첫번째에서는 에이스 이야기를 좀 더 볼 수 있다. 에이스는 루피 형으로 루피보다 먼저 해적이 되고 두해 전에는 해군 본부 마린포드에서 죽었다. 두해 전은 만화속 시간이다. 진짜 형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 에이스와 사보 그리고 루피 셋은 형제가 되었다. 여기에 첫번째로 나오는 건 마린포드에 사보가 나타나 루피와 에이스를 구하는 모습이다. 이건 본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데 그걸 보니 조금 눈물 났다. 진짜 그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다.



만화에는 없는 장면, 실제 이런 일이 있었다면 좋았겠지, 이건 사보가 늘 꿈꿨을 듯하다
만화를 그리는 오다 에이치로 인터뷰도 재미있다. 그것도 있고 다른 사람이 오다 에이치로를 말하는 만화도 재미있다. 오다 에이치로한테는 세 가지 얼굴이 있다는. 새로운 장난감을 가지면 즐거워하는 어린이 얼굴, 만화가 얼굴, 스승 얼굴. 이렇게 말해서 재미없게 보이지만 만화는 재미있다. 그 사람은 오다 에이치로가 루피와 닮았다고 했는데,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화가도 캐릭터에 자신을 나타내기도 하겠지. 누구한테나 작가와 닮은 점이 조금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가장 많이 닮은 건 루피일지도. 내가 오다 에이치로를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다 에이치로는 만화 그리는 것 때문에 잠 자는 시간도 아깝다고 한다. 만화를 그려서 다른 건 잘 모를 것 같은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늘 알아본다고 한다. 그런 말 보고 부지런하구나 했다. 오다 선생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 난 건방진 건가. 오다 에이치로라고 하니. 그냥 난 편하게 말할까 한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게 한두 사람은 아니구나.
나도 원피스를 보고 시간이 많이 흘렀다.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도 나와 같은 사람 많겠지. 앞으로도 원피스 즐겁게 만나야겠다. 밀리지 않고 보면 좋을 텐데. 원피스 끝나는 날이 오면 아쉽겠지만, 나도 그 날을 많은 사람과 함께 맞이하고 싶다. 그렇게 빨리 올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언젠가 오겠지. 그때까지 재미와 감동을 많이 느끼고 싶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