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해가 겨룬 이야기 알지요. 누가 나그네 겉옷을 벗길지. 그건 생각할 것도 없이 해가 이기는 내기군요. 어렸을 때 그걸 바로 알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때는 잘 몰랐던 것 같아요. 내기를 한 뒤 바람과 해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아, 그러고 보니 그 이야기에서 바람과 해는 그 자체가 아닌 다른 걸 나타냈군요. 다른 사람 마음을 열게 하려면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고 따스한 마음으로 대하라는. 이런 뜻 아니고 다른 뜻일까요. 그냥 지금 생각나서 말했습니다.
사람은 자연현상을 다른 것에 비유하기도 하지요. 자연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다를 텐데. 그저 그게 자연스러운 것이겠지요. 여름에 아주 더운 건 지구가 해에 가까이 가서고 겨울에 추운 건 지구가 해에서 멀어져서잖아요. 하지만 이렇게만 생각하면 재미없겠습니다. 과학으로 말할 수 있는 일이라 해도 상상하는 건 재미있잖아요. 제가 그런 걸 잘 하는 건 아니지만. 가끔 저도 바람을 심술쟁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생각하기보다 좋은 걸로 생각해야겠습니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일은 신기합니다. 자연은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잘 아는 듯해요. 겨울에 세차게 부는 칼바람이 하는 일은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감기에 덜 걸리지 않겠지만. 감기는 바이러스 때문에 걸리고 추우면 면역력이 떨어져요. 추운 것도 감기 걸리는 데 상관없지 않군요. 바람은 봄에도 좀 세게 불지요. 아직 겨울이 다 가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듯. 봄에 바람이 불어 좋은 건 나무나 꽃이기도 해요. 바람이 꽃가루를 날리거든요. 새 나비 벌 그밖에 곤충이 그 일을 하지만 바람도 합니다.
가을 바람은 참 기분 좋아요. 여름에 부는 바람은 조금 뜨겁습니다. 그래도 바람이 불지 않는 것보다 부는 게 낫겠지요. 보이지 않는 바람이지만 보려 하면 볼 수 있습니다. 새는 바람에 몸을 맡겨 날기도 하겠지요. 사람도 그런 걸 아주 못 느끼지 않겠습니다. 바람이 등을 밀어주기도 하고 앞을 가로막기도 하지만, 그걸 잘 타면 괜찮아요. 이건 좀 다른 이야기군요.
바람아, 바람아 불어라
내 마음속에 가라앉은
안 좋은 감정을 날려줄
바람아, 바람아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