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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티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김미림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4월
평점 :
품절

사람이 사람을 심판할 수 없다고 하지만 죄를 저지른 사람 심판은 판사가 한다. 처음부터 그러는 건 아니구나. 사건이 일어나면 경찰이 범인을 잡은 다음 여러 절차를 밟고 재판이 열리던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잘 모르겠지만 재판이 열리기 전에 범인은 검사와 만날지도 모르겠다. 검사와 판사는 서류만 볼까. 그런 사람도 있고 서류를 보고 사건이 일어난 곳에 가 보는 사람도 있을 거다. 다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 쓰는 사람이 없도록, 아쉽게도 그 반대도 있다. 진짜 범인이 맞는데 자신은 죄를 짓지 않았다 거짓말 하는 사람 말이다. 그 말을 믿어야 할지 믿지 않아야 할지 헷갈릴 듯하다. 경찰은 증거를 모으고 그게 가리키는 사람을 범인이라 여긴다. 하지만 증거가 다 옳지 않을 수도 있다. 누군가를 범인으로 만드는 증거도 있고 증거를 찾지 못하게도 한다. 그런 건 잘 알아봐야 하겠다.
재판관이었던 가지마 이사오 옆집에 가지마 이사오가 마지막으로 무죄 판결을 내리고 풀려난 다케우치 신고가 이사온다. 다케우치 산고는 옆집에 사는 마토바 부부와 아이까지 죽였다는 용의자였다. 그때 가지마 이사오는 다케우치가 자기 몸에 상처를 낼 수 없다 여기고 누군가 다른 범인이 있다 여겼다. 다케우치가 마토바 부부와 아이를 죽였다는 증거가 없었다. 가지마 이사오 옆집에 이사 온 다케우치는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를 돌보는 가지마 이사오 아내 히로에와 친하게 지낸다. 다케우치가 히로에 마음에 들게 말을 한다. 히로에는 다케우치가 시어머니 간호를 도와주겠다고 하자 그것을 받아들인다. 다케우치는 가지마 집안 사람과 친하게 지내려 하고 여러 가지를 주기도 했다. 가지마 이사오 아들 도시로는 다케우치와 친하게 지냈지만 도시로 아내 유키미는 다케우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자신이 판결 내린 사람이 옆집에 살면 그리 편하지 않을 것 같다. 가지마 이사오가 예전에 다케우치한테 무죄 판결을 내린 건 증거가 없어서기도 했지만, 유죄 판결을 내리면 다케우치가 사형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가지마 이사오는 사형을 내리는 걸 꺼렸다. 그런데 재판관이 되다니. 왜 그랬을까. 재판관이 되면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도 있지만 자신이 내린 판결의 무게도 견뎌야겠다. 가지마 이사오가 재판관을 그만둔 건 어머니가 아파서 모시려는 거였다. 하지만 가지마 이사오는 집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집안 일이나 자기 어머니 돌보기는 모두 아내 히로에한테 맡겼다. 히로에는 다케우치가 자기 마음을 잘 알아준다 여겼다. 지나치게 친절하면 부담스러울 것 같은데 그때 히로에는 다른 걸 생각하기 어려웠겠다. 시어머니가 치매기는 해도, 정신이 멀쩡할 때는 히로에를 조금 안 좋게 대했다. 히로에는 나름대로 한다고 여겼지만 그것을 알아주지 않는 걸 아쉽게 생각했다. 시어머니가 자기 통장에 든 돈을 아주 조금 물려준다 했을 때는 기가 막혔다. 일부러 그런 것처럼 보였다. 자기 아들이나 딸만 좋게 여기고 며느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생각한 건 아닐지. 그런 시어머니는 한국에도 있겠다. 아들이 그렇게나 좋을까.
가지마 집 옆집에 다케우치가 살게 되고는 가지마 집안에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시어머니가 죽고 아들 부부 도시로와 유키미 사이가 안 좋아진다. 유키미 앞에 죽임 당한 마토바 부부에서 아내 오빠 이케모토 부부가 나타나고 다케우치가 어떤지 말한다. 이케모토 부부는 유키미가 자기들 편이 되기를 바랐다. 책을 읽는 사람은 다 다케우치가 이상하다 여길까. 난 이상하다 생각했다. 유키미는 처음에는 믿지 않다가 믿었는데, 다케우치가 조금 비틀어서 말하니 그쪽으로 마음을 기울이기도 했다. 어떤 일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니. 난 책을 봐서 그게 아닌데 하지만, 실제 그런 일이 있다면 잘못된 쪽이 맞다 여길지도 모르겠다. 그런 일은 없어야 할 텐데. 세상에는 자신한테 좋게 말을 잘 하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거짓말을 한다. 그렇다 해도 시간이 흐르면 거짓말이 들통나겠다.
자신이 한 판결이 잘못됐다는 걸 인정하기는 어렵겠지. 가지마 이사오는 유키미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다케우치 모습을 보고 자신이 잘못했을지도 모른다 여긴다. 마지막에는 가지마 이사오가 재판을 받는다. 그걸 재미있다 해야 할까. 가지마 이사오는 재판관이 하는 말이 자기 마음과 다르다 여긴다. 다른 사람 마음을 다 알기는 어렵고 잘못 생각하는 일은 있다. 다케우치도 신사 같고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마음속은 많이 뒤틀렸다. 그런 걸 어떻게 알아보나. 다케우치가 그렇게 된 건 어린시절 때문일까. 다케우치가 어렸을 때 다케우치를 진심으로 생각하고 혼내는 사람이 있었다면 다르게 자랐을지.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 다케우치는 자기 엄마와 살았다 해도 비뚤어졌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런 생각을 하다니. 사람은 자라는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생각하지만, 그것과 상관없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아니 그렇다 해도 사랑은 힘이 있겠지. 그랬으면 좋겠다.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