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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너로 살고 있니 ㅣ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숨 지음, 임수진 그림 / 마음산책 / 2017년 12월
평점 :
자신으로 사는 건 어떤 걸까. 이 책 제목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을 것 같아. 무언가에 끌려가지 않고 자기 마음이 가는대로 사는 것이라는 말도 떠오르는데 이건 어떨까. 내가 생각하는 것과 이 책에서 말하는 건 다른 것 같아. 이 책 우연히 알았을 때는 따스한 이야기가 아닐까 했는데 읽어보니 다르군. 그렇다고 차갑거나 어둡다고 말하기도 어려워. 어딘가에는 이런 사람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이런 사람은 식물인간이 되고 열한해 동안 산 사람인지, 연극를 하다 그것을 그만두고 식물인간 여자를 돌보는 사람일지. 그밖에도 여러 사람이 나오는군. 암으로 아프거나 아픈 사람을 돌보는 사람이. 지금 생각하니 아픈 사람 이야기가 많네. 병원이어서 그럴 수밖에 없겠어.
가끔 오랫동안 잠들었다 깨어난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하지. 그런 것을 실제 본 적은 없고 드라마에서 봤어. 소중한 사람이 식물인간이 되어도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사람을 돌보는 데 지치는 사람도 있겠지. 누군가한테 아픈 사람을 맡겨도 그 사람이 그만 세상을 떠났으면 하는 사람도 있더군.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고 엄마가 언니를 돌보다 아프고 세상을 떠나서였어. 열한해 동안 식물인간인 여자 동생이 그랬어. 식물인간 여자한테는 지금 열여섯살인 아들이 있지만 아들은 큰아버지와 캐나다에 산대. 식물인간이어서 아무것도 모른다 해도 아들이 여자를 찾아오지 않는 게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될 텐데. 식물인간인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 영혼은 식물인간이 되기 전으로 돌아갈까. 식물인간이 된 때 일도 다 알까. 별거 다 생각했지.
식물인간인 사람은 정말 자기 생각이 없을까, 없겠지. 그 사람을 돌보게 된 ‘나’는 연극배우였어. ‘나’는 무대에서 쓰러지고 연극을 그만두었어. 그런데 갑자기 식물인간인 여자 돌보기를 하다니. ‘나’는 식물인간 여자를 보고 자신과 같다고 느끼기도 해. 왜 그런 생각을 한 걸까. 배우는 늘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이 되잖아. 그것 때문에 ‘나’는 늘 ‘나’로 살지 못했다 생각했을지. 식물인간 여자와 ‘나’가 자신을 같게 생각한 건 연극을 하다 쓰러져서일지도. 두 사람은 나이도 같았어. ‘나’는 식물인간인 여자를 알고 싶어하기도 하지만 그런 일은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겠지. 식물인간 여자 남편은 아내를 요양병원으로 보낸다고 해. 열한해가 지나고 그렇게 보내다니. ‘나’는 여자를 요양병원에 보내지 않기를 바라지만, 아무 사이도 아닌 ‘나’가 바란다고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 식물인간 여자가 갑자기 깨어나는 기적이 일어났다면 어땠을까. 그건 그것대로 괜찮았을 것 같기도 하지만. 그런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겠어.
책 제목 ‘너는 너로 살고 있니’는 무슨 뜻으로 지은 걸까. 어딘가 아픈 사람은 자신으로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건 아닌가. 그것보다 사람은 바뀔 수도 있다인가. 자신은 언제나 자신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바뀌기도 하잖아. 사람은 누군가한테 영향을 주고받아. 나라는 건 한 사람일지라도 다른 사람이 없으면 나도 없는 거 아닐까. 그러면 남과 함께 사는가를 묻는 걸까. 사람이 혼자 산다 해도 혼자 힘으로 살 수는 없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게 이게 아니면 어떤가 싶어. 책을 보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좋은 거지. 아픈 사람이 나와서 조금 우울해 보이기도 하지만, 책을 볼 때는 그런 느낌이 덜해. 이상하군. 이런 생각은 책을 보고 쓸 때 들기도 하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도 들어. 여기 나오는 사람은 자신이 맡은 역을 잘 해 내는 배우인가 싶은.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