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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영휴
사토 쇼고 지음, 서혜영 옮김 / 해냄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기 전에 난 여기에 어떤 이야기가 담겼는지 알았어. 그렇다 해도 자세한 건 몰랐어. 조금 아는 것과 책을 읽는 건 달라. 당연한 말을 했군. 책 읽은 느낌을 뭐라 하면 좋을까. 만나려고 한 사람을 겨우 만났구나 하는 느낌. 책이나 드라마 같은 걸 보면 저 두 사람은 정말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여기에 나온 두 사람은 잘 모르겠어. 한 사람이 더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해. 그러니 죽고 다시 태어난 다음에 전생을 기억하고 그때 좋아한 사람을 만나려고 한 거겠지. 그렇게 하려면 상대를 얼마나 좋아해야 할까. 난 그런 적이 한번도 없어서. 그런 마음이 부러운 건지도 모르겠어. 남자가 더 사랑받는 느낌도 들어.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되나. 한 사람은 나중에 기다렸으니. 난 두 사람이 만난 것보다 그 다음이 더 마음 쓰여. 처음부터 이런 말을. 그건 마지막에나 나오는 건데.
오사나이가 미도리자카 유이와 미도리자카 딸 루리를 만나는 것부터 이야기는 시작해. 열다섯해 전에 오사나이 아내와 딸 루리는 차 사고로 죽었어. 여기에 똑같은 게 있지. 오사나이 딸 이름과 미도리자카 유이 딸 이름이 루리라는 거야. 오사나이 딸 루리는 일곱살쯤에 몸이 아프고 나서 달라져.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은 노래를 알고 자기 이름을 한자로 쓸 수 있었어. 오사나이는 그 일을 크게 마음 쓰지 않았어. 오사나이 아내 고즈에는 루리가 환생했다는 걸 알고 루리를 도와주려고 했는데 사고가 나고 말았어. 루리가 하려던 건, 오사나이 루리가 되기 전 마사키 루리였을 때 만난 미스미 아키히코를 만나는 거였어. 마사키 루리는 결혼한 사람이었는데 미스미 아키히코를 만났어. 루리 결혼생활에 문제가 없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까. 결혼한 사람 가운데 두 사람 마음이 딱 맞는 사람은 얼마나 될지.
루리는 미스미를 만나고 좋았지만 끝은 좋지 않으리라고 생각한 것 같아. 그래서 루리는 자신이 죽으면 다시 태어나 미스미 앞에 나타나겠다고 해. 그 말이 씨가 된 걸까. 루리는 사고로 죽어. 그건 정말 사고였는지 루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지. 미스미나 남편 마사키는 루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생각해. 그러고 보니 그건 나오지 않았군. 사고여서 다른 말은 하지 않은 게 아닐까 싶어. 루리가 미스미한테 자신은 달처럼 죽고 다시 태어나겠다고 말했지만, 그런 일을 자신이 정말 할 수 있을까 했을지도. 그런데 정말 다시 태어난 걸 알고는 기뻤겠지. 처음부터 그걸 안 건 아니지만. 일곱살쯤에 열병 같은 걸 앓고 루리는 전생을 기억해 내. 루리는 오사나이 딸로 태어나고 그 뒤에 두번 더 태어나. 바라는 일을 이루지 못하고 죽어서 그렇게 여러 번 태어난 걸까. 그 마음 대단한 것 같아.
소설을 보면 루리와 미스미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어느 순간 다른 사람이 눈에 들어와. 그건 오사나이야. 오사나이는 그저 루리 아빠로만 여겼는데. 오사나이는 환생을 믿지 않았어. 미도리자카 루리를 만나고 믿게 됐을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지만 어떤 일을 알게 되고 그럴지도 모른다 생각해. 오사나이도 조금 부러워. 뭐가 부럽냐고 오사나이를 무척 많이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서 말이야. 루리처럼 자신이 만나고 싶은 사람(미스미) 이야기를 가까운 사람한테 하지 않았지만. 남한테 자기 마음을 잘 나타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자기 마음에 담아두는 사람도 있는 거지. 그런 사람도 자기 마음을 나타내고 싶을 때가 있고 그때가 오면 말할 거야. 늦지 않게 말하면 좋을 텐데. 소설에서는 다시 태어나기도 하고 전생을 기억하지만 실제로 일어나기 힘든 일이잖아. 전생에 누구였다 말하는 사람이 아주 없는 건 아니군.
전생에 두 사람이 좋아하고 다시 태어나고 만나는 이야기도 있지. 그것도 참 쉽지 않은 일이 아닐까 싶어. 전생에 좋아했다고 또 좋아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그런 걸 더 좋아하기는 하지. 같은 사람을 또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그러지 않는 사람도 있을 거야. 죽지 않는 남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다시 태어날 때마다 찾아가는 이야기 본 적 있어. 한 사람만 좋아하는 마음 멋지기는 해. 둘 다 같은 마음이면 더 좋겠지만. 혼자 좋아하는 사람은 조금 안됐군. 루리 남편 마사키가 그랬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아도 그 사람이 잘 살기를 바라는 게 낫겠지. 그게 진짜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일 거야.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