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아무도 살지 않는 집에서 불빛이 보였어요. 어쩌면 그 집은 빈 집이 아니고 오랫동안 비워두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집을 떠난 사람이 아주 오랜만에 돌아온 걸까요.

 

 집안을 잘 들여다보니 불빛은 아주 작네요. 반딧불이라도 들어간 건지, 아니면 도깨비불인지. 불빛이 풀색이 아닌 걸 보면 반딧불이는 아닌 것 같아요. 혹시 저절로 불이 난 건 아닐지. 그러면 큰일이군요. 주홍 불빛이 여기저기로 움직이는 게 보여요. 창으로 더 다가가 볼게요.

 

 사람입니다. 초를 든 아이. 이렇게 늦은 밤에 집을 빠져나와 이 집에 온 걸지. 어쩌면 아이는 예전에 이 집에 살았을지도. 아이는 거실에서 액자에 든 사진을 봅니다. 뚜렷하지 않지만 사진 속 아이와 사진을 보는 아이는 닮았어요. 아이 옆에 한사람이 더 있는데 얼굴이 아이와 같아요. 두 사람에서 한 아이가 이 집에 들어갔나 봅니다. 지금 두 아이는 따로따로 살지 함께 살지.

 

 밖으로 아이가 나옵니다. 아이가 나오자 집안은 어둠에 잠겼어요. 잘 보니 대문 앞에 차가 있습니다. 누군가 아이를 이 집에 데리고 온 거였군요. 차 문이 열리고 집안에서 나오는 아이와 얼굴이 같은 아이가 나왔어요. 두 아이는 함께 사는가 봅니다. 다행이네요.

 

 “하나야, 아직 집에 사진 있어?”

 

 “응. 다행히도.”

 

 하나라는 아이는 집안에서 사진을 가지고 나왔어요. 아까는 잘 못 봤는데 사진 속 두 아이 뒤에 아이 엄마 아빠인 듯한 사람이 있군요. 어쩌면 저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네 식구 사진일지도 모르겠네요.

 

 두 아이가 차에 타자 차는 그곳을 떠났어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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