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잠깐 설웁다 문학동네 시인선 90
허은실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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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구색보다 조금 진할까요. 시집 색깔 말이에요. 이런 색 시집 안에는 어떤 시가 담겨 있을까 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말은 별로 없어요. 처음부터 이런 말을 하다니. 지난해 이 시집이 나왔을 때 여러 사람이 좋다고 하길래 저도 한번 보고 싶다 생각했습니다. 허은실, 이름은 처음 들었어요. 제가 책을 읽지 않은 거고 다른 책이 벌써 나왔더군요. 산문집이. 저는 들어본 적 없는데 팟캐스트에서 작가를 한다는 건 알았습니다. 신기하게도 제가 그런 걸 어디선가 들었네요. 보통 라디오 방송이었다면 한번 들어봤을지도 모르겠지만, 팟캐스트여서 듣지 못했습니다. 시인이면서 라디오 방송 작가를 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허수경, 이병률 두 사람밖에 생각나지 않는데 아마 더 있을 겁니다.

 

 

 

에덴화원

꽃 배달 트럭 안에

축하 화환과

근조 환환이

맞절하고 있다

 

토요일 오후

꽃 싣고 달리는

꽃집 주인은

돈 벌어 좋은

꽃집 주인

 

-<농담>, 68쪽

 

 

 

 언젠가 라디오 방송에서 이 시(<농담>) 이야기 잠깐 들었습니다. 축하 화환과 근조 화환을 다른 사람이 보고 시인 허은실한테 말했더니, 언젠가 그걸 시로 쓰겠다고 했대요. 그 말 한 사람 누구였는지 잊어버렸습니다. 연기하는 사람인데, 제가 텔레비전을 안 봐서. 그 연기자 아버지는 예전에 드라마에서 봤습니다. 아버지 이름으로 찾아보면 바로 나오겠군요. 시인은 다른 사람한테서 들은 이야기로 시를 쓰기도 하겠지요. 시만 그런 건 아닙니다. 소설도 쓰겠습니다. 꽃은 기쁜 일뿐 아니라 슬픈 일에도 쓰이는군요. 다른 나라에서는 죽은 사람이 누운 관 속에 꽃을 넣기도 하지요. 한국도 장례식장에 가서 사진 앞에 꽃을 두겠습니다. 무덤에 갈 때도 꽃을 가져가는군요.

 

 

 

발이 푹푹 빠지는 허방

검은 아가리 속으로

당신은 비명도 없이

 

사라진다  (<Man-hole>에서, 101쪽)

 

 

 

 이 시집 전체 분위기를 하나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잘 모를 때 이런 말을 하는군요. 4부는 어쩐지 슬픕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사라져가요’ 거든요. 이 제목 자체가 아프기도 슬프기도 합니다. 사라지는 사람을 알아채지도 못하고, 저마다 사는 것 같기도 해요. 지금은 이웃과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옆집 사람이 바뀌어도 바로 모를 거예요. 앞으로는 혼자 사는 사람이 많이 늘겠습니다. 혼자 산다고 쓸쓸하지는 않겠지만. 저는 그래도 쓸쓸함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군요. 그런 걸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할 수도 없어요. 그걸 바라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오며가며 잘 지내는지 인사하는 건 괜찮겠습니다.

 

 몇 번이나 한 말인데 이번에도 해야겠습니다. 허은실 첫번째 시집 그렇게 잘 만나지 못했습니다. 시는 다 알지 못해도 괜찮다고 하지요. 얼마전에 본 책에서는, 시는 바라보기만 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 말도 맞는 것 같아요. 허은실이어서 같은 성인 허수경 시인이 조금 생각나기도 했습니다. 허수경 시인 시를 많이 만난 것도 아닌데 그랬습니다. 여기 담긴 시를 보니 알듯 말듯 했어요. 이 말도 처음이 아니군요. ‘설웁다’는 서럽다는 말과 같겠지요. 그런 일은 누구한테나 잠깐이면 좋겠습니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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