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 있는 큰 문이 닫혀 있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찬찬히 찾아보니 작은 문들은 열려 있었고, 그 문은 생각보다 다양한 장소로 통했고, 부엌 싱크대와 작업실 책상에서 만나지 못했던 다채로운 풍경과 사색의 가능성을 선물했다.
그래서 어디가 되었는 올해는 집과 작업실이 있는 동네를 몰래몰래 벗어나보리라, 다른 지붕과 다른 나무와 다른 얼굴을 보고 오리라 다짐한다. 그날 저녁에도 같은 마트에서 요거트와 소불고기를 사고 있겠지만, 그 앞에서의 한숨은 줄어들지 모른다.
그리고 go places‘의 뜻처럼 사비를 들여서가 아니라, 가족이움직여서가 아니라, 재능이나 커리어 덕분에 언젠가 ‘이곳에 초대받게 될 줄은, 이런 곳에 오게 될 줄은 몰랐어‘ 하고 생각하게 될 순간이 오길 조심스레 기대한다.
아직 상상까지 포기하진 않았다.
- P20

"우리는 우리 자신을 판단하지 않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든 실수를 인식하고 있으니까. 우리 내면의 불안과, 우리의 숨겨져 있는 의도와, 우리의 실패들을. 그래서 내년 나의 소망은 나 자신에 조금 더 여유를 주는 것이다. 나쁜 점은 덜 보고좋은 점을 더 보길. 그냥 나 자신에게 여유를 주고 싶다."  - P110

처음 무언가를 도전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객관적인 능력치도 아니고 분석과 비교도 아니다. 맹목적인 믿음과 희망이다.일단 그렇게 시작부터 해보아야 한다. 프로가 되거나 눈이 밝아지면 비교하고 좌절할 일은 원치 않아도 많으니 그건 그때로미루기로 하자. 그전에는 무조건 나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줘도 된다.
- P113

식물의 탄생과 성장을 연구하며 인생을 통찰한 과학자 호프자런은 《랩 걸》에서 아들을 낳은 후에 이렇게 고백한다.

어쩌면 그가 자라는 것을 보고,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을 주고, 내사랑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내 인생의 가장 큰 특권 중에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눈물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가 정말로 기쁨으로 거두게 될지도모르는 일이다. 어쩌면나도 이 일을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보다 잘한 건 방송 작가도 소설가도 아니고 엄마였는데, 이런 내가 자랑스럽고 뿌듯하고 내 인생이 내 인생이라서 고마운데, 이 정도만 되어도 어떨까. 재능이라는 영역에서는 잠재력이 폭발하지 못했지만 ‘사랑하는 능력‘이라는 분야에서는 ‘포텐 터진 것 같은데 아니려나?
- P132

브레네 브라운은 우리는 인간이기에 모두 연약하고 비루하며 상처받는다고 말한다. 애인에게 버림받고, 의사의 전화를기다리고, 정리해고를 당하는 취약한 vulnerable 세계에 살고 있다. 실패에서 오는 괴로움과 우울함을 마비시키려 하면 다른긍정적 감정인 기쁨까지도 마비된다. 따라서 나의 취약함과 약점을 노출하고, 보답이 없을지 모를 때도 온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친구에게는 자신의 약함 vulnerability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내보이는 솔직함과 용기가 있었고, 어쩌면 그래서 모두가 그 친구를 사랑했는지도 모른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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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새롭게 보라고 하거나 창의적으로 그리라고 하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관찰하라고만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관찰해보면 세상은 다르게 보입니다. 요즘은 국민시처럼 암송되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도그와 상통할 겁니다. 나무들을 하나같이 고동색으로 몸통을 칠하고 초록색으로 이파리를 그리면 선생님은 혼을 내셨습니다.
"세상에 똑같은 나무는 하나도 없단다. 너희들이 그런 것처럼."
- P171

기존의 정답처럼, 이미 정답이 정해져 있는 관계 안에서는새로운 세렌디피티를 찾을 수 없습니다. 세렌디피티를 우연처럼 번역해 쓰지만, 사실 그때 우연이라고 하는 것은 말을 바꿔보면 기존 루틴답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페니실린이든, 아스피린이든, 포스트잇이든,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거든, 하나같이기존의 정답을 거듭하지 않음으로써 존재하게 된 것들입니다.
세렌디피티란 뭔가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행운이아닙니다. 하지만 그냥 우연에만 맡겨진 것도 아닙니다. 저들은한결같이 자기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분야에서 꾸준히 관찰하고공부하고 숙련해온 아마추어 출신의 프로들입니다. 그렇게 축적된 능력이 어느 날 필요한 순간에 튀어나오는 겁니다. 마치 세렌디프의 왕자들처럼 말이지요. 세렌디피티란 이름의 창의성,
그것은 사실 준비된 우연, 어쩌면 그런 이들에게 허여된 필연의다른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 P182

세월은 안으로만 새기고, 생각은 여전히 푸르른 희망으로가득 찬 사람, 그리하여 내년엔 더 울창해지는 사람, 그렇게 나이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어른으로 늙는 것이 아니라 어른으로계속 커가면 좋겠습니다. 늙음은 젊음의 반대말도 아니고, 젊음이 모자라거나 사라진 상태도 아닙니다. 늙음은 젊음을 나이테처럼 감싸 안고 더욱 크고 푸른 나무가 되어 쉴 만한 그늘을 드리우는 일입니다. 그러기 위해 공부는 결코 멈춰서는 안 되는겁니다.
- P198

이쯤 되면 사랑 때문에 살겠고, 사랑 때문에 못 살겠다는 말이 과장이 아님을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랑은 결코 쉬운일이 아닙니다. 길들이면 다 될 줄 알지만, 서로 다른 두 사람이서로의 방식대로 길들인다는 건 얼마나 큰 갈등의 과정이겠습니까. 사랑은 남이 만들어주는 물건이 아닙니다. 내가 공을 들여길들고 길들여지는 인내의 과정입니다.  - P216

이처럼 사랑하다‘는 ‘생각하다‘와 같은 동사입니다. 순간의어떤 열정, 눈멀고 귀가 먼 어떤 상태적인 형용사가 아닙니다.
오랜 시간 열렬히 생각하는 행위인 것입니다. 하지만 그 생각이바다와 같이 넓더라도 출렁이되 넘쳐서는 안 됩니다. 절제와 충만이 함께하는 생각의 바다여야 합니다. 또한 때로는 눈부신 산맥과도 같고, 그러다 슬플 때는 우물처럼 한없이 깊어지기도 하고, 행복의 절정을 맛볼 때는 바르르 떠는 꽃잎처럼 전율도 해보는 것이 사랑이지요. 요컨대 그대 생각으로 내 영혼을 채우는 것이 사랑이란 것 아니겠습니까. 그것이 아니라면 우리의 빈 영혼을 무엇으로 채운답니까?
- P222

그래서 사랑은 책임인 것입니다. 오랜 시간 생각하고 함께해온 그 사람을 책임지고, 그 사람에게는 나를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사랑이란 말입니다. 부당한 억압이나 고통스러운 책무가 아니라 아름다운 의무이자 권리인 것입니다.그러므로 이기적인 사람은 사랑을 할 수 없습니다. 사랑은관계니까요. 자유롭고 아름다운 구속이니까요. 오랜 시간 서로길들이고 인내하고 생각하며 책임져야 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그대로 인해, 그대를 위해, 내 스스로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게 하는 거니까요.
- P223

얼음의 온도

허연

얼음을 나르는 사람들은 얼음의 온도를 잘 잊고, 대장장이는 불의온도를 잘 잊는다. 누군가에게 몰입하는 일. 얼어붙거나 불에 타는일. 천년을 거듭해도 온도를 잊는 일. 그런 일.

- 《내가 원하는 천사》 (문학과지성사, 2012) - P240

아내도 한때는 별처럼 빛나던 신비한 그녀였습니다. 안고 업으며 살았어야 하는데, 사는 게 뭔지 나름대로는 열심히 산답시고 허둥대다가 삶이 힘겨운 만큼 그녀도 무거워지며 자꾸 그녀를 내려놓으려 한 것은 아닌지요. 빈털터리로 시작해, 없던 집과자동차, 알량한 명예 따위를 얻게 된 대신, 그러는 사이 머리는벗겨지고, 사랑, 평등, 신, 자유, 고귀함 같은 가슴속 아름다운 단어들은 다 사위어가며 어느덧 우리는 티끌처럼 작아진 것은 아닌지요. 밤하늘의 별도 쳐다보지 않고, 꿈도 노래도 잃은 채 너무 오래 무심히 살아온 건 아닌지요.
이제는 부부가 서로 마주보며 진짜 사랑을 나누고, 미안하다, 고맙다, 말하건 아니 하건, 잘 키운 자식놈 소식이나 기다리며, 별이 빛나는 밤, 그때 그 사랑의 노래를 불러보면 어떨까요.
- P245

누군가를 모델로 삼는다는 것과 그 사람을 닮는다는 건 다른 말입니다. 그 사람을 모델로 자기 자신을 조각해야 하는 것이지요. 세상의 인사이더들을 닮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그들과똑같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럴 거면 내가 왜 존재해야 합니까? 그럴 양이면 신께서 그 수많은 아름다움을 다 만드시진 않았겠지요.
삶의 기준은 나 자신입니다. 하지만 오랜 세월동안 고독하게자신을 사랑하며 가꾸어본 사람은 알 것입니다. 그 기준이야말로 얼마나 혹독한지를 말입니다.
- P275

인생에 직진은 없습니다. 있다 한들 아름답지 않습니다. 구불구불 굽이지고 굴곡진 길이 아니었더라면 죽음을 향해 직진했을 것입니다. 죽음의 공간인 것 같았던 청산과 무인도가 생명을 살린 것처럼, 그 고독의 경지가 인생의 진경眞景을 보게 해주고 삶과 예술의 진경眞境에 들어서게 해준 것처럼, 에둘러간 곡선이 그리도 고맙고 값진 겁니다.
- P291

더딘 슬픔, 그것이 상실에 대한 올바른 애도입니다. 끝내 허무하게 사라질지라도, 생명의 불 꺼지면 바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한동안은 연기로 남아, 무중력처럼, 시간이 멈춘 것처럼,
그렇게 잠시 그대와 함께한 추억들을 되새기며, 그대 떠나 텅 비어버린 이 세상의 공백을 채우는 것, 그것이 애도 아니겠습니까.
우리네 짧은 인생에도 그런 정도의 여운과 여백은 허락되어야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애도의 여백도 다 사후의 일입니다. 그리운 사람, 그리워해야 할 사람이라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 아니 대숲에폭우가 쏟아지는 밤이라도 그리워해야지요. 너무 늦으면 안 됩니다.
-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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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정답처럼, 이미 정답이 정해져 있는 관계 안에서는새로운 세렌디피티를 찾을 수 없습니다. 세렌디피티를 우연처럼 번역해 쓰지만, 사실 그때 우연이라고 하는 것은 말을 바꿔보면 기존 루틴답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페니실린이든, 아스피린이든, 포스트잇이든,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거든, 하나같이기존의 정답을 거듭하지 않음으로써 존재하게 된 것들입니다.
세렌디피티란 뭔가 특별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행운이아닙니다. 하지만 그냥 우연에만 맡겨진 것도 아닙니다. 저들은한결같이 자기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분야에서 꾸준히 관찰하고공부하고 숙련해온 아마추어 출신의 프로들입니다. 그렇게 축적된 능력이 어느 날 필요한 순간에 튀어나오는 겁니다. 마치 세렌디프의 왕자들처럼 말이지요. 세렌디피티란 이름의 창의성,그것은 사실 준비된 우연, 어쩌면 그런 이들에게 허여된 필연의다른 이름일지도 모릅니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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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새롭게 보라고 하거나 창의적으로 그리라고 하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관찰하라고만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관찰해보면 세상은 다르게 보입니다. 요즘은 국민시처럼 암송되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도그와 상통할 겁니다. 나무들을 하나같이 고동색으로 몸통을 칠하고 초록색으로 이파리를 그리면 선생님은 혼을 내셨습니다.
"세상에 똑같은 나무는 하나도 없단다. 너희들이 그런 것처럼."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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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에게서 "엄마, 참 좋은 엄마였어" 라는 말을 듣는 것처럼복된 일이 있을까요? 사실 이런 주제가 나오면 저는 아직도 마음이 아려옵니다.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께 어떤 말씀을 드려야 제일 좋아하실까, 병실 침상 곁에서 내내 고민했던 기억 때문입니다. 자식한테 해줄 말만 찾기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아버지, 고마워요." 그건 너무 뻔한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 사랑해요." 그것도 뭐 자주는 아니어도 적잖이 해드린 말. 근데 가슴속을 뒤져보니 정작 내가 아빠한테 못했던 말이 있더군요.
그래서 입술에 힘을 주어, 머잖아 헤어지게 될 아버지께 비로소 말했습니다. "아버지, 존경합니다." 그 말 하고시 내가 더울었습니다. 펑펑 울었습니다. 내가 아빠를 존경하고 있었다는걸, 그때 가슴 깊이 깨달았고, 진작 이런 말씀을 드리지 못한 걸후회하고 또 후회했습니다. - P67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래 잘 가거라, 내 아들, 내 딸아‘ 하며 이제부터는 너의 삶을 살라고, 품을 떠나가는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속울음 삼키며 단호히 돌아서야 하는 것. 자녀의 올곧은성장을 위해 돌봄과 기다림과 떠남의 과정까지 감당해야 하는것이 부모의 몫 아니었을까. 흐르는 강물처럼 말입니다. 그러면어린 강물은 기억할 것입니다. 엄마는 참 좋은 엄마였다고, 그리고 아빠를 존경한다고. - P81

산다는 것은 먹는다는 것이고 먹는다는 것은 산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 시인은 식사법을 말한다면서 우리에게사는 법을 강론하고 있는 것처럼 들립니다. 살기 위해 먹는다는 것은 매우 경건한 일입니다. 먹는 것처럼 산다는 것도 그리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도, 끝까지 푹 익혀 먹는 콩나물처럼, 그렇게익혀야 합니다. 쌀 한 톨도 흘리지 말아야 하듯 삶 속에서 고요한 순간들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설탕처럼 달지 않은 인생이라도 끝까지 묵묵히 사는 게 인생이며, 식빵 가장자리를 떼어버리지 말아야 하듯 고통이라고 해서 그것을 인생으로부터 제거하려 해도 안 됩니다.
죽을 때까지 밥을 먹듯, 죽기까지 성실하게 사는 것, 그것이인생입니다. 그러기에 살다보면 입안에 돌이 서걱거리기도 하고, 멸치똥 같은 날이 이어지기도 하지만, 푸성귀처럼 유순한 눈빛도 키워야 한다고 시인은 말합니다.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좌절이 있다 하더라도 생선뼈 마디마디 발라내듯이 미끈하게 빠져나올 줄도 알아야 하고, 그러면서 늘 수저 한 벌마냥 가지런히몸과 마음을 가눌 줄 알아야 합니다. 식후 한 모금 물마시며 한끼 한 끼 먹어 넘기듯, 그렇게 잘 넘기고 넘어가는 게 우리의 사는 법 아니겠습니까. - P121

그러니 우리 마음의 지하실에 가끔은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어줘야 합니다. 냄새가 흘러나가도록 해줘야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의식 저편으로 팽개쳐놓고 감춰놓았던 것들, 누구나 다 갖고 있는데 없는 척 살아온 것들을 한번 들여다보는 겁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지하실 문을 열어보고, 그 안에 있는 우울 같은 것들을 살펴보자는 말입니다.슬퍼하지 않을래, 불안해하지 않을래, 왜 내가 우울해야 해?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돼. 난 나약한 사람이 아니야. 이것은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피하려는 겁니다. 그건 더 위험합니다.
우울함에 빠지는 게 문제이지 우울함을 인정하는 게 문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 P141

놀이공원은 어떠신가요? 놀이공원 안에 모든 기구와 동선은 다 계산되어 있습니다. 이럴 때 넌 재밌어야 해. 이럴 때 넌 공포를 느껴야 돼. 이럴 때 넌 즐거울 거야. 이처럼 남들이 만들어놓은 감정을 느끼면서 행복감을 느끼지만, 이는 문화산업에 의해서 조작된 것, 기계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탈감정‘이라 부르고있는 겁니다.
이러한 탈감정 사회에서는 우리가 감정을 스스로 다스릴 수가 없기 때문에 감정적인 카타르시스라는 것이 사라져버립니다. 마음속에 어떤 감정이 쌓여 있을 때 영화나 소설을 읽으면서한번 시원하게 울어버리고, 혹은 화를 내고나면 무언가 해소되는 기분이 들죠? 그러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탈감정 사회에서는 남이 만들어놓은 모호한 감정들 사이에서 세련되고 친절한 행동만 하게 될 뿐입니다.
- P147

그렇습니다. 영화처럼, 영화의 카메라처럼, 우리 인생도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인 겁니다. 다른 사람들, 남의 집을 보면 다 잘 사는 것처럼, 다들 행복하게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멀리서 보니까요. 하지만 나 자신, 우리 집을 보면우울해집니다.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비극적인 부분만 돋보입니다. 가까이서 보니까요. 마찬가지로 자기 인생도 지금 당장의 가까운 시점에서 보면 비극입니다. 하지만 며칠, 몇 달, 몇 년이 지난 후 멀찌감치 돌이켜보면 별거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행복하려면 자기 자신을 약간 떨어진 자리에서, 좀 더 객관적인 시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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