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에게서 "엄마, 참 좋은 엄마였어" 라는 말을 듣는 것처럼복된 일이 있을까요? 사실 이런 주제가 나오면 저는 아직도 마음이 아려옵니다.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아버지께 어떤 말씀을 드려야 제일 좋아하실까, 병실 침상 곁에서 내내 고민했던 기억 때문입니다. 자식한테 해줄 말만 찾기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아버지, 고마워요." 그건 너무 뻔한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 사랑해요." 그것도 뭐 자주는 아니어도 적잖이 해드린 말. 근데 가슴속을 뒤져보니 정작 내가 아빠한테 못했던 말이 있더군요.
그래서 입술에 힘을 주어, 머잖아 헤어지게 될 아버지께 비로소 말했습니다. "아버지, 존경합니다." 그 말 하고시 내가 더울었습니다. 펑펑 울었습니다. 내가 아빠를 존경하고 있었다는걸, 그때 가슴 깊이 깨달았고, 진작 이런 말씀을 드리지 못한 걸후회하고 또 후회했습니다. - P67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래 잘 가거라, 내 아들, 내 딸아‘ 하며 이제부터는 너의 삶을 살라고, 품을 떠나가는 아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속울음 삼키며 단호히 돌아서야 하는 것. 자녀의 올곧은성장을 위해 돌봄과 기다림과 떠남의 과정까지 감당해야 하는것이 부모의 몫 아니었을까. 흐르는 강물처럼 말입니다. 그러면어린 강물은 기억할 것입니다. 엄마는 참 좋은 엄마였다고, 그리고 아빠를 존경한다고. - P81

산다는 것은 먹는다는 것이고 먹는다는 것은 산다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 시인은 식사법을 말한다면서 우리에게사는 법을 강론하고 있는 것처럼 들립니다. 살기 위해 먹는다는 것은 매우 경건한 일입니다. 먹는 것처럼 산다는 것도 그리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도, 끝까지 푹 익혀 먹는 콩나물처럼, 그렇게익혀야 합니다. 쌀 한 톨도 흘리지 말아야 하듯 삶 속에서 고요한 순간들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설탕처럼 달지 않은 인생이라도 끝까지 묵묵히 사는 게 인생이며, 식빵 가장자리를 떼어버리지 말아야 하듯 고통이라고 해서 그것을 인생으로부터 제거하려 해도 안 됩니다.
죽을 때까지 밥을 먹듯, 죽기까지 성실하게 사는 것, 그것이인생입니다. 그러기에 살다보면 입안에 돌이 서걱거리기도 하고, 멸치똥 같은 날이 이어지기도 하지만, 푸성귀처럼 유순한 눈빛도 키워야 한다고 시인은 말합니다.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좌절이 있다 하더라도 생선뼈 마디마디 발라내듯이 미끈하게 빠져나올 줄도 알아야 하고, 그러면서 늘 수저 한 벌마냥 가지런히몸과 마음을 가눌 줄 알아야 합니다. 식후 한 모금 물마시며 한끼 한 끼 먹어 넘기듯, 그렇게 잘 넘기고 넘어가는 게 우리의 사는 법 아니겠습니까. - P121

그러니 우리 마음의 지하실에 가끔은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어줘야 합니다. 냄새가 흘러나가도록 해줘야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의식 저편으로 팽개쳐놓고 감춰놓았던 것들, 누구나 다 갖고 있는데 없는 척 살아온 것들을 한번 들여다보는 겁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지하실 문을 열어보고, 그 안에 있는 우울 같은 것들을 살펴보자는 말입니다.슬퍼하지 않을래, 불안해하지 않을래, 왜 내가 우울해야 해?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돼. 난 나약한 사람이 아니야. 이것은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피하려는 겁니다. 그건 더 위험합니다.
우울함에 빠지는 게 문제이지 우울함을 인정하는 게 문제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 P141

놀이공원은 어떠신가요? 놀이공원 안에 모든 기구와 동선은 다 계산되어 있습니다. 이럴 때 넌 재밌어야 해. 이럴 때 넌 공포를 느껴야 돼. 이럴 때 넌 즐거울 거야. 이처럼 남들이 만들어놓은 감정을 느끼면서 행복감을 느끼지만, 이는 문화산업에 의해서 조작된 것, 기계적인 감정이기 때문에 ‘탈감정‘이라 부르고있는 겁니다.
이러한 탈감정 사회에서는 우리가 감정을 스스로 다스릴 수가 없기 때문에 감정적인 카타르시스라는 것이 사라져버립니다. 마음속에 어떤 감정이 쌓여 있을 때 영화나 소설을 읽으면서한번 시원하게 울어버리고, 혹은 화를 내고나면 무언가 해소되는 기분이 들죠? 그러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탈감정 사회에서는 남이 만들어놓은 모호한 감정들 사이에서 세련되고 친절한 행동만 하게 될 뿐입니다.
- P147

그렇습니다. 영화처럼, 영화의 카메라처럼, 우리 인생도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인 겁니다. 다른 사람들, 남의 집을 보면 다 잘 사는 것처럼, 다들 행복하게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멀리서 보니까요. 하지만 나 자신, 우리 집을 보면우울해집니다.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비극적인 부분만 돋보입니다. 가까이서 보니까요. 마찬가지로 자기 인생도 지금 당장의 가까운 시점에서 보면 비극입니다. 하지만 며칠, 몇 달, 몇 년이 지난 후 멀찌감치 돌이켜보면 별거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행복하려면 자기 자신을 약간 떨어진 자리에서, 좀 더 객관적인 시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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