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와 조류 관련 서적을 뒤적였다. 일부 조류는비바람이 부는 날을 일부러 골라 둥지를 짓는다고 했다. 바보 같아서가 아니다. 악천후에도 견딜 수 있는 튼실한 집을 짓기 위해서다. 내가 목격한 새도 그러한 연유로 흐린 하늘을 가르며 날갯짓을 한 게 아닌가 싶다. 나뭇가지와 돌멩이뿐만 아니라비와 바람을 둥지의 재료로 삼아가며.
나를 아는 건‘ 가치 있는 일이다. 나를 제대로 알아야세상을 균형 잡힌 눈으로 볼 수 있고 내 상처를 알아야 남의 상처도 보듬을 수 있으니 말이다.그리고 어쩌면 사랑이란 것도 나를, 내 감정을 섬세하게느끼는 데서 시작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단테의 신곡神曲〉 지옥 편을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지옥문 입구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새겨져 있다."이곳에 들어오는 그대여, 모든 희망을 버릴지어다!"독사가 우글거리고 불길이 치솟는 곳만 지옥일 리 없다.희망이 없는 곳, 아무런 희망이 없는 막막한 상황이 영원히 지속하는 곳, 그곳이 진짜 지옥이다.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해주세요.이곳을 청소해주시는 분들,누군가에겐 전부인 사람들입니다.
그래, 철저한 자기반성은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숙연한자세로 과거를 되씹어 봄 직하다. 하지만 지나친 자기 비하나 부정은 희망의 싹을 아예 잘라버리는 법. 한 해의 마지막 날을 비관주의로 물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이 정도면 애썼다고, 잘 버텼다고, 힘들 때도 있었지만무너지지 않아 다행이라고, 그러면서 슬쩍 한 해를 음미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내다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