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들은 모두 고난이 사람의 삶에서 어떤 유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고난을 겪는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좋은 결과를얻지는 않는다. 어떤 이는 고난을 통해 놀라운 일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어떤 사람들은 고난에 치여 무너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 차이는 바로 고난을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그것을 다산이 말해주고 있다. 먼저, 고난을 이겨내고 큰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난을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마음이 있어야 한다. 다산은 중년에 닥친 고난을 세속의길에서 벗이나 진정한 학문을 할 수 있는 여가‘로 생각했다. 그랬기에 험난한 귀양지에서 여유당전서라는 찬란한 학문적 결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또 한 가지는 고난이 삶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잠잠히 생각해볼 수있어야 한다. 공자가 "곤궁에는 운명이 있음을 알고, 형통에는 때가 있음을 알고, 큰 어려움에 처해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성인의 용기다"라고말했듯이, 자신이 겪는 고난에도 반드시 그 의미가 있음을 알고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지혜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 전제는 평온하고 안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다산은 마음을다스릴 수 있었기에 혹독한 시기를 잠잠히 버티면서 때를 기다릴 수 있었다. 자신뿐 아니라 아들들에게도 "폐족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독서밖에 없다"라고 이르며 미래를 대비하도록 했다. 그 힘이 된 것이 바로 마음의 경전‘, 《심경》이었다. 다산은 《심경》을 읽고 연구하며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다스렸다. - P21
《도덕경》에는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아서 오래 갈 수 있다(지족불욕, 지지불태, 가이장구知足不, 知止不胎, 可以長久)" 라고실려 있다. 만족할 줄 안다는 것은 스스로의 환경과 처지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겸손을 기반으로 한다. 멈출 줄 아는 것은 감정이나 욕망이과잉이라고 판단되면 더 이상 휩쓸리지 말고 잠깐 멈추고 스스로를 돌이켜보는 용기다. 화가 솟아오를 때는 한 번 호흡을 가다듬고, 슬픔에 무너질 때는 무심하게 주위를 둘러보고, 쾌락에 이끌릴 때는 잠깐 멈춰 선다. 이렇게 상황과 그 상황 속에서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라는 작은 신호를 스스로에게 주는 것이다. 매몰되지 않도록 한 걸음 물러섰을 때 자신의 모습을 가감 없이 분명하게 볼 수 있다. 바로 볼 수 있다면 자신의 행동이 바른 도리에 근거하고 있는지를 따질 수 있다. 스스로에게 부끄럽다면 그 일에서 떠나야 한다. 부끄럽지 않다면 과감하게 계속하면 된다. 성인이나 현자가 아닐지라도 일상에서 휘둘리지 않는 연습을 차근차근 실천한다면 적어도 어제보다 나은 사람은 될 수 있을 것이다. - P40
신독이란 보이지 않는 곳에서단정함을 유지하는 태도가 아니다.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단단해진 나를만들어 가려는 간절함이다. - P43
생각을 하는 것은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잠깐 멈추는 것이다. 《대학》〈경1장)에는 이렇게 실려 있다. "멈출 것을 안 다음에야 정해지는 것이 있고, 정해진 후에야 마음이 고요해질 수 있고, 고요해진 후에야 편안해질 수 있고, 편안해진 후에야 생각할 수 있으며, 생각한 후에야 얻을 수 있다(지지이후 유정 정이후 능정 정이후 능안 안이후 능려려이후 능득知止而后 有定 定而后 能靜 靜而后 能安 安而后 能這, 而后 能得)." 무엇을 원하는 생각할 수 있어야 얻을 수 있다. 그 시작은 멈추는 것이다. 분노와 욕심을 가라앉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고요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생각할 수 있으면, ‘화‘라는 감정과 ‘탐욕‘ 이라는 유혹에 휩쓸려 있는 자신이 부끄러워질 것이다. - P76
버린다는 것은자신을 정리하는 처세의 기술이 아니다. 스스로를 솔직하게 들여다볼 줄 아는 마음이다. - P96
오늘날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받는 사람에게 청렴과 의에대해 논하라고 한다면 탁월한 글쓰기 능력과 논리력, 표현력으로 멋지게모범답안을 만들어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써내려간 글을 스스로의 삶에서 얼마나 실천하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최근에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이 늦게나마 밝혀지는 경우가많다. 주로 그들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용기를 내어서 고발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대부분, 아니 거의 전부의 가해자들은 먼저 자신의 행위를 부인하며 상대방에게 증거를 댈 것을 요구한다. 실제로 자신이 그 일을 저질렀는지, 아닌지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 양심을 버린 사람들의 행태다.맹자는 사람에게 사단, 즉 선한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간이 공부하는 이유는잃어버린 마음을 찾기 위해서다. - P188
어른 대접을 받고 싶다면 공부와 생각을 통해 먼저 덕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사람을 바르게 이끄는 사람,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다. 어른은 많이 아는 이가 아니다. 배운 것을 깊이 고민함으로써 작은 욕망과 세상의유혹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다. - P211
마음을 잃어버릴까수시로 돌아보는 사람을 두려워하라
그 다음 필요한 것이 절실하게 묻고 가까이 생각하라(절문근사切問近思)‘다. ‘절문근사‘는 공자의 제자 자하가 공부하는 자세를 가르친 말로 《논어》에실려 있다. 절실하게 묻는다는 것은 간절한 자세로 배움을 구하고 뜻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가까이 생각하라는 것은 일상적인 삶에서부터 실천하는 자세를 말한다. 일상의 삶에서 구현되지 않는 배움은 현실에서 괴리되어 실천하기 어렵다. 《중용》 (12장)에서는 "군자의 도는 넓고도 은미하다. 평범한 어리석음으로도 알 수 있으나, 지극한 이치에 이르러서는 성인이라도 알 수 없는 것이 있다"라고 실려 있다. 지극한 이치를 이루기 위해 체음부터 심오한 철학과 학문만을 추구해서는 이룰 수 없다. 가까운 것에서부터 호기심을 가지고 묻고 해답을 찾으머 학문을 추구할 때 점차 더 깊고심오한 학문으로 다가갈 수 있다. 맹자는 잘 길리주면 어떤 사물이라도 자라지 않는 것이 없다(구득기양무물부장得其義 無物不長)‘고 했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의 삶에서 날마다 선한 기운을 받고 마음을 자라게 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평온하고 온전한 마음으로 회복할 수 있다. 선한 기운을 받는 것은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증자가 하루에 세 번 반성함으로써(일일삼성 日三省) 자신을 돌이켜 보았듯이 날마다 혹 잃어버린 마음은 없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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