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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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주의에 따르면, 만일 당신이 대학에 가지 않아 이런 새로운 경제환경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그 실패는 바로 당신의 잘못이 된다. 사회의상층부에 속하지 못한 모든 사람들은 그것이 자기 잘못에 따른 것이기에 자괴감을 갖게 된다. 그들이 성공한 자들로부터 받는 모욕은 정당한것인 반면 자신은 모멸을 당해 마땅한 존재가 된다. 그런데 정말로 학위가 없고 성공하지 못한 자는 업신여김을 받아 마땅한가?
- P13

내가 가진 재능과, 사회로부터 받은 대가는 과연 온전히 내 몫인가?
아니면 행운의 산물인가? 나의 노력은 나의 것이지만, 그런 노력은 패배자도 하는 것이다. 내가 나의 재능을 가지게 된 것은 우연한 운이다.
나의 노력에 엄청난 대가를 지불하는 사회를 만난 것도 내가 시대를 잘만난 행운의 결과인 것이다.
성공주의의 수사학, 그리고 기술관료적 능력에 대한 이데올로기적예찬은 우리를 엉뚱한 곳으로 이끌고 갈 뿐이다. 여기에 대해 우리는도덕적으로 또 정치적으로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우리는 능력 경쟁을 위해 무장한 사람들보다는, 학위가 없지만 우리 사회에 중요한 기여를 하는 사람들, 자신의 일을 통해 부양가족과 공동체에 기여하는 사람들에게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샌델 교수는 주장한다.
- P15

지난 40년 동안, 시장주도적 세계화와 능력주의적 성공관은 힘을 합쳐서 이런 도덕적 유대관계를 뜯어내 버렸다. 그들이 뿌려 놓은 글로벌보급 체인, 자본의 흐름, 코스모폴리탄적인 정체성은 우리가 동료 시민들에게 덜 의존적이 되고, 서로의 일에 덜 감사하게 되고, 연대하자는주장에 덜 호응하게 되도록 했다. 능력주의적 인재 선별은 우리 성공은오로지 우리가 이룬 것이라고 가르쳤고, 그만큼 우리는 서로에게 빚지고 있다는 느낌을 잃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그런 유대관계의 상실로빚어진 분노의 회오리 속에 있다. 일의 존엄성을 회복함으로써 우리는능력의 시대가 풀어버린 사회적 연대의 끈을 다시 매도록 해야 한다.
- P343

‘사람들은 시장이 각자의 재능에 따라 뭐든 주는 대로 받을 자격이있다‘는 능력주의적 신념은, 연대를 거의 불가능한 프로젝트로 만든다.
대체 왜 성공한 사람들이 보다 덜 성공한 사회구성원들에게 뭔가를 해줘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우리가 설령 죽도록 노력한다고해도 우리는 결코 자수성가적 존재나 자기충족적 존재가 아님을 깨닫느냐에 달려 있다. 사회 속의 우리 자신을, 그리고 사회가 우리 재능에준 보상은 우리의 행운 덕이지 우리 업적 덕이 아님을 찾아내는 것이필요하다. 우리 운명의 우연성을 제대로 인지하면 일정한 겸손이 비롯된다. "신의 은총인지, 어쩌다 이렇게 태어난 때문인지, 운명의 장난인지 몰라도 덕분에 나는 지금 여기 서 있다. 그런 겸손함은 우리를 갈라놓고 있는 가혹한 성공 윤리에서 돌아설 수 있게 해준다. 그것은 능력주의의 폭정을 넘어, 보다 덜 악의적이고 보다 더 관대한 공적 삶으로우리를 이끌어간다.
- P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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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경제적인 하루 - 잘못된 선택 때문에 매일 후회를 반복하는 당신에게 권하는
박정호 지음 / 웨일북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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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 살펴봤던 것처럼 삶을 살아가면서 경제원리와는 무관한 시간은 단 한순간도 없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 스스로 의식하지도 못한재 여러 시행착오를 통해 경제적 의사결정을 배우며 실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학에서 제시하는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도구들을배우고, 이를 바탕으로 시행착오를 줄이면 얻게 될 편익은 그 무엇보다.
많을 것이다. 이 역시 우리가 경제원리에 주목해야 할 또 다른 이유다.
- P50

매킨지 Mckinsey 에서 정기적으로 발간하는 간행물인 매킨지 쿼터리Mckinsey quarterly)에 2010년 게재된 보고서에는 의사결정의 편향성을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업들은 연평균 7%의 수익성 개선을 이끌어냈다는 내용이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분석과직관을 적절히 활용한 의사결정이 가져다주는 혜택은 굳이 부연설명이필요하지 않을 만큼 많은 사람이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지는 쉽게 알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합리적인 결정을 위해서는 익히 알고 활용해왔던 기초적인 개념인 기회비용과 매몰비용도 달리 접근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일견 비분석적인 직관적 의사결정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 P92

근로자에게 평균적인 급여 수준보다 많은 급여를 제공할 경우 생산성이 높아지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는 근로자의 근무 태만을줄이도록 만드는 인센티브가 제공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근무하는 회사가 업계 평균 수준의 임금을 제공하는 회사라면, 비록 근무태만으로 해고당한다 하더라도 비슷한 급여 수준의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 그만이다. 따라서 근무태만으로 인해 해고당할 때 감수해야 할 비용이 그다지높지 않다. 하지만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회사가 업계 평균 이상의 임금을 제공하는 곳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효율임금 수준의 급여를 주는회사에서 해고당할 경우 더 이상 이와 유사한 임금을 받을 기회를 얻지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효율임금을 제공하는 회사에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근무태만으로 해고당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일하게 될 것이다.
- P151

사실 비용편익 분석은 경제학자에게도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반인이 자신의 경제활동의 비용과 편익을 각각 도출해 이를 비교한다는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만큼 비용편익 분석은 난해한 데다 논란의여지도 많으며, 단점들도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용편익 분석은 경제활동을 수행하는데 있어 일관되게 적용할 만한 가치가 충분한 방식이다. 이는 분명 우리에게 여러 경제 현상을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비용편익 분석이 갖고 있는 한계점 또한 문제될 건 없다. 우리가 한계점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다면 말이다. 많은 경제학자가 비용편익 분석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음에도 여전히 선호하는 이유다.
- P140

한번쯤 은행에 다니는 지인들로부터 신용카드 하나만 만들어달라는부탁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들은 미안한 마음에서인지 발급받은 뒤 몇 개월 뒤 곧바로 없애도 된다거나 연회비를 면제해줄 테니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귀띔한다. 무심코 지나친 이들의 권유는 앞서 소개한 모기를 잡기 위해 강력한 살충제를 뿌려 큰 낭패를 본 보르네오 주민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 모르긴 몰라도 해당 은행은 신용카드 하나를발급하기 위해 다양한 행정 처리와 발급 절차를 거쳤을 것이다. 그리고이러한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비용이 투여된다. 보르네오 주민들이 모기를 제거해야 한다는 지협적인 목표만을 생각한 것과 같은 문제다. 단순히 신용카드 발급 수에만 관심을 보인 은행의 잘못된 인센티브 제도의 폐해다. 신용카드 발급 수를 기준으로 인사 고과를 평가할 경우 어떠한 상황이 전개될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탓이다.
- P182

불안정한 인플레이션이 가져오는 또 다른 폐해에는 건전한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점도 있다. 특정 사회가 건전한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는 것은 해당 사회가 경제적 유인체계에 기초해 정상적으로 기능하고있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월급의 일부를 아껴 성실히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이에 상응하는 보상이 이루어지는 사회, 현명한 금융투자를 통해장기적으로 자신의 재무설계를 수행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 지금 판 - P344

그런데 예측하지 못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유발되면 이러한 정상적이고 건전한 경제활동을 위축시킨다. 비정상적인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일확천금을 얻거나,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으려 했던 투자자들은 오히려 손실을 보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가 건전한 경제활동을 계획하고 수행하려 할까? 인플레이션이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엄청나다.
-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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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마지막 공부 - 마음을 지켜낸다는 것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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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이란 타인이나를 무시했을 때가 아니라스스로가 자신에게 거는 기대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부끄러움을 느낄 줄 아는 감정이다.
- P123

사람이 도를 추구하는 것도, 욕망을 따르는 것도 모두 즐거움 때문이다. 도도 마찬가지지만 욕망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도가 주는 즐거움은 깊고 은은하고 오래 가지만 욕망이 주는 즐거움은 얕고 천박하다. 도는 그 존재로서 즐거움을 주지만 욕망은 행위로써 즐거움을 주기때문이다. 따라서 욕망의 즐거움은 행위가 끝나면 바로 사라진다. 그리고반드시 허무함이 남기 마련이다. 이러한 허망한 욕망을 막아주는 것이 바로 도라고 성현들은 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욕망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공자가 말했던 것처럼 완성된 사람이 될 수 없기에 어쩔 수없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 P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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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마지막 공부 - 마음을 지켜낸다는 것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조윤제 지음 / 청림출판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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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들은 모두 고난이 사람의 삶에서 어떤 유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고난을 겪는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좋은 결과를얻지는 않는다. 어떤 이는 고난을 통해 놀라운 일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어떤 사람들은 고난에 치여 무너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 차이는 바로 고난을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그것을 다산이 말해주고 있다.
먼저, 고난을 이겨내고 큰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난을 받아들이는 긍정적인 마음이 있어야 한다. 다산은 중년에 닥친 고난을 세속의길에서 벗이나 진정한 학문을 할 수 있는 여가‘로 생각했다. 그랬기에 험난한 귀양지에서 여유당전서라는 찬란한 학문적 결실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또 한 가지는 고난이 삶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잠잠히 생각해볼 수있어야 한다. 공자가 "곤궁에는 운명이 있음을 알고, 형통에는 때가 있음을 알고, 큰 어려움에 처해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성인의 용기다"라고말했듯이, 자신이 겪는 고난에도 반드시 그 의미가 있음을 알고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지혜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 전제는 평온하고 안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다. 다산은 마음을다스릴 수 있었기에 혹독한 시기를 잠잠히 버티면서 때를 기다릴 수 있었다. 자신뿐 아니라 아들들에게도 "폐족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독서밖에 없다"라고 이르며 미래를 대비하도록 했다. 그 힘이 된 것이 바로 마음의 경전‘, 《심경》이었다. 다산은 《심경》을 읽고 연구하며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다스렸다.
- P21

《도덕경》에는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멈출 줄 알면 위태롭지 않아서 오래 갈 수 있다(지족불욕, 지지불태, 가이장구知足不, 知止不胎, 可以長久)" 라고실려 있다. 만족할 줄 안다는 것은 스스로의 환경과 처지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줄 아는 겸손을 기반으로 한다. 멈출 줄 아는 것은 감정이나 욕망이과잉이라고 판단되면 더 이상 휩쓸리지 말고 잠깐 멈추고 스스로를 돌이켜보는 용기다. 화가 솟아오를 때는 한 번 호흡을 가다듬고, 슬픔에 무너질 때는 무심하게 주위를 둘러보고, 쾌락에 이끌릴 때는 잠깐 멈춰 선다.
이렇게 상황과 그 상황 속에서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라는 작은 신호를 스스로에게 주는 것이다.
매몰되지 않도록 한 걸음 물러섰을 때 자신의 모습을 가감 없이 분명하게 볼 수 있다. 바로 볼 수 있다면 자신의 행동이 바른 도리에 근거하고 있는지를 따질 수 있다. 스스로에게 부끄럽다면 그 일에서 떠나야 한다. 부끄럽지 않다면 과감하게 계속하면 된다. 성인이나 현자가 아닐지라도 일상에서 휘둘리지 않는 연습을 차근차근 실천한다면 적어도 어제보다 나은 사람은 될 수 있을 것이다.
- P40

신독이란 보이지 않는 곳에서단정함을 유지하는 태도가 아니다.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단단해진 나를만들어 가려는 간절함이다.
- P43

생각을 하는 것은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잠깐 멈추는 것이다. 《대학》〈경1장)에는 이렇게 실려 있다.
"멈출 것을 안 다음에야 정해지는 것이 있고, 정해진 후에야 마음이 고요해질 수 있고, 고요해진 후에야 편안해질 수 있고, 편안해진 후에야 생각할 수 있으며, 생각한 후에야 얻을 수 있다(지지이후 유정 정이후 능정 정이후 능안 안이후 능려려이후 능득知止而后 有定 定而后 能靜 靜而后 能安 安而后 能這, 而后 能得)."
무엇을 원하는 생각할 수 있어야 얻을 수 있다. 그 시작은 멈추는 것이다. 분노와 욕심을 가라앉히는 것도 마찬가지다. 고요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생각할 수 있으면, ‘화‘라는 감정과 ‘탐욕‘ 이라는 유혹에 휩쓸려 있는 자신이 부끄러워질 것이다.
- P76

버린다는 것은자신을 정리하는 처세의 기술이 아니다.
스스로를 솔직하게 들여다볼 줄 아는 마음이다.
- P96

오늘날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받는 사람에게 청렴과 의에대해 논하라고 한다면 탁월한 글쓰기 능력과 논리력, 표현력으로 멋지게모범답안을 만들어낼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써내려간 글을 스스로의 삶에서 얼마나 실천하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최근에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과거에 저질렀던 잘못이 늦게나마 밝혀지는 경우가많다. 주로 그들로부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용기를 내어서 고발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 대부분, 아니 거의 전부의 가해자들은 먼저 자신의 행위를 부인하며 상대방에게 증거를 댈 것을 요구한다. 실제로 자신이 그 일을 저질렀는지, 아닌지는 전혀 고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 양심을 버린 사람들의 행태다.맹자는 사람에게 사단, 즉 선한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간이 공부하는 이유는잃어버린 마음을 찾기 위해서다.
- P188

어른 대접을 받고 싶다면 공부와 생각을 통해 먼저 덕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 사람을 바르게 이끄는 사람,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다. 어른은 많이 아는 이가 아니다. 배운 것을 깊이 고민함으로써 작은 욕망과 세상의유혹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다.
- P211

마음을 잃어버릴까수시로 돌아보는 사람을 두려워하라

그 다음 필요한 것이 절실하게 묻고 가까이 생각하라(절문근사切問近思)‘다.
‘절문근사‘는 공자의 제자 자하가 공부하는 자세를 가르친 말로 《논어》에실려 있다. 절실하게 묻는다는 것은 간절한 자세로 배움을 구하고 뜻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가까이 생각하라는 것은 일상적인 삶에서부터 실천하는 자세를 말한다. 일상의 삶에서 구현되지 않는 배움은 현실에서 괴리되어 실천하기 어렵다. 《중용》 (12장)에서는 "군자의 도는 넓고도 은미하다.
평범한 어리석음으로도 알 수 있으나, 지극한 이치에 이르러서는 성인이라도 알 수 없는 것이 있다"라고 실려 있다. 지극한 이치를 이루기 위해 체음부터 심오한 철학과 학문만을 추구해서는 이룰 수 없다. 가까운 것에서부터 호기심을 가지고 묻고 해답을 찾으머 학문을 추구할 때 점차 더 깊고심오한 학문으로 다가갈 수 있다.
맹자는 잘 길리주면 어떤 사물이라도 자라지 않는 것이 없다(구득기양무물부장得其義 無物不長)‘고 했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의 삶에서 날마다 선한 기운을 받고 마음을 자라게 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평온하고 온전한 마음으로 회복할 수 있다. 선한 기운을 받는 것은 성찰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증자가 하루에 세 번 반성함으로써(일일삼성 日三省) 자신을 돌이켜 보았듯이 날마다 혹 잃어버린 마음은 없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 P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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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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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바른 심성을 왜 자기 자신에겐 돌려주지 못했을까?
왜 자신에게만은 친절한 사람이 되지 못했을까?
오히려 그 바른 마음이 날카로운 바늘이자 강박이 되어그녀를 부단히 찔러온 것은 아닐까?

주로 가난한 이가 혼자 죽는 것 같다. 그리고 가난해지면더욱 외로워지는 듯하다. 가난과 외로움은 사이좋은 오랜벗처럼 어깨를 맞대고 함께 이 세계를 순례하는 것 같다. 현자가 있어, 이 생각이 그저 가난에 눈이 먼 자의 틀에 박힌시선에 불과하다고 깨우쳐주면 좋으련만,
생사를 놓고 고민할 만큼 인간을 궁지로 몰아붙인 지대하고 심각한 문제들, 죽은 이의 마지막 순간, 마지막 머문곳까지 찾아와 암울하고 축축한 얼룩으로 물들인 가난이나외로움 따위는 죽음의 문을 넘는 순간부터 아무런 가치도없어지고, 그 아무리 중차대한 것조차 하찮게 웃어넘길 수있는 것이 돼버린다면 참 기쁠 것 같다.
- P47

그 누구라도 자기만의 절실함 속에서 이 세계를 맞닥뜨린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사치의 이면에는 어릴 때부터뼈에 사무친 경제적 결핍감이, 사랑의 소품으로 집 안 곳곳을 장식하려는 마음 밑동에는 사랑받지 못하고 버림받을지모른다는 두려움이 뿌리를 내린 채 복잡하게 얽히고설켰는지도 모른다.
- P109

당신은 사랑받던 사람입니다. 당신이 버리지 못한 신발상자 안에 남거진 수많은 편지와 사연을 그 증거로 제출합니다. 또 당신이 머물던 집에 찾아와 굳이 당신의 흔적을 보고 싶어한 아버지와 어머니, 홀로 방에 서서 눈물을 흘리던당신의 동생을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그들은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아직 당신이 살아 있을 때, 병에 걸려 고동 받으면서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만은 질대 잊지 않았던 사람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남긴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지고 지워질 테지만, 당신이 남긴 사랑의 유산만은 누구도 독점하지 못하고,또 다른 당신에게, 또 다른 당신의 당신에게 끝없이 전해질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당신을 사랑합니다. 부디 이 사실 하나만은 당신에게 전달되길 바라며, 모자라고 부끄러운 글월을부칩니다.
당신이 머문 곳을 지운, 이름 없는 청소부 올림,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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