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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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고 바른 심성을 왜 자기 자신에겐 돌려주지 못했을까?
왜 자신에게만은 친절한 사람이 되지 못했을까?
오히려 그 바른 마음이 날카로운 바늘이자 강박이 되어그녀를 부단히 찔러온 것은 아닐까?

주로 가난한 이가 혼자 죽는 것 같다. 그리고 가난해지면더욱 외로워지는 듯하다. 가난과 외로움은 사이좋은 오랜벗처럼 어깨를 맞대고 함께 이 세계를 순례하는 것 같다. 현자가 있어, 이 생각이 그저 가난에 눈이 먼 자의 틀에 박힌시선에 불과하다고 깨우쳐주면 좋으련만,
생사를 놓고 고민할 만큼 인간을 궁지로 몰아붙인 지대하고 심각한 문제들, 죽은 이의 마지막 순간, 마지막 머문곳까지 찾아와 암울하고 축축한 얼룩으로 물들인 가난이나외로움 따위는 죽음의 문을 넘는 순간부터 아무런 가치도없어지고, 그 아무리 중차대한 것조차 하찮게 웃어넘길 수있는 것이 돼버린다면 참 기쁠 것 같다.
- P47

그 누구라도 자기만의 절실함 속에서 이 세계를 맞닥뜨린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사치의 이면에는 어릴 때부터뼈에 사무친 경제적 결핍감이, 사랑의 소품으로 집 안 곳곳을 장식하려는 마음 밑동에는 사랑받지 못하고 버림받을지모른다는 두려움이 뿌리를 내린 채 복잡하게 얽히고설켰는지도 모른다.
- P109

당신은 사랑받던 사람입니다. 당신이 버리지 못한 신발상자 안에 남거진 수많은 편지와 사연을 그 증거로 제출합니다. 또 당신이 머물던 집에 찾아와 굳이 당신의 흔적을 보고 싶어한 아버지와 어머니, 홀로 방에 서서 눈물을 흘리던당신의 동생을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그들은 당신을 사랑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아직 당신이 살아 있을 때, 병에 걸려 고동 받으면서도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만은 질대 잊지 않았던 사람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당신이 남긴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지고 지워질 테지만, 당신이 남긴 사랑의 유산만은 누구도 독점하지 못하고,또 다른 당신에게, 또 다른 당신의 당신에게 끝없이 전해질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당신을 사랑합니다. 부디 이 사실 하나만은 당신에게 전달되길 바라며, 모자라고 부끄러운 글월을부칩니다.
당신이 머문 곳을 지운, 이름 없는 청소부 올림,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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