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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는 스스로 오지 않는다 - 1퍼센트 희망의 승리
레이마 그보위 지음, 정미나 옮김 / 비전과리더십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201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라이베리아인. 처음 나라 이름을 들었을 때는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몰랐다. 전쟁이 있었던 나라. 우리나라 옛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눈앞에서 일어났던 일을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적어 놓은 책 이였다. 책을 읽는 다는 느낌 보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가 들려주시던 전쟁이야기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눈 앞 에서 생생히 그려지는 이야기. 직접 겪은 사람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 가슴 깊은 곳에 상처로 남아있는 이야기마저도 사실적으로 적어나간 그녀가 대단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내 나이 30. 나에겐 아이도 하나있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엔 너무 늦었고, 내가 책임져야 하는 아이도 있다 라는 생각에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엔 두려움이 먼저 앞선다. 하지만 그녀는 나보다 더 많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했고, 그 땐 이미 그녀에게 나보다 많은 아이가 있었다. 아마 그녀의 상황과 같은 상황인 사람 10명을 붙들고 물어본다면 그녀와 같은 선택을 할 사람은 아마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선택에 적극 지지해준 엄마와 언니가 없었다면 아마 그녀도 그런 선택을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엄마로써 아이들을 보지 못하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그녀의 선택은 더욱 대단했다. 비참했던 과거의 일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작은 시작을 선택한 그녀는 큰 결과를 이루었다. 배우지 못하고, 가진 것 없는 상황에서 그녀는 대단한 업적을 이룬 것이다.
‘왜 나서느냐고요? 전투원들에게 강간당한 피해자들이니까요! 전쟁으로 남편을 읽었으니까요, 우리 아이들이 강제로 군대에 끌려가고 있으니까요. 그동안 우리가 손 놓고 가만히 앉아만 있어서 우리 아이들이 끌려가고 있는 거라고요!
이 글귀를 읽으면서 충격을 받았다. 아무것도 배운 것 없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여자들. 그저 자신의 삶에 한탄하며 울먹이던 약한 존재였던 그들을 각성시킬 수 있는 말이 아닐까? 피해자라는 생각으로 한없이 웅크려들던 그들을 바깥으로 나오게 할 수 있던 힘은 그녀의 이 말이 아니었나 싶다.
그녀의 영화 ‘악마여, 지옥에나 가라’가 우리 나라에서도 개봉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여러 나라에서 그녀의 이야기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바꾸었을 것이란 느낌이 들었다. 우리 나라는 언제든 전쟁을 겪을 수 있고, 전쟁이 일어날 나라이지만 전쟁이라는 단어가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그저 막연한 단어로는 전쟁이 일어났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 어떤 피해를 입게 되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이 책 한권으로 나는 전쟁이라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충격적인 것인지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우리 나라에 일어날 수도 있는 일에 대비하고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또,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면서 주눅 들어 있는 사람들이 그녀처럼 당당하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