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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정신병자다 - 정신질환을 극복하는 칼 융의 힐링 마인드 스토리
최금락 지음, 정재훈.이시혁 그림, 유광남 기획 / 스타북스 / 2019년 5월
평점 :

정답.
세상 살면서 한 번도 미쳐보지 않은 사람이 한명이라도 있을까?
정신병.
감기나 골절 같은 병에 비해 어감이 좋지 않다.
왜 우리는 정신이 아픈 것은 이리도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일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가장 먼저 접한 정신병은 바로 우울증이었다.
첫째가 아주 쉽게 키울 수 있는 아이였기에 나는 우울증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이가 잘 때 청소하고 자고 씻으면 되는 현실.
나는 산후우울증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둘째를 낳고 나는 우울증 입구까지 갔었던 것 같다.
심한 아토피로 인해 하루 종일 긁고 우는 아이.
조금만 건들이면 살이 터져 피가 흐르는 아이.
그것이 꼭 내가 태교를 잘 못해서 그런 것 같다는 죄책감.
독박으로 두 아이를 키우며 풀지 못하는 스트레스가 쌓여만 가고, 그 와중에 아이가 아픈 것을 내 탓인 양 자책까지.
처음 겪어보는 아픔이었기에, 처음 접해보는 증상이었기에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감기라면 매년 경험 하던 것이었기에 쉽게 병원을 찾아갈 수 있었다.
병원을 가지 않아도 따뜻한 물을 마시고, 비타민을 섭취하고, 푹 쉬면 쉽게 낫는 병이라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산후우울증은 달랐다.
평생 처음 겪어보는 증상.
그리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정신과라는 병원.
내가 산후우울증이라는 생각은 하지만 병원에 갈 엄두를 못 낸다.
이상하니까.
해보지 않은 일이니까.
지금은 생각이 달라지고 있다.
정신이 아프면 정신과를 가는 것이 맞다.
우리가 어릴 적 알던 정신병과는 다른 것이다.
어디든 병원에 갈만큼 아픈 부위를 방치하면 곪아 썩어 문드러진다.
정신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이런 정신병도 감기와 마찬가지로 초기엔 쉽게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요즘엔 서점에 가도 흔하게 정신에 관련된 책을 볼 수 있다.
특히나 이번 책은 제목부터 정답이었다.
우리 모두는 정신병자다.
칼 융.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융의 분석심리학은 자아가 무의식의 여러 측면을 발견하고 통합하는 무의식의 자기 실현과정이다.
정신적으로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의식과 무의식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지만 개인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사회가 원하는 모습, 즉 ‘페르소나’를 취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다른 인격적 측면이 무의식 속에 억압되면 그렇게 억압된 만큼의 보상을 치러야 한다.
이처럼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에서 균형이 깨지면 히스테리와 정신질환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그의 이 이론을 토대로 원인과 치유를 알려주는 책.
주변에서 흔하게 접하는 정신병인 피해망상, 공황장애, 신체변형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망상장애, 해리성장애, 우울증과 세월호 트라우마 그리고 융의 어록.
어렵고 장황하게 설명하는 글이 아니었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만화라는 친근한 방법을 통해 알려주는 조금은 입 밖에 꺼내기 어려운 주제들을 통한 정신병의 이해.
특히나 인상 깊었던 것이 독백을 통해 이야기 하는 부분이었다.
모든 병은 스스로 인정하고 그 병을 치료하기 위한 과정을 거쳐야한다.
스스로 나을 수 있는 아주 미미한 병도 있을 테지만 그 정도는 어느 정도의 의지만 있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병이라는 것도 모르고 넘어갈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는 환자의 경우 대부분 혼자 의지로 낫기엔 이미 너무 진행이 된 상황이었고, 그런 사람들의 특징을 잡아주며 어떤 원인으로 인해 이러한 병이 생기게 되었는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마음먹어야 이 병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었다.
나의 상황이 보여주는 병의 초기.
그 초기단계를 무시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모습.
이 책을 통해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마음먹어 보세요.
저렇게 행동해보세요.
이런 것을 알려주는 책은 많다.
하지만 이처럼 쉽게 이론부터 치료법까지 알려주는 책은 없었다.
사람이 얼마나 상처받기 쉬운 존재인지.
또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은 관심과 사랑이라는 것을 안다는 것.
하지만 각박한 현실은 치유보다 상처를 더 깊게 한다는 것.
심리학에 궁금한 것이 많은 사람이라면 강력 추천해주고 싶은 책.
그리고 내 심리상태를 확인해보기 위해 가볍게 읽어도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