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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씨를 먹이면 ㅣ 이야기 속 지혜 쏙
김해원 지음, 김창희 그림 / 하루놀 / 2019년 5월
평점 :

우리 고전 동화는 제목만 보고는 내용이 기억이 나지 않다가 책을 읽고 나면 아..하는 이야기들이 많다.
오래전 엄마 무릎 베고 듣던 이야기.
아이를 위해 펼친 책에 내가 추억 속으로 소환되는 느낌이다.
호박씨를 먹이면.
이번 이야기를 읽기 전 아이와 호박씨라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았다.
호박씨.
어릴 적 할머니 집에 가면 그늘진 처마 밑 한편에 항상 보았던 호박씨.
하지만 내 아들은 호박씨도 먹느냐는 반응이다.
이 책을 읽기 전 노란 늙은 호박을 보여주고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 호박씨는 어떻게 먹는 것인지 설명을 해주었다.
요즘은 늙은 호박을 직접 갈라 호박씨를 말릴 일이 잘 없기에 이 또한 아이들은 모르는 옛날이야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후 읽어보는 이야기.
주막에 묵고 가는 사람들이 맡겨두었다 놓고 가버리는 짐들.
어느 날부턴가 그 짐에 욕심을 가지게 되는 주막 영감.
손님이 두고 간 물건이 아니라, 맡기는 순간부터 잊고 가길 기대하게 되는 상황이 생기고 만다.
어느 날 돈궤를 맡기는 손님.
쓰다듬고 어루만지며 이 돈궤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궁리를 하는 주막 영감.
그러다 떠오른 이야기.
호박씨를 먹이면 뭐든 까맣게 잊어버린다는 말.
까기 힘든 호박씨를 손수 까서 손님에게 먹여주며 돈궤를 잊어버리길 기대하는 주막영감.
까고 까고 또 까고.
손이 아려와도 또 까고.
그렇게 까서 먹였는데도 잊지 않고 돈궤를 찾아 길을 떠나는 손님.
손님이 떠나고서야 돈궤에 신경을 쓰느라 방값을 받지 않은 것을 알게 된다.
욕심내다 방값만 떼인 주막영감을 보며 아이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호박씨도 공짜로 까주고, 짐도 공짜로 맡아주고, 방도 공짜로 줬다며 욕심쟁이는 벌 받은 거라고 말한다.
아주 확실한 교훈을 안겨주는 이야기.
아이와 함께 책장을 넘기며 이야기 해보기에도 무리가 없었고, 각 페이지에 그려진 그림도 좋았다.
주막영감의 확실한 표정변화가 재미있어 아이와 그림을 보며 계속 웃을 수 있었다.
고전 이야기의 경우 아이들이 그림을 무서워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이번 이야기는 그림 또한 아기자기 귀여워 보였고, 배경그림도 고전의 멋을 잘 살린 것 같았다.
밝고 선명한 요즘 애니메이션의 그림을 많이 접한 아이들이 고전그림의 멋을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어 아쉬웠는데 이번 그림은 나 역시 재미있다 느낄 만큼 좋았던 것 같다.
아이에겐 교훈을, 나에겐 추억을 가져다 준 책이기에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