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1.

요양원
장애인

개인의 부족함으로 돌리지 말고 환경을 바꾸려 노력하자

사회적으로 구성된 환경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때, 우리는 그것을 본인 잘못으로 여기곤 한다. 문제를 환경 탓으로 돌리거나 욕구가 충족되도록 구성을 바꾸려는 시도는 좀체 하지 않는다. 부엌 꼭대기 선반의 접시에 손을 뻗다가 사고로 떨어뜨리면 자기 부주의로접시를 깨뜨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때 접시에 손을 뻗으면서 딴생각을 한 탓이라고 여긴다면 기분이 좀 나아질 것이다. 그 선반이나보다 키 큰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탓임을 인식한다면 더욱 나아질 것이고 말이다. 이런 깨달음과 함께 ‘나‘의 필요에 더 잘 맞도록 선반을 다시 설계하기로 결정할 수도 있다. - P152

‘유니폼‘을 없애자 나는 과거에 얻은 특정 지위가 아닌 현재에 놓인 한 사람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이는 아주 신나는 일이었고,
나는 끔찍하게만 여겨지던 요양원에서의 시간을 고대하기 시작했다.
나는 곧 간호사들에게도 유니폼을 벗어던지라고 권했다. 처음에는 완강히 반대했지만 그들도 결국 나를 따랐다. 그 요양원에서 내가 하던 일은 연구가 아니라 자문이었으므로 데이터는 수집하지 않았지만, 일단 유니폼을 벗어 버리자 뚜렷한 변화가 생겨났다. 사람들이 서로 교류하기 시작한 것이다. 노인들과 간호사, 의사, 자문 위원 사이에는 여전히 나이와 지위 같은 차이가 존재했지만, 이러한차이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일이 줄어들었다. 노인들은 간호사를 부르는 일이 적어졌고, 간호사들은 노인들을 좀 더 존중하는 듯했다.
도대체 왜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바깥세상이 이처럼 의료 기관에서 도우려 하는 취약한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것일까?
어쩌면 그 해답을 과거의 경험이 종종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현재 행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조명하고 있는 사회 심리학 연구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아주 사소한 일에서도 과거의 경험이 두드러진 영향력을 미치는 경우는 꽤나 흔하다. - P155

<도전이 길러 주는 의식 집중도>
요양원에서는 노인들을 위해 일상을 가능한 한 쉽고 편하게 유지한다. 겉보기는 좋은 일이다. 그러나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면 성취감을 느낄 여지 또한 거의 없다. 정말로 쉬운 인생을 살기 바란다면, 초보자 코스에서만 스키를 타고, 악기로는 음계 연주로만 만족할 것이며, 혹시라도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일은 드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지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또는 양쪽 모두 도전하기를 원한다. 새로운 것을 배워 숙달하면 기분이 좋아질 뿐 아니라 우리에게 이롭고 건강에도 좋은 의식 집중도를 길러준다. 이미 잘하는 상태보다는 잘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과정에서 의식을 집중하기 때문에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노인들은 이 같은 이점을 자주 쉽사리 박탈당한다. 우리는 그들의삶을 너무 쉽게 만들 뿐만 아니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도 없으면서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지나치게 도움을 주려 한다. 돕는 사람 입장에서는 남을 돕는 행위가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주겠지만, 자꾸 반복되다 보면 도움을 받는 사람은 스스로를 무능하다고 느낄 것이다.
하버드 의과 대학교의 제리 에이본(Jerry Avorm) 박사와 나는 노인들에게 과제를 맡긴 다음, 직접적인 도움을 주거나 그들 스스로 해결하도록 내버려 두고 관찰해 보았다. 4 결과는 명확했다. 도움을 받은 이들의 과제 수행 성적이 가장 나빴다. 다른 사람들을 돕는 손길을 중단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상황에 놓일 때마다 한번 더생각하고, 좀 더 시간을 주면 상대방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의문을 품어 보라는 이야기다. 혼자 해결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건강해지도록 스스로를 돕는 셈이다. - P159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만족시킬 기회가 주어진다면, 장애인과 맞닥뜨렸을 때 덜 피하게 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우리는 먼저 참가학생들에게 일방 투시 유리로 다리에 커다란 보조기를 찬 사람을 관찰하도록 한 뒤, 곧이어 한 방에 있을 때 학생들이 그 사람과 얼마나가까이 앉는지 그 거리를 측정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놀라울 것도없이 갑자기 그 사람을 소개받고 함께 앉으라는 요청을 받은 학생들보다 미리 구경한 학생들이 더 가까이 앉았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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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 무엇이 우리를 병들게 만드는가?

- 현대인들은 자유(특별히 자율로서의 자유)를 절대로 빼앗길 수 없는 가치이자 권리로 생각한다. 모두 삶을 살아감에 있어 ‘나만의 것‘을 보존하고 자신에 대한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모순적이게도 우리는 일상에서 수많은 것들에 자율성을 쉽게 내준다. 나의 건강상태에 대한 판단을 의사와 약사에 전적으로 맡기고, 사회에 대한 나의 주관을 (내가 어디선가 접했던) 통계적 결과에 기대어 형성하고, 내가 직접 경험하지 못한 분야에 대한 이미지를 미디어에서 접한 편집된 사실들로 형성한다. 이 말은 의학적 검진, 통계적 결과, 언론 정보들에 반대한다는 말이 아니다. ˝내가 반대하는 것은 그것들에 아무 생각 없이 의존한 끝에 만들어지는 무의식적인 상태이다˝. 저자는 이러한 자율성의 상실을 건강과 관련하여 썼지만 오늘날 자율성의 상실, 혹은 주체성의 상실은 비단 신체적 건강 분야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눈 뜰 때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수많은 정보를 마주하는 삶에서 우리는 우리가 접하는 것들에 의해 사회와 자신에 대한 관념을 형성하고 그것을 기초로 행위를 선택하고 결정한다.
여기에 세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는, 우리가 접하는 정보는 대상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보편적인 정보가 아니다. 예를 들어 책 속에서 든 예시처럼 우리는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감퇴한다‘를 마치 당연한 사실로 여긴다. 그러나 이 말은 보편적인 게 아니다. 단지 여러 통제된 연구들의 결과로 드러난 ‘일반적인‘ 사실이다. 일반적이라는 것은 예외가 존재한다는 것을 내포한다. 실제로 여러 연구로부터 기억력 감퇴와 나이는 상관관계가 없으며 오히려 자신이 의미있다고 지각하는 것들에 따라 기억력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재밌는 예시로는 상반된 건강 관련 기사들을 들 수 있다. 어떤 기사에서 ‘아침에 먹으면 좋은 음식‘이라 소개된 것이 다른 기사에서는 ‘아침에 먹으면 좋지 않은 음식‘이라 소개되기도 하며, 어떤 곳에서는 걷기가 최고의 다이어트라 하고 어떤 곳에서는 아무리 걸어도 다이어트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 하기도 한다. 들여다보면 이는 각자 ‘아침‘, ‘다이어트‘ 등에 대한 해석이 조금씩 달라서 발생하는 결과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우리가 접하는 정보들은 생산자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 정보를 생산하는 주체의 관점이 배제되기 힘든 것이다.
이와 연결되는 두 번째 문제는 그러한 정보들이 ‘연구결과‘, ‘과학적 통계‘, ‘기사‘, ‘전문가의 말‘ 등 객관성을 담보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틀에 담겨 제공된다는 것이다. 이는 그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쉽게 받아들이게 하고 쉽게 퍼트리게 한다. 그렇게 공유되고 수용되는 정보들은 일상 속 우리의 무의식에 침투하여 주체적인 사고를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것을 잘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더 편안하게 생각하며 벗어나지 못할까?
여기에 세 번째 문제가 있다. 인간의 확증 편향 문제다. 확증 편향이란 사람들이 외부와의 상호작용에 의해 자신의 어떤 관념이 일단 형성되면,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것들만을 더 주목하고 그렇지 않은 것들은 무시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러한 확증편향은 앞선 경로를 통해 들어온 정보가 우리의 무의식을 더욱 강하게 잠식하도록 도와준다. 이는 정치적 태도나 특정 집단에 대한 인식(이미지)에 관해 생각했을 때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보수 정당을 보다 선호하는 사람은 보수 정당에 우호적인 언론의 뉴스를 선택적으로 챙겨본다. 진보 성향을 지닌 사람도 마찬가지다. 또 다른 예시로, 여러 말들이나 기사들을 통해 한의학을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같은 기사들과 댓글들에 더 주목하며 자신의 생각의 정당화 근거를 강화해간다. 한의학으로 도움을 받았던 경험이나 그에 우호적인 정보는 무시하거나 예외로 간주한다. 이러한 태도에는 자신이 지닌 관점이 객관적이고 보편타당한 진실이라 믿는 믿음에 근거해있다. 이 믿음은 또 다시 선택적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강화된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은 다양한 관점의 정보들을 비판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게 한다. 이와 같은 악순환을 통해 우리는 균형잡힌 관점에서 더욱 멀어지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신이 더욱 강해진다. 이처럼 확증편향에 따른 믿음은 외부의 것들이 무의식을 더욱더 잠식하게 함으로써 자신과 사회에 대한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특히 자기 자신에 대한 주체적인 사고를 가능하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마치 자기 자신은 정당한 근거에 의해 주체적이고 매우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는 착각까지 만들어 낸다. 나는 이것이 오늘날 한국 사회의 소통의 문제를 불러 일으킨 주요 요인 중 하나이고, 자유를 외치지만 누구보다 사회에 맞춰 살아가는 사람들이 양산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사람들은 요양원에서의 삶을 사는 것과 같다. 나에게 맞춰진 삶이지만 사실은 나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삶.

글이 너무 길어지니...짧게 쓰자면
+)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는 태도가 근본적으로 필요할 것. 그런 태도로부터 서로에 대한 관용을 기반으로 소통할 수 있을 것.(가능할까?그래야 할 텐데) + 객관성에 대한 환상 내려놓을 것. (우리는 공룡을 실제로 본 적이 한번도 없다) 즉, 객관적이라 여겨지는 사실에 대한 무비판적 태도를 내려놓고 가변성을 캐치할 것(요게 저자의 핵심주장).

*결코 전문가의 판단이나 기사, 통계가 무용하다는 게 아님. 그게 아니라 수없이 다양하고 어떤 때는 상반되기까지 하는 정보들을 객관성, 전문성 등의 이름 아래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태도가 주체성의 상실과 불통을 일으킨다는 것.

요양원에서 지내 보지 않은 사람이 그곳의 삶을 상상하기란 쉽지않다. 개인의 방으로 이어지는 문이 언제나 열려 있고, 모든 일이 나를 위해 이루어지지만 일정에 내 의사가 반영되지는 않는다. 식사는 물론이고 샤워는 언제 할지, 어디에 갈 수 있고 없는지 결정하는 일이 모두 나의 권한 밖이다. - P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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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

신기하다. 책에는 처음 책을 집어들었을 때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배움들이 많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사실 부모님과 나에게 ‘나이에 순응하지 말고 나 자신이 주도권을 갖고 생산적으로 살자!‘ 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서 산 건데, 그 메시지를 전하는 깊이가 깊다보니 그 이상으로 얻는 깨달음들이 있다. 내가 당연시 여겼던 통계적 이론들을 하나하나 새롭게 보게 된다는 게 좋다.

대표적인 게 공룡의 생김새. 우리는 공룡의 생김새에 대한 공통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사실 공룡을 진짜 본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지금까지의 발견들을 통해 그럴 듯하게 맞춘 모습을 무의식적으로 ‘공룡‘이라고 그냥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이러한 인간의 특성들을 간파함으로써 더 넓은 세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 우리는 가변성에 집중해야 한다. 천식 환자도 매일의 상태가 다르다. 우울증도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우리가 그 미세한 가변성에 주목하는 대신 모든 것에 ‘천식으로 인한 기침‘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모든 감정에 ‘우울‘이라는 단일한 속성을 적용한다면 감정은 그 용어의 익숙함에 숨어버린다. 이 상태는 제대로 살고 있는 게 어니라 단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 신경 과학 분야의 연구에 비춰보면 기억되는 것은 나이와 상관 없이 의미 있는 것이다. 즉, 나이가 젊은 사람이 더 잘 기억하는 게 아니라 나이에 관계 없이 인간은 자신에게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것을 더 잘 기억한다는 것.

- 우리는 의식을 집중해 미묘한 차이를 감지해야 한다. 바람과 욕구, 재능, 기령 안에서 가변성에 주목하면 결과적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더 큰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안다고 생각하고 대상을 고정시켜 버리면 비유적으로든 문자 그대로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볼 수 없다.

- 연로한 부모님을 대할 때 어른이 된 자녀들은 종종 무기력함을 느낀다. 그래서 부모를 아기처럼 다루거나 과잉보호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를테면 보청기를 낄지 말지는 자신이 아닌 부모의 선택임을 잊는 것이다. 오히려 부모님의 청력 상실이 두드러질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분간하여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이렇게 하지 않고 부모님이 노쇠했다고 여기며 청력 상실에 대해 도움이 안 되는 발언을 하고나 불필요하게 고함을 지른다. 그러지 말고 안정성이라는 함정에서 나와 가변성을 인식해야 한다.

결국 3장의 요지는 ˝의식을 집중하여 차이를 알아차려라˝는 것이다. 이는 삶에 활기를 불어넣지 절대로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우리는 공룡의 생김새에 관해 꽤 그럴듯한 그림을 갖고있다. 그렇지만 진짜 공룡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처음에는 우연히 발견된 몇 개의 뼈를 어떻게 맞출 것인지에 대한 누군가의 견해를 바탕으로 공룡의 모습이 구성되었을 것이다. 이어 더 많은 뼈가발견되었다. 앞서 만들어진 예시가 있으므로 다른 공룡의 모습을 조합하는 일은 최초보다 쉬워진다. 완전히 새로운 뼈들까지 발견되더라도 마찬가지다.
과학자들은 완벽한 형태의 구글리아사우루스를 상상해 냈다. 그런데 작업이 끝난 후에야 발견된 새로운 뼈 하나가 이미 완성된 구글리아사우루스의 개념과 맞지 않는다고 상상해 보자. 들어맞지 않고 빠진 조각들이 새로이 몇 개나 발견되어야 우리는 구글리아사우루스의 모습을 다시 구상할까? - P76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우울하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삶이 흡족할 때의 감정 상태를 스스로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분 좋을때는 대다수가 감정의 근거를 찾으려하지 않는다. 반면 우울할 때는 불행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찾으려 든다. 우울할 때는 이유를 묻고, 행복할 때는 묻지 않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스스로의 정신 상태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얻지 못하며 행복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빈약하기 때문에 항상 우울하다고 가정해 버린다. - P84

인간관계에서 의식을 집중하면 상대방의 행동과 감정에서 미묘한차이를 알아차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럼 상대방의 행동에 세상의잣대를 들이대는 대신 상대방이 처한 특별한 상황을 감안하고, 이해해 주기도 쉬워진다. 관계에 있어서 서로에게 의식을 집중한다면 상대방의 관점에서 행동을 바라볼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면 상대방을충동적인 사람이 아니라 거침없는 사람으로, 융통성 없는 사람보다는 한결같고 안정된 사람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 P89

해결책은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콕 짚어볼 때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므로 나는 아버지에게 어떤 정형화된 특징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억나지 않는 것의 유형을 될 수 있는 대로 적어 보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아서 애당초 기억에 새겨 두지 않았기때문에 (이는 망각의 필수 전제조건이다.) ‘깜박하는 경우가 더러 있으리라짐작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경우라면, 아버지는 자신의 상태에대해 편하게 마음먹거나 혹은 깜박하는 일들에 좀 더 신경 씀으로써기억을 더 잘할 가능성이 높았다. - P91

장기 기억력은 나이가 들어도 변함없이 유지되지만 단기 기억력은 나빠진다는 것은 일반적인 견해다. 많은 노인이 방금 만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데는 애를 먹지만 자기 과거를 자세히 이야기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경 과학 분야의 연구에 비춰 보면 기억되는 것은 나이와 상관없이 의미 있는 것이다.
미시건 대학교의 심리학자 데릭 니(Derek Nee), 마크 버먼(MarcBerman), 캐서린 슬레지 무어 (Katherine Sledge Moore), 존 조니데스(JohnJonides)의 연구 결과는 기억이 단일하므로 장기 기억력과 단기 기억력 간의 오랜 구분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거의 혹은 아예 없다는견해를 옹호한다. 이 같은 증거를 바탕으로 새로이 기억을 조명한다면, 노화에 따른 기억력 감퇴 정도가 과거의 생각보다는 덜하다고믿게 될지 모르겠다. 의미 있는 일일수록 기억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사실이라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 사는 탓에 노인들에게는 세상일이 개인적으로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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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다는 착각
1, 2장

- 우리는 너무 우리 자신에 대해 사회가 말하는 것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 나이가 들면 건강이 쇠퇴하고 기억력이 감퇴하며 몸의 기능이 저하된다는 그런 지식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런 지식의 함정은 그 지식이 보편타당한 지식이 아니라 단지 통제 하에 진행된 연구에서의 대다수가 그런 반응을 보임으로써 정립된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적어도 건강에 관해서는 그런 지식을 단순히 받아들이는 것보다 나의 개별성을 인식하며 인간으로서의 유일한 나의 가능성을 바라보는 것이 훨씬 더 유용하고 바람직하다.
질병이나 질환에 맞닥뜨렸을 때 우리는 현 상태에 적응하는 방법을 찾지만, 가능성의 심리학에서는 적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그 해답을 찾는다.

- ˝아무런 비판 없이 정보를 받아들인 탓에 우리는 불가능하다고 받아들인 것이 실제로는 가능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른채 인생을 헤쳐 나가야 하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 ˝많은 사람이 ‘시도해 보지 않는 한 알지 못한다‘ 같은 표현을 즐겨 사용하지만, 이 말이 얼마나 그릇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는 깨닫지 못한다. 나는 시도해 보더라도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패했을 때 알게 되는 것은 우리가 시도한 방법이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사실뿐이다. 우리는 그것이 정말로 안 되는 것인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

- ˝이름표는 우리의 감각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저자의 제자 앤 베네벤토의 일련의 실험은 ‘보조‘라는 직함이 명백하게 능력을 깎아 먹는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 우리 스스로를 의사보다 지식이 적은 환자에 불과하다고 여길 때에도 같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 <- 물론 가진 지식과 숙련도에 따라 차이를 둘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러한 위계에 대한 인식, 이름 붙이기는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인 효과를 불러온다는 것이 이 부분의 요지.

- 많은 경험이 꼭 많은 지혜를 주는 것은 아니다. 지혜는 경험에 대한 해석의 다양성에서 온다. 한 가지 경험을 해도 그 경험에서 백 가지를 얻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한 가지 경험당 하나의 깨달음만을 얻는 사람도 있다. 우리에게는 하나의 사건을 여러 관점에서 해석하는 열린 마음, 가능성의 심리학이 필요하다.
˝하나의 경험이 수많은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고, 다른 관계를 수없이 형성할 수도 있음에도 일단 하나의 관계를 염두에 두면 우리는다른 가능성의 대안을 제거해 버린다. 이 때문에 경험은 이미 우리가 아는 것을 ‘가르치는 경우가 유독 많다.˝

우리는 건강에 관해 스스로 한계를 만들지 말고, 좀 더 의식을 집중해 건강 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 우리를 위축시키는 사고방식뿐만 아니라 건강과 행복에 대해 스스로 설정한 한계로부터 자유로워져, 몸소 자신의 건강을 챙기는 수호자가 되는 일의 중요성을 깨닫자는 것이다. 변화의 방법을 배우려면 먼저 어떻게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 P26

우리는 현재의 지식을 어떻게 얻었는지, 근거로 삼은 사실은 무엇인지, 그 같은 사실을 도출한 과학을 믿어도 되는지 의문을 품지 않는다. 이처럼 아무런 비판 없이 정보를 받아들인 탓에 우리는 불가능하다고 받아들인 것이 실제로는 가능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른채 인생을 헤쳐 나가야 하는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과학자들을 포함해 사람들은 대부분 가설 확인과정에 사로잡혀있다. 일단 무언가를 안다고 생각하면 그 믿음에 부합하는 정보를찾는다. 구하라, 그리하면 얻을 것이다. 하지만 옳다고 믿는 사실에반대되는 경우를 찾는다면 가설을 확인할 확률 또한 더 높으며, 많은 경우 우리에게 보다 도움이 될 수 있다.
사회 심리학자들은 논쟁 중인 가설의 효과가 어떤 경우에는 옳지만 다른 경우에는 옳지 않을 수도 있음을 예상해, 다양한 변수 간의상호작용을 찾으면서 대체로 이 같은 방법을 사용한다. 우리 모두가이 방법을 좀 더 광범위하게 사용한다면, 그간 몰랐던 것을 발견하거나 좀 더 미묘한 차이가 있는 믿음을 도출할 수 있을지 모른다.
단순히 기존의 믿음에 대한 확인만 추구한다면, 계속해서 동일한가설에 대한 증거만 더 많이 수집하게 되므로 잠재적으로 틀릴 수도있는 믿음을 떨쳐 버리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 P32

우리가 잠재성을 제한하는 문화와 언어, 사고방식에 얼마나 얽매여 있는지 일단 깨닫고 나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가령 많은사람이 ‘시도해 보지 않는 한 알지 못한다‘ 같은 표현을 즐겨 사용하지만, 이 말이 얼마나 그릇된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는 깨닫지 못한다. 나는 시도해 보더라도 모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패했을 때 알게 되는 것은 우리가 시도한 방법이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사실뿐이다. 우리는 그것이 정말로 안 되는 것인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

우리는 맞닥뜨리는 것마다 편의상 이름을 붙임으로써 이치에도더 맞고 훨씬 더 유용할 수 있는 대안적 사고방식으로부터 스스로의눈을 가린다. 세밀한 이해보다는 확실성을 추구한다. 전문가들조차확신할 수 없는 일이 생길 때는 좌절감을 느낀다. - P45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과학은 어떤 대상이 통제 불가능하다는 사실까지 밝혀내지는 못한다. 과학이 우리에게 알려 줄 수 있는 것은기껏해야 그 대상을 정확하게 규정할 수 없다는 사실뿐이다.
통제할 수 없는 세상과 규정할 수 없는 세상 사이의 차이를 이해하면 중대한 이점이 생겨난다. 무언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것이 일어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일어나게 만들 방법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음을 의미할 뿐이다. 만일 어떤 질병이 치유 불가능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고 믿었다면, 우리는 무의미한 노력이라며 병을 치료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의학이 정복한 질병은 대부분 한때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지만, 사실은 단지 규정할 수 없었을 뿐이다. 이러한 태도의 변화는 엄청난 차이로 이어진다. - P48

때로는 경험에서 배우려고 노력하는 대신 배움을 경험하는 편이훨씬 더 나을 수도 있다. 경험이 보잘것없는 스승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험에서 배우려고 들 때, 많은 사람이 경험을 되돌아보면서경험과 배움 사이에 한 가지 관계를 설정한다.
하나의 경험이 수많은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고, 다른 관계를 수없이 형성할 수도 있음에도 일단 하나의 관계를 염두에 두면 우리는다른 가능성의 대안을 제거해 버린다.이 때문에 경험은 이미 우리가 아는 것을 ‘가르치는 경우가 유독 많다.
어제의 진전이 오늘의 실패일 수도 있다. 부러진 다리로 걸으려애쓰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스스로를 너무 심하게 밀어붙였다는생각이 들면 다음 날에는 조금 더 쉬엄쉬엄 가야 한다. 우리는 경험을 바탕 삼아 무언가 포기하거나 쉬엄쉬엄하거나 아니면 더 열심히노력하기로 마음먹을 수 있다.
건강을 학습하려면 세상 모든 가르침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 큰것뿐만 아니라 작은 것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하며, 시간이 지나면서작은 변화도 중요해질 수 있음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 P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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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로깅, 즉 내 삶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모든 것들(SNS, 브이로그, 블로그 등)에 관한 챕터였다.
여러 재밌고 간직할 만한 말들이 많았다.


˝좋은일에 칭찬을 듣고, 나쁜 일에 위로를 받고 싶은 자연스러운 마음을 너무 억누르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외적인 보상, 자극 또는 타인과의 소통 없이 스스로 다독이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하루도 평온하지 않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더 큰 인내력보다 좀 더 충분한 칭찬과 위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좀 어설프더라도 나와 감정적으로 연결된 내 친구들이 자신의 의견을 섞어서 다양한 표현으로 설명하는 것을 듣다 보면 더 깊게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인생의 동반자로 상대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상대의 세세한 부분까지 나와 일치하기를 희망합니다. 서로 다른 부분이 생기면 내가 변해서 그에게 맞추거나, 그가 변해서 내게 맞춰주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다들 잘 아시겠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여행의 동반자로 상대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큰 여정을 상대와 공유하지만, 그 과정에서 서로가 다른 곳을 바라보며,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음을 이해하는편입니다. 내가 변하고자 하는 노력, 그가 변했으면 하는 바람을 크게 갖고 있지 않습니다. 그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소셜미디어 메타버스를 놓고 제가 인생의 동반자, 여행의 동반자 실험을 말씀드리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서로 삶의 기록, 라이프로그를 공유하고 응원하는 라이프로깅 메타버스 속 친구들을 여행의 동반자로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여러분이 그 메타버스속에서 여행의 동반자들과 서로 더 편하게 지내며, 더 행복해지기 때문입니다. - P99

다른 실험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면서 초콜릿과 쿠키를 먹지 못하게 참아야 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했습니다. 간식을 못 먹고 참아야 하는 경우, 사람들은 어려운 과제를 훨씬 더 빨리 포기했습니다.
이런 실험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요? 무언가를 참고 넘기는 상황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좋은일에 칭찬을 듣고, 나쁜 일에 위로를 받고 싶은 자연스러운 마음을 너무억누르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외적인 보상, 자극 또는 타인과의 소통 없이 스스로 다독이는 능력도 중요하지만, 하루도 평온하지 않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더 큰 인내력보다 좀 더 충분한 칭찬과 위로가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은 교실에서도 비슷하게 발생합니다. 우리는 학교에서 교사로부터 무언가를 배웁니다. 그런데 나와 같이 공부를 하는 친구들은 내학습에 별 도움이 안 될까요? 두 방법을 비교해봅시다.

첫 번째 방법은 모든 설명을 교사만 하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교사로부터 설명을 듣고, 배운 내용을 친구들과 서로 바꿔가며 설명해보거나, 모르는 내용을 친구에게 물어보는 방법입니다. 이 둘의 학습 성과를 비교한 다양한 연구에서 두 번째 방법의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잘 정돈된 지식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교사의 지도 방법이 나쁘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다만, 좀 어설프더라도 나와 감정적으로 연결된 내 친구들이 자신의 의견을 섞어서 다양한 표현으로 설명하는 것을 듣다 보면 더 깊게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뉴잉글랜드대의 몰리너와 알레그리가 10대 초중반 학생 376명을 대상으로 수학 교과목에서 진행한 실험을 보면, 친구들로부터 배우는 동료 학습에서 학습 성과가 13.4% 높게 나타났습니다. - P109

둘째, 노출 빈도가 가져오는 친밀감에 관한 착시현상이 있습니다.

시드니대의 마셜 교수는 사람들의 선호도에 관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미리 여러 사진을 준비하고, 그중 일부를 참가자들이 오랫동안 바라보게 합니다. 그런 후에 참가자가 봤던 사진과 보지 않았던 사진을 섞어서참가들에게 무작위로 보여주면서, 각 사진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체크하게 했습니다. 실험 결과를 보면, 참가자들은 실험 진행자에 의해 강제적으로 오래 봤던 사진을 더 좋아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심리학자 로버트 자욘스도 유사한 실험을 했습니다. 미국 대학생들에게 뜻을 알려주지 않은 채 한자를 반복해서 보여줬습니다. 한자를 여러 번 보게 한후에 학생들에게 보여줬던 한자와 처음 보는 한자를 섞어서 제시하고, 각 한자가 어떤 뜻일지 짐작하게 했습니다. 학생들은 실험 진행자가 여러번 보여줬던 한자의 뜻에 긍정적인 의미가 담겨있으리라 짐작했습니다. - P117

즉, 페이스북에는 일반 개인 사용자들만 들어온 게 아니라, 그런 사용자들과 연결해서 비즈니스를 확장하려는 다양한 기업들이 모여들면서, 점점 더 거대한 플랫폼으로 진화했습니다.

요컨대, 싸이월드는 플랫폼 내부의 생태계를 자신들이 좌우하려 했으나, 페이스북은사용자와 기업 양측에 문을 열어주면서 판을 키운 셈입니다.

라이프로깅을 위한 소셜미디어 메타버스가 성장하려면, 누구나 빠르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복잡하게 익히는 과정 없이 쉽게 쓸수 있어야 하며, 다양한 개인과 기업이 메타버스에 녹아들도록 문을 활짝 열어줘야 합니다.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에서 한 명이 여러 계정을 운영하는 경우가 있는데, 계정마다 용도가 서로 다릅니다. ... 굳이 왜 계정을 분리해서 사용할까요? 다른 이유도 있겠으나, 연인과 이별했을 경우 그사람과의 모든 기록을 일괄적으로 삭제하거나,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해서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게 하기가 쉬워서입니다.
자신의 삶을 편하게기록하고 큰 거리낌 없이 많은 이들과 공유하지만, 여차하면 기록을 삭제하고 공유를 막는 게 라이프로깅 메타버스의 문화입니다.
이렇게 내마음대로 기록과 공유를 통제할 수 있어서 편리하고 안심도 되겠지만, 가끔은 우리가 관계의 무게를 너무 가볍게 여기지는 않는지 돌이켜보면 좋겠습니다.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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