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신기하다. 책에는 처음 책을 집어들었을 때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배움들이 많이 담겨 있다. 이 책은 사실 부모님과 나에게 ‘나이에 순응하지 말고 나 자신이 주도권을 갖고 생산적으로 살자!‘ 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어서 산 건데, 그 메시지를 전하는 깊이가 깊다보니 그 이상으로 얻는 깨달음들이 있다. 내가 당연시 여겼던 통계적 이론들을 하나하나 새롭게 보게 된다는 게 좋다.
대표적인 게 공룡의 생김새. 우리는 공룡의 생김새에 대한 공통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 사실 공룡을 진짜 본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지금까지의 발견들을 통해 그럴 듯하게 맞춘 모습을 무의식적으로 ‘공룡‘이라고 그냥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이러한 인간의 특성들을 간파함으로써 더 넓은 세계를 볼 수 있을 것이다.
- 우리는 가변성에 집중해야 한다. 천식 환자도 매일의 상태가 다르다. 우울증도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우리가 그 미세한 가변성에 주목하는 대신 모든 것에 ‘천식으로 인한 기침‘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모든 감정에 ‘우울‘이라는 단일한 속성을 적용한다면 감정은 그 용어의 익숙함에 숨어버린다. 이 상태는 제대로 살고 있는 게 어니라 단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 신경 과학 분야의 연구에 비춰보면 기억되는 것은 나이와 상관 없이 의미 있는 것이다. 즉, 나이가 젊은 사람이 더 잘 기억하는 게 아니라 나이에 관계 없이 인간은 자신에게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것을 더 잘 기억한다는 것.
- 우리는 의식을 집중해 미묘한 차이를 감지해야 한다. 바람과 욕구, 재능, 기령 안에서 가변성에 주목하면 결과적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더 큰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안다고 생각하고 대상을 고정시켜 버리면 비유적으로든 문자 그대로든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볼 수 없다.
- 연로한 부모님을 대할 때 어른이 된 자녀들은 종종 무기력함을 느낀다. 그래서 부모를 아기처럼 다루거나 과잉보호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를테면 보청기를 낄지 말지는 자신이 아닌 부모의 선택임을 잊는 것이다. 오히려 부모님의 청력 상실이 두드러질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분간하여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이렇게 하지 않고 부모님이 노쇠했다고 여기며 청력 상실에 대해 도움이 안 되는 발언을 하고나 불필요하게 고함을 지른다. 그러지 말고 안정성이라는 함정에서 나와 가변성을 인식해야 한다.
결국 3장의 요지는 ˝의식을 집중하여 차이를 알아차려라˝는 것이다. 이는 삶에 활기를 불어넣지 절대로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우리는 공룡의 생김새에 관해 꽤 그럴듯한 그림을 갖고있다. 그렇지만 진짜 공룡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처음에는 우연히 발견된 몇 개의 뼈를 어떻게 맞출 것인지에 대한 누군가의 견해를 바탕으로 공룡의 모습이 구성되었을 것이다. 이어 더 많은 뼈가발견되었다. 앞서 만들어진 예시가 있으므로 다른 공룡의 모습을 조합하는 일은 최초보다 쉬워진다. 완전히 새로운 뼈들까지 발견되더라도 마찬가지다. 과학자들은 완벽한 형태의 구글리아사우루스를 상상해 냈다. 그런데 작업이 끝난 후에야 발견된 새로운 뼈 하나가 이미 완성된 구글리아사우루스의 개념과 맞지 않는다고 상상해 보자. 들어맞지 않고 빠진 조각들이 새로이 몇 개나 발견되어야 우리는 구글리아사우루스의 모습을 다시 구상할까? - P76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우울하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삶이 흡족할 때의 감정 상태를 스스로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분 좋을때는 대다수가 감정의 근거를 찾으려하지 않는다. 반면 우울할 때는 불행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찾으려 든다. 우울할 때는 이유를 묻고, 행복할 때는 묻지 않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스스로의 정신 상태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얻지 못하며 행복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빈약하기 때문에 항상 우울하다고 가정해 버린다. - P84
인간관계에서 의식을 집중하면 상대방의 행동과 감정에서 미묘한차이를 알아차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럼 상대방의 행동에 세상의잣대를 들이대는 대신 상대방이 처한 특별한 상황을 감안하고, 이해해 주기도 쉬워진다. 관계에 있어서 서로에게 의식을 집중한다면 상대방의 관점에서 행동을 바라볼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면 상대방을충동적인 사람이 아니라 거침없는 사람으로, 융통성 없는 사람보다는 한결같고 안정된 사람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 P89
해결책은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콕 짚어볼 때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므로 나는 아버지에게 어떤 정형화된 특징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기억나지 않는 것의 유형을 될 수 있는 대로 적어 보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아서 애당초 기억에 새겨 두지 않았기때문에 (이는 망각의 필수 전제조건이다.) ‘깜박하는 경우가 더러 있으리라짐작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경우라면, 아버지는 자신의 상태에대해 편하게 마음먹거나 혹은 깜박하는 일들에 좀 더 신경 씀으로써기억을 더 잘할 가능성이 높았다. - P91
장기 기억력은 나이가 들어도 변함없이 유지되지만 단기 기억력은 나빠진다는 것은 일반적인 견해다. 많은 노인이 방금 만난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는 데는 애를 먹지만 자기 과거를 자세히 이야기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경 과학 분야의 연구에 비춰 보면 기억되는 것은 나이와 상관없이 의미 있는 것이다. 미시건 대학교의 심리학자 데릭 니(Derek Nee), 마크 버먼(MarcBerman), 캐서린 슬레지 무어 (Katherine Sledge Moore), 존 조니데스(JohnJonides)의 연구 결과는 기억이 단일하므로 장기 기억력과 단기 기억력 간의 오랜 구분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거의 혹은 아예 없다는견해를 옹호한다. 이 같은 증거를 바탕으로 새로이 기억을 조명한다면, 노화에 따른 기억력 감퇴 정도가 과거의 생각보다는 덜하다고믿게 될지 모르겠다. 의미 있는 일일수록 기억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사실이라면,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 사는 탓에 노인들에게는 세상일이 개인적으로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 P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