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이념을 가진다는 것만으로 인간으로서의 삶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아직 냉소적인 시선으로 아버지를 보지만 조금씩 주변 사람들을 통해 아버지를 알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온전히 한 사람으로서 ‘나’로서 살아갈 수 있기를.

아버지가 평생 당하고만 살지는 않았다. 당하지 않으려고 사회주의에 발을 디뎠고, 선택한 싸움에서 쓸쓸하게 패배했을 뿐이다. 아버지는 십대 후반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여든둘 된 노동절 새벽, 세상을 떠날 때까지 평생 짊어졌다. 사회가 개인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이렇게까지가혹하게 묻는 게 옳은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있을수 있다.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빨갱이 새끼들은 다 때려죽여야 한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동족상잔의 비극을 치렀고, 아직도 휴전 중인 데다 남북의 이데올로기가 다르니 의견의 합치를 보기는 진작에 글러먹은 일, 게다가 나는 옳고 그름을 따질 만한 주제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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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요새 한 책을 집중해서 못 읽는 것 같다. 그래도 빌린 책이라 빨리 읽어야지 싶어 펼쳐본 책.
1980년대 사회주의운동을 했던 아버지의 죽음을 시작으로 하는 이 책은 딸의 시선으로 아버지를 조명한다.

아직 초반부라 잘 모르지만 편하게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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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빨리 돌려주기 위해 한 달 만에 시작한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

제주 4.3 사건을 다룬다는 이야기만 듣고 시작했는데 느리게 넘어간다. 아직 초반이기도 하고 졸릴 때 읽어서 그런가보다. 그리고 표현 하나하나가 예뻐서 더 느리게 넘어가는 것 같다.

아픈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기기로 결정한 사람의 이야기로 책은 시작한다. 악몽을 꾸며 책을 편찬하게 되면 그 악몽을 꾸게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무더운 여름 쉽지 않은 삶의 현장에서 그는 기록하는 것을 멈추지는 않았다. “인생과 화해하지 않았지만 다시 살아야 했다.”

독서노트를 기록하다보니 더 잘 들어오는 느낌이다. 더 읽고싶어졌다. 쭉 읽어나가봐야겠다.

학살과 고문에 대해 쓰기로 마음먹었으면서, 언젠가 고통을 뿌리칠 수 있을 거라고, 모든 흔적들을 손쉽게 여읠 수 있을 거라고, 어떻게 나는 그토록 순진하게-뻔뻔스럽게-바라고 있었던 것일까? - P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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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중절수술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왜 항상 여자만을 향할까.
낙태에 따른 고통과 아픔은 오롯이 여성의 몫이며 그에 대한 법적 처벌이나 책임 또한 여성만이 져야 한다는 법칙은 누구 머리에서 나온 것일까. 남성의 책임은 그럼 어떻게 지도록 할 것인가.

진정한 페미니즘은 없다. 나는 누군가 허락하는 진정한 페미니스트가 될 생각이 없다. 이것은 나도 모르게 가하는 폭력을 성찰하지 않겠다는 것과는 다른 의미의 거부다. 나는 나 존재 자체로 자유로워지고 싶고, 소중한 사람들이 함께 자유롭길 바랄 뿐이다. P.111-112

임신은 함께 했지만 동생의 몸만 불법이 되었다. P.115

낙태는 ‘그녀‘의 책임인가? 한 여성의 임신은 섹스만이 아닌, 수많은 사회적 요건(성교육 부재, 섹슈얼리티에 대한이중 잣대, 강간문화 등)과 연결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임신후 여성의 선택도 사회적 여건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열악한 비혼모 지원, 사회적 편견, 여성 노동의 빈곤화와 보육제도, 교육제도의 위기와 같이 복잡다단한 현실이 교차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의 복잡함은 ‘선택‘이라는 한 단어로뭉개진다.
아이러니하게도 낙태 이슈에서 남성이 드러나는 순간은 하나다. ‘남성‘ 정부 부처와 의사가 함께 여성의 몸에서일어나는 일을 범죄로 만드는 공모의 현장. 2016년 10월 보건복지부와 산부인과 의사들은 여성의 몸을 두고 줄다리기를 했다. 보건복지부가 ‘임신중절수술을 한 경우‘를 ‘비도덕적 진료 행위‘라며 산부인과 의사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입법을 예고하자, 산부인과 의사들은 그렇다면 어떤 경우의 임신중절수술도 하지 않겠다며 여성의 몸을 볼모로삼았다. 그들의 논쟁 속에 당사자인 여성은 없었다. 이 일은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검은 시위‘를 촉발시켰다.
"내 자궁은 내 것이다" 검은 시위의 대표적 구호이다. - P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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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적인 선택을 하고 책임을 잘 질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수동적인 사람이 아니라 주체적인 사람으로 삶을 살아내야겠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람은 관념으로 존재하지 않고 신체로 존재한다. 몸은 개인이 세상과 관계 맺는 최전선의 연결망이고, 그 연결망이 부딪치며 겪는 이야기가 이론의 기반이 된다. 경험은 이론보다 낮은 수준이 아니며, 이론은 경험을 기반으로 만들어내는 것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몸을 수치스러워할수록, 특히 그것이 여성의 몸일 때 여성담론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피해경험을 ‘공론화‘하기 두려워하는 이유는 이러한 수치심과 연결되어 있다.
나에게 "사적인 거 말고, 공적인 말을 하라"고 요구한 사람 중에는 ‘페미니스트‘도 있었다. 내가 느끼기에 그는 나보다 여성주의 이론은 많이 공부했을지언정, 페미니즘의 사상을 몸으로 체득하지는 못했다. 페미니즘을 활자 속에 가두고 삶으로 연결하지 못했다. 페미니즘은 앎과 삶의 분리와 간극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시스템을 논하기에 앞서 지금 이곳에 스며든 폭력을 돌아보게 만드는 지침이다.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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