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시장 EBS 세계테마기행 사진집 시리즈
EBS 세계테마기행 지음 / EBS 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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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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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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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제 겨우 일상에 적응하게 되었을 때면 외로워진다. 그럴 때면 사랑하고 싶은 욕구보다 사랑받고 싶은 갈망이 더욱 크다. 나는 그것을 '거짓외로움'이라 부르며 애써 외면하곤 한다. '거짓외로움'에 휩싸인 상황에서 시작하는 연애는 언제나 건강하지 못했다. 몇 번의 부상과 끈질기게 이어진 재활 끝에서야 그것은 그저 순간일 따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있는 힘껏 피하고는 있으나 이미 몇 번이나 부상을 입힐 정도로 힘이 강한 그것이 들이닥치면 나는 직감한다. 당분간 로맨스를 끼고 살아야 하는구나.

가끔 운이 좋게 죽어도 얼굴이 기억나지 않지만 기가 막히게 내 스타일인 상대와 달콤한 꿈을 꾸기도 한다. 그건 내가 연애를 시작하게 되는 것과 매한가지의 확률이기 때문에 대부분은 간접 경험에 의존한다. 로맨스 영화를 주로 본다. 너무 영화만 봤나? 싶어지면 책도 펼쳐 본다. 높은 확률로 설레지 않는다. 하지만 <끌림>같은 책은 늘 환영이다. 새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를 읽으며 빅토리아 시대 배경+퀴어+반전 등 내가 좋아하는 요소가 총집합이라는 것에 소름이 끼치도록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역시 망설임 없이 책장을 술술 넘길 수 있었다.





주인공 마거릿 프라이어는 아버지를 여의고 우울증에 빠진 상류층 여성이다. 그는 밤마다 잠이 오지 않아 서재의 불을 최대한 어둡게 한 뒤 일기를 쓴다. 대부분 우울한 내용을 적었다. 밀뱅크 교도소에 말벗 도우미를 자청하며 방문하기 시작한 뒤로는 대개 죄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 그가 가장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는 죄수는 셀리나 도스라는 영매. 읽으며 고개를 갸우뚱한 캐릭터지만 그 시절에는 상류층 귀족들이 비밀리에 강한 영매를 불러다 비밀 강신회를 여는 것이 나름의 유행이었던 듯 보였다. 셀리나는 어떤 사건에 휘말려 사기죄로 밀뱅크 교도소에 복역하게 되는데, 셀리나와 마거릿의 첫만남은 그리 유쾌하지 못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전혀 다른 것을 보고 자랐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러나 두 사람은 책의 제목처럼 불현듯 서로에게 끌린다. 점점 서로의 생각을 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두 사람.

나는 이 책을 주로 침대에 누워 읽었는데, 잔잔한 음악을 틀어두고 스탠드 조명에 의지해 이 책을 읽다 보면 마거릿이 유려한 필체로 사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적어내려간 일기를 몰래 훔쳐 읽는 기분이 들었다. 두 사람의 비밀스러운 끌림에 내가 공범이 된 것만 같아서 숨죽이며 읽게 되기도 했고. 동시에 나까지 덩달아 사랑에 빠지는 느낌에 조금은 들뜨기도 했다. 마거릿이 셀리나에게 끌린 가장 큰 이유는 뭘까. 혼자 고민해보다가 어쩌면 그가 아직 '죽음'이라는 것에 매료되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결론을 조심스레 내렸다.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충격적 사건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그에게 죽음 그 이후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셀리나는 이유 모를 구원같은 존재였으리라 생각한다.

동시에 이런 책을 읽을 때면 늘 새롭게 고민하게 되는 것. 사랑은 대체 뭘까? 오랫동안 생각해 왔지만 한 번도 속 시원히 결론 내린 적이 없는 추상적 단어다. 적어도 셀리나와 마거릿은 그 답을 찾았겠지만.

본 포스팅은 카페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영미장편소설 #끌림 #세라워터스 #핑거스미스 #티핑인더벨벳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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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림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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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누워 읽다 보면 마거릿의 일기를 정말 몰래 훔쳐 읽는 느낌. 괜히 숨죽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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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뒤바뀐 램프의 주인 디즈니 오리지널 노블
리즈 브라즈웰 지음, 김지혜 옮김 / 라곰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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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에서 더이상 2D 애니메이션을 만들지 않기로 결정한 건 나에게 무척 슬픈 일이다. 어린 나를 어린이답게, 꿈 꾸게 만든 건 8할이 디즈니와 지브리였으니까. 나이를 먹고도 가끔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찾아 봤다. 이렇게 찌드는구나, 스스로에게 흠칫 놀라는 날이면 제일 좋아하는 <라이온 킹>이나 <101마리 달마시안>, <알라딘>을 봤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대체로 다 좋아하는 편이지만 동물이 주인공인 작품이 가장 좋았다. 사람이 주인공인 작품 중 꼽으라면 단연 <알라딘>이었다. 그래서 <알라딘>이 실사화로 나온다고 했을 때, 특히 윌 스미스가 분한 지니 캐릭터 사진을 보았을 때는 회의적이었다. <알라딘>을 좋아했던 이유는 자스민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은 공주이기 때문이었다. 라자라는 이름을 붙인 호랑이를 애완동물로 키우는,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파를 속이기 위해 뛰어난 임기응변 능력을 보이는 능동적인 공주.

실사화 영화를 보고서는 그나마 능동적 캐릭터라고 생각했던 자스민이 능동 축에도 못 낀다는 걸 알았지만. 영화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 무려 세 번이나 봤지만 매번 'Speechless'를 부르는 장면에서 울컥했다. 능동적인 공주는 없다. 정말 능동적이고 목표지향적이라면 응당 술탄이 되어야 맞으니까.



책을 읽으면서 내내 Speechless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애니메이션과 영화에서 자세히 얘기해주지 않은 아그라바의 어두운 면과 캐릭터들의 성격이 세세하게 묘사되어 좋았다. 자스민은 세상 물정 모르는 공주에서 점점 성장하는 캐릭터였는데, 마음에 쏙 드는 변화였다. 알라딘은 전반적으로 선량하게 잘 자랐지만 생계를 위해 도둑질을 하는, 그 사실을 잘못되었다 여기지 않는 윤리적 결핍을 가진 인물인데 무척 현실적이었다. 또한 알라딘과 자스민이 얼렁뚱땅 사랑에 빠지는 게 아니라 온갖 사건에 휘말리고 헤쳐나가며 가까워지는 과정이 잘 그려져있어 감정선에 대한 설득력도 좋았다. (사실 대개의 애니메이션은 주인공들이 사랑에 빠질 때 따돌림 당하는 기분이 든다... 쟤네 언제 저렇게 가까워짐? 하는 마음;)

가끔 디즈니가 지나치게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다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그들이 눈치를 잘 보고 있다고 생각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방향은 분명해질 테니까. 무엇보다도, 디즈니가 어린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미디어를 양산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검열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면 프라이팬을 들고 종횡무진 헤집고 다니는 라푼젤의 등장이라든지 주인공인 안나보다 훨씬 큰 인기를 끈 엘사가 있겠다. 심지어 엘사에게는 짝으로 맺어질 '왕자' 비슷한 존재도 없다. 그러다보니 지극히 보수적인 아랍권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 공주가 자신이 술탄이 되겠노라, 이제는 침묵하지 않겠노라 목에 핏대를 세울만큼 외칠 수도 있게 됐다. 조용하던 여성 캐릭터들이 큰 소리를 낼 때, 왜 그리 마음이 뻐근한지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A twisted tale'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으나 오히려 아이들에게 꼭 읽혀도 괜찮은 동화라고 봐도 될 것 같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테마소설 #알라딘뒤바뀐램프의주인 #알라딘 #디즈니

#리즈브라즈웰 #라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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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에서 말하기로 - 심리학이 놓친 여성의 삶과 목소리
캐럴 길리건 지음, 이경미 옮김 / 심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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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도 끌렸던 책이다. 전에 '여성'이라는 키워드가 들어가는 심리학 책을 큰 기대감을 품은 채 읽다 실망한 경험 이 있는데, 소개글을 꼼꼼히 읽어 보니 <침묵에서 말하기로>는 40년만에 재출간되는 명저라고 했다. "내 질문은 남성의 경험이 모든 인간의 경험을 대변한다는 이론에 던지는 도전장이다" 책 표지에 적힌 문장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40년 전에 이미 이런 질문을 던진 사람이 있다니. 내가 더욱 늦되게 여겨진다.

조용히 미쳐 있어서 Crazy 장녀라고 불리는 'K-장녀'의 인생을 살아왔지만 이십 대 중반이 되어서야 사회 구조의 부조리함을 똘똘 뭉친 가부장제의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 다 내 탓이오를 연발하게 하던 분위기가 사실은 모두 그들 탓이었다는 것도. 그것을 발견한 건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전환점이었다.




글을 쓰려면 이 천사의 목을 비틀어야 한다는 버지니아 울프의 일갈은 가짜 목소리를 침묵시켜야만 자신을 위해 말할 수 있다는 명확한 해설이었다.

독자에게 전하는 말에서 읽은 구절인데, 남은 책을 읽으면서도 종종 앞으로 되돌아가 읽게 만든 문장이었다. '가짜 목소리'라는 단어가 왠지 나를 붙들고 놔주지 않는 느낌. 여태 나를 홀린 가짜 목소리는 뭐가 있었지? 새삼 생각도 해 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던 목소리. '여자는 예뻐야 해', '어리고 예쁠 때 쉬지 않고 연애를 해야 해', '여자는 잔말 말고 하란대로 해야 해', '여자는 궁금해하지 않아야 해', 외에도 나열하자면 수도 없이 쏟아지던 목소리. 직접적으로 뱉지 않는다해도 간접적으로나마 쏟아지던 말들이었다.

그래서 고등학생 때 가장 관심있었던 건 '대학에 가면 정말 살이 빠지는지'와 '연애를 하는지'였고 20대 후반쯤엔 듬직한 남자친구가 생겨 30대에 접어들때쯤 결혼을 하게될 줄 알았다. 집에서도 그것을 원했다. 20대 초반에 연애를 할 때에도 미디어에 홀랑 속아 있었던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지금 떠올려 보면 꽤나 바보같았던 시간이었다. 그 후에도 나는 코르셋을 열심히 조이고 그러고도 평가를 받고 더 강력한 코르셋을 스스로에게 씌웠다. 자연스레 알게된 사실은 사회가 요구하는 아름다움에는 끝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결코 나를 나로써 받아들여줄 생각이 없다는 것도.

나라도 나를 그대로 받아들여주기로 했다. 자연스레 나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뭔지, 내가 좋아하는 건 뭔지, 내가 싫어하는 건 뭔지를 파악하게 되었다. 자연스레 이 책의 제목처럼 침묵을 지키던 과거와 달리 소리를 낼 줄 알게 되었다. 침묵을 지켰던 건 내가 나를 믿지 못해서, 내 뿌리를 스스로 지켜주지 않아서였다. 이 책을 조금 더 빨리 알았다면 내가 조금은 더 이르게 변할 수 있었을까, 아쉽긴 했지만 적어도 내가 옳은 지표를 보고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우리는 점점 변할 것이다. 오랜 침묵을 깨고 소리내어 말할 것이고, 목소리들이 모여 유의미한 변화가 일어날 거라고 기대해 본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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