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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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한 번도 복수를 다짐해본 적이 없는 사람도 있을까. 나는 단연코 없다고 말하겠다. 무리를 지어 살다보면 저마다의 가치관 등으로 인해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는 언제나 미움, 증오, 복수심 등이 자라난다. 그러므로 우리는 '저 자식 꿀밤 한 대 때려주고 싶다'는 가벼운 복수심부터 어쩌면 '어떻게 소리소문없이 저 인간을 없애지?'라는 짙은 복수심에 이르기까지 가지각색의 다양한 상상에 도취된다. 그리고 대개, 그 상상은 달큰한 편이다.

전형적인 광고맨 후고는 이처럼 달콤한 복수를 사업 아이템으로 해보는 건 어떨까 라는 기발한 생각을 하게 된다. 이는 단체 생활의 규율을 가볍게 무시하는 말썽쟁이 이웃으로 인한 마음고생에서 기인한 것으로, 이건 된다!라는 생각에 수십 가지의 언어로 번역한 소개까지 준비를 했다. 그리고 후고에게 처음으로 내방 고객이 찾아왔는데 이들은 겉모습은 물론 사연까지 기구하고 요상하다.




5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 속에서 후고는 케빈, 옌뉘 커플의 복수에 휘말리게 되고 그 과정에는 위대한 예술가의 그림을 완벽에 가깝게 모사한 것으로 보이는 위작의 진위 여부가 첨예한 논쟁점이 된다. 아직도 히틀러의 민족주의를 숭배하는 미술 갤러리의 오너인 빅토르를 향한 케빈과 옌뉘의 뿌리 깊은 증오와 이르마 스턴의(?) 그림 두 점은 우연과 필연을 아슬아슬하게 오가며 예상치 못한 이야기로 쉼없이 우리를 몰아 간다. 앞서 말했듯 방대한 분량의 장편 소설을 한 문단으로 요약하는 건 몹시 어려운 일이므로... 이 횡설수설에서 일말이라도 흥미를 느꼈다면 직접 읽어보는 것이 낫겠다.

사실 요나스 요나손이라는 작가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으나 정작 그의 책을 읽어본 건 처음이었다. 원래 북유럽 소설은 흥미도 없고 잘 몰랐는데 열린책들 출판사 시리즈를 한두 권 읽다 보니 자연스레 흥미가 생겼다. 가장 큰 특징은 그다지 깊은 메시지는 느끼지 못했다는 것? 이름도 어렵고 행동과 심리를 추정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등장인물들이 탱탱볼처럼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것을 정신차릴 겨를 없이 쫓다 보면 유쾌한 마무리가 있다. 나도 모르게 웃음을 팡 터뜨리며 이게 뭐야!를 열다섯번 정도 하고 나면 어리둥절해진다. 그래서... 뭘 말하려고 했던 걸까? 그리고 곧 결론을 낸다. 메시지는 둘째 치고, 왠지 사람 냄새나고 친근하고 재밌다! 온화한 조명을 사용해 포근한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북유럽은 어쩜 글마저 친숙한 이웃 이야기를 보는 것만 같다. 아직 요나스 요나손의 대표작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을 읽지 않았는데, 조만간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어볼까 싶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북유럽소설 #달콤한복수주식회사 #요나스요나손

#열린책들 #스웨덴소설 #모더니즘 #이르마스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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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복수 주식회사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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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해학이 버무려진 유쾌한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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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다 - 카르멘 라포렛 탄생 100주년 기념판
카르멘 라포렛 지음, 김수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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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스페인 문학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해당 책을 책임 편집하신 지은님의 SNS를 보다가 관심이 생겨 읽어볼 기회가 생겼다. 일단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언제나 책의 표지가 많은 것을 말하지 않던가? 우리나라 역사에도 해박하지 않아서 더더욱 다른 나라 역사에는 무지한 편이다. 당연히 스페인에서 군부 쿠데타로 내전이 일어나 많은 사람이 죽어갔다는 것은 모르고 살았다. 이 책은 그 시기 예술의 샘이 멎었다시피할 적에, 내전 이후의 생생한 상황을 담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저자가 태어난지 100년이 된 올해, 새로운 표지로 단장해 재출간되었다.

어릴 때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을 즐겨 보았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대부분 자신의 작품에 반전의 메시지를 담았다. 극장에서 하울의 미모에 넋을 놓고 빠져 본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도 하울과 소피가 해피엔딩을 맞이하기 위해 전쟁이 멎어야만 했으므로.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에 살면서도 전쟁은 내게 머나먼 이야기였다. 뉴스도 잘 안 보고 지내니까 어디선가 남북간 신경전이 벌어졌다고해도 알지 못했다. 당연히 전쟁은 나쁘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피부로 느끼고 진저리칠 일은 없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책장을 넘기는 내내 무언가 무거운 것이 가슴 언저리를 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안드레아가 그랬듯이. 안드레아가 부푼 마음으로 도착한 바르셀로나의 외할머니댁은 그의 상상과는 동떨어진 곳이었다. 어딘지 흉흉한 집의 모습은 물론이고 눈만 마주치면 싸워대는 식구들을 보면서도 안드레아는 희망을 잃지 않았다. 답답함을 가방처럼 둘러메고도 이모의 구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몰래 거리를 돌아다니고, 에나와 친구가 되어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보기도 한다. 그러나 소설과 현실이 늘 그러하듯 상황은 극으로 치닫게 된다. 에나에게 에상치 못한 애인이 생기면서 안드레아는 처음이자 마지막일 진짜 친구를 잃을 위기에 처한다. 안드레아는 또다른 친구를 찾게 되어 마음을 달래보지만 쉽지 않다. 자신을 흠모하는 것이 분명한 폰스의 간절한 부탁에 태어나 처음, 부푼 마음으로 댄스 파티에 가지만 폰스는 자신을 꿔다 놓은 보릿자루 취급이나 한다. 그때 안드레아는 어마어마한 비탄을 느끼며 자신이 영원토록 주인공은 될 수 없고 관조자로서의 기능만을 가진 채 살아가는구나, 라는 깨달음을 느낀다. 어딘가 수동적이고 관찰자에 불과한 것 같은 안드레아를 쫓다 보면 사실은 누구보다 능동적으로 자기 자신을 성장시키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안드레아를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며 그럼에도 흐트러지지 않으려는 안드레아의 정신을 높이 사게 된다. 내가 그러한 처지에 있었더라면 그토록 꿋꿋했을지 상상해보면서.

내내 음울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장면들을 읽다 보면 가끔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든다. 고함을 지르고 상대를 괴롭히고 주먹을 내지르고 가전 집기를 집어던지는 인간들을 보면 환멸이 들지만, 또 그 이면의 얼굴을 보면 인간은 입체적이라는 단순하고 당연한 명제를 새삼 되새기게 된다. 그래서 그 속물적이고 야만적인 인간들을 결국 사랑하고야 마는 안드레아를 나 역시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적어도 하나씩은 고장나있는 인물들에게 점도가 높아 불쾌한 애정을 한 조각이나마 품게 된 채로 이 책은 끝이 났다. 이 기분을 무어라 표현할 수 있을까. 단순한 애정도, 역설적인 애증도 아니다. 어쩌면 인간에 대한 가장 본원적인 감정일지도 모른다. 작가는 한 번도 인물들을 대변해주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독자는 이들을 미워하다 또 이애하기를 반복한다. 그 일련의 과정이 결국 내 감정을 안드레아에게 동화하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이 마냥 어지러운 이 때에 이 책을 읽게 된 것,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안드레아를 속속들이 알게 된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 그 일련의 '아무것도 없음'은 어쩌면 나를 앞으로 달려가게 해줄지도 모른다. 적어도 주저앉지는 않을 요량이다. 언제나 더 먼 곳으로 시선을 둔 채 새로운 세상으로 나서고 싶어하는 안드레아처럼.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스페인소설 #유럽문학 #스페인내전 #카르멘라포렛100주년

#아무것도없다 #카르멘라포렛 #문예출판사 #고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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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다 - 카르멘 라포렛 탄생 100주년 기념판
카르멘 라포렛 지음, 김수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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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아의 눈을 빌어 혼돈과 파멸의 시대를 본다. 그럼에도 ‘아무것도 없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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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
추정경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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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주 순간이동을 꿈꾸었다. 공간을 이동하는것만으로도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으니까. 통금 시간 직전까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다 1분 전에 손쉽게 돌아가면 그만이다. 어릴 때는 왠지 내가 어른이 되면 그런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더랬다. 그땐 먼 미래처럼 느꼈으니까. 그러나 여전히 뚜벅이로서 이동 시간을 칼같이 재단하며 산다. 이제는 뚜벅이로서의 삶에 그럭저럭 만족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특별한 능력을 갖는 꿈을 꾼다.

표지부터 마음에 쏙 들었던 <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는 진이라는 주인공을 내세운다. 때마침 내가 고등학생 때 좋아한 영화 감독님이랑 이름이 같다.(ㅋㅋ) 진은 '캐딜락 전당포'의 여리여리하지만 제법 일머리가 좋은 일꾼이다. 갓 스물이 되었지만 지병 탓에 학교는 진작 그만두었고, 자신을 알아봐 준 성 사장의 밑에서 일을 배우고 있다. 어느 날 불현듯 나타난 정희씨와 아버지와 함께 산다. 그러다 어느 날, 처음으로 지병 발작으로 인해 단기 기억상실을 겪는다. 진은 혼란스럽다. 그 와중 아버지와 정희씨의 이상한 대화를 엿듣는다. 그 날 이후, 진은 자신이 '포트'를 여는 '게이트'임을 자각하게 된다. 또 한 명의 남자가 있다. 능력이 사라지고 목숨마저 포기하려던 때에 전에없이 강력한 능력을 가지게 된 '게이트', 심 경장이다. 그는 오랜 시간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헤매어왔다. 바로 복수. 그는 자신이 가진 능력을 저주라고 칭한다. 또 한 명의 남자가 있다. 그는 정희 씨가 일하는 카지노의 보안팀장이다. 그 또한 제법 강력한 '게이트'인데, 그가 한 회장 밑에서 충견처럼 일하는 이유를 아무도 모른다. 이 세 남자는 능력을 가졌다는 점과, 지킬 것이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졌다. 진은 하물며 시간까지 주무를 수 있는 최고급 포트를 열 줄 아는 게이트다. 그는 이제 자신이 가진 재능이 훌륭한 능력일지 처참한 저주일지 부딪혀봐야 한다.

제목만 보았을 때는 흰 백마 대신 캐딜락인가?싶어 무척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거기다 장르 소설이고, 표지가 알록달록하니 내용도 우당탕탕 어드벤처 느낌(?)이 아닐까 했는데 생각보다 묵직했다. 요즘 책을 읽는 일에 지쳐 있었는데 간만에 집중하여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전에는 장르물에 대해 막연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점차 장르물 작가가 늘어나고, 다양한 작품이 생산되는 것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전보다 마음을 더 열게 됐다. 어릴 때부터 막연히 쓰고 싶었던 것은 사실 장르물이었는데 어쩌면 때를 잘 만난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잠깐. SF나 누아르 장르를 선호하지 않았는데(불편한 부분이 등장할 확률이 높은 장르였음) <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는 SF+누아르 장르라고 분류할 수 있겠다. 괜찮았다. 재밌었기 때문에, 다양한 장르물을 읽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또 늘 느끼는거지만 취향이라는게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달라진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흥미로운 소설을 읽고 나면 늘 기분이 좋다. 왠지 공기중에 내가 좋아하는 향이 은은하게 퍼져 있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목록이 새롭게 추가되는 건 뿌듯한 일이니까. 얼마 전 알라딘에서는 장르문학 기획전으로 작가들을 소개하는 페이지를 봤다. 개중 반가운 얼굴도 두엇 있었는데, 장르물을 더 열심히 독파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앞으로도 흥미로운 장르물들이 잔뜩 쏟아져 내 책장으로 안착해주길 기대해본다.

본 포스팅은 다산북스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그는흰캐딜락을타고온다 #추정경 #장르소설 #SF소설 #다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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