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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권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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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웹툰을 자주 본다. 스마트폰을 꼭 써야만 하는 이유 중에 웹툰을 보기 위함도 포함될 정도로. 만화책으로 보는 것과 또다른 감성이 있다. 요즘은 웹툰도 많이 발달해서 배경음악이 삽입되기도 하고, 영상으로 애니메이션처럼 만들어지거나, 세로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 가로로 넘길 수 있는 형식을 취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엄지로 화면을 쭉쭉 내리며 오늘의 분량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지 않는 모호함을 더 선호한다.

그러나 가끔은, 맨 처음 웹툰을 보기 시작했을 때 보던 어딘가 아날로그적이었던 작품들이 그립다. 내 기억에 내가 가장 먼저 본 웹툰은 <핑크 레이디>였고(비록 문제가 많았지만...), 감성적인 울림을 주는 하일권 작가는 물론 2등신 캐릭터가 등장하는 일상툰도 많이 찾아본 기억이 있다. 그럴 때는 일부러 만화 카페에 가 단행본을 찾아 읽는다. 토굴에 들어가 쿠션에 기대고 추억의 만화들을 감상하다 보면 온몸이 노곤해지면서 슬금슬금 잠이 온다. 그럴 때면 그 안온한 느낌까지 덧씌워져 미처 끝까지 읽지 못한 만화가 더욱 아련하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오랜만에 마주한 윤아이는 이름과 달리 지독하게 현실적인 아이였다. 처음 이 만화를 보았을 때는 아이와 비슷한 나이라 아이의 성장에 더 초점을 맞추었다면 어엿한 성인이 된 지금, 아이의 고통을 보며 저리도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당연히 어른들의 울타리 안에서 머물러야 할 나이인데 아이는 스스로가 '어른'이라고 되뇌며 어린 동생까지 데리고 꿋꿋이 산다.

다시 보니 아이의 아버지라는 사람에게 화가 났고, 그럼에도 묵묵히 버티는 아이와 아이의 동생이 기특했다. 아이에게 도움을 줄 듯 다가왔다가 제 욕심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어른들이 미웠다. 한심하다고 혀를 차다가 나는 잘 늙고 있나, 대뜸 반성하는 시간도 가졌다. 아, 모르겠다. 가장 슬펐던 건 이 만화가 나온 후로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분명히 아이 같은 아이들이 많이 있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여전히 큰 관심이나 도움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도.

아이는 마술사 덕분에 감았던 눈을 뜬다. 아이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짊어지려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아주 늦게야 안다. 그리고 어딘가에는, 아니 어쩌면 아주 가까운 곳에 또다른 윤아이가 있을 것이다. 만화를 읽으며 품은 아이에 대한 애정을 우리는 현실에서도 가져야 마땅하지 않을까.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웹툰 #웹툰추천 #웹툰단행본 #안나라수마나라 #하일권 #소담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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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라수마나라 1
하일권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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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빛이 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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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외로운 선택 - 청년 자살, 무엇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김현수 외 지음 / 북하우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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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호트 효과'라는 말을 아는지? 나는 어느 날 우연히 신문에서 읽은 기사에서 이 단어를 보았다. 언젠가부터 딱딱하고 정갈한 신문 기사를 읽으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날이 많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사실만을 전달하는 기사에서 나는 꽤 서글프고 동떨어진 감정을 느낀다. 일본에서 있었던 '코호트 효과'가 우리나라 여성 청년들에게도 일어나는 것 같다는 기사를, 나는 아주 오래 기억하고 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주위에서 누군가가 '아직 아까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다는 말을 들으면 나는 자연스럽게 혹시 스스로의 선택으로 떠난 건 아닐까 걱정하게 되었다. 하루하루 시간을 업으며 자연스레 누적되는 나이의 무게인지, 늘 그러하듯 예민하고 과민한 성격 탓인지, 특히나 여성이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시려올 지경이었다.





자살은 역방향의 어긋난 행위라는 문구를 읽고도 많이 착잡했다. 특히 '죽음'이라는 단어에 이상하리만치 어릴 때부터 가깝게 지내는-최근 드라마 파친코를 번역한 황석희 번역가의 에피소드를 보고 든 생각인데- 한국에서, 누군들 자살을 한 번 떠올려본 적이 없겠냐고 생각한다. 어떤 스님도 인생에서 너무 의미를 찾지 말라고, 의미를 찾고자 하면 결국 죽음으로 귀결되는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는데, 역시나 인생은 너무나 어렵고도 희귀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굿 플레이스>를 보면서도 삶과 죽음, 짧으면서도 긴 인간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는데 늘 내리는 결론은 지금을 충실히 살자는 것이었다. 대책 없는 낙관주의자들의 단골 멘트라고 생각했던 말을 내가 하다니.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고작 서른이지만.

코로나 이후 여성 청년들의 자살률이 급증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남성 자살률이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이고 이상한 결과다. 원인을 파고 들어가야 한다.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넘기기엔 당장 내 소중한 이웃이 사라지고 있으니까. 그들이 나약해서도, 노력을 하지 않아서도 아니다. 내 손으로는 한 개도 이루지 않으면서 마치 환상의 동물처럼 돈 많고 잘생기고 자상한 남자를 물어서(?) 팔자 한 번 펴 보려는 여성은, 이것이야말로 유니콘이라고 생각한다. 여성 청년의 자살 원인을 차근차근 읽다가 알았다. 그들은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지만 사회에서 기회를 균등하게 주지 않았고, 기회를 겨우 잡는다한들 언제든 다시 빼앗길 지뢰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실수로 지뢰에 발을 딛는 순간 사회는 차가운 본색을 드러냈다. 그러니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나 또한 30대 청년이다. 친구들과 농담처럼 "살기 힘들다"고 웃어 넘기지만 그 안에 배인 씁쓸한 한숨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지난 대선을 한 명의 여성 청년으로서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다가 석연치 못한 기분으로 결과지를 받아들었다. 청년의 목소리가 정말로 대변되고 있는지 누군가 묻는다면 크게 어깨를 들썩일 것이다. 유달리 뾰족한 청년 자살률 그래프만 보더라도 대답은 뻔할 테니까.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사회비평 #가장외로운선택 #북하우스 #청년자살 #여성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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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외로운 선택 - 청년 자살, 무엇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김현수 외 지음 / 북하우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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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자살은 열심히 하지 않아서, 나약해서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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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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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프랑수아즈 사강이라는 기묘한 작가를 알게 된 건 김영하 작가의 소설 제목 덕분이다.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는 책 제목을 스치듯 보고 단전에서 우러나오는 감탄을 했는데 이 말을 이름도 낯선 외국의 작가가 했다는 말을 듣고 호기심이 생겼다. 그 이후 나는 사강의 <슬픔이여 안녕>을 빌려 읽었고, 마지막 문장과 더불어 책을 관통하는 슬픔에 대한 자세를 보고 그를 경외하게 됐다. 더군다나 <슬픔이여 안녕>을 고작 열여덟에 썼다는 사실을 알고 격렬한 질투심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모차르트를 보며 사르트르가 느꼈을 감정을. 그러나 이제는 안다. 사르트르 또한 왕궁의 악사로서 존경받을 삶을 살았다는 것을. 그래서 이번에 <마음의 푸른 상흔>을 읽으면서는 순수한 경탄을 품을 수 있었다.

사강은 <슬픔이여 안녕>을 통해 엄청난 성공을 거머쥐고 자연스레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그러던 그가 6개월간 단 한 글자도 적지 못하다가 불현 듯 자신의 작품 속에 등장했던 남매를 다시 데려와 풀어나간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이다. 주인공 남매의 매력은 물론이거니와 책의 구성이 매우 독특하다. 사강은 세바스티앵과 엘로오노르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틈틈이 자신의 개인적인 에세이를 끼워 넣었다. 작품을 쓰는 중간중간 자신이 느낀 감정과 생각을 가감없이 풀어 놓는다. 주제도 다양하다. 한 가지만 이야기하는 경우도 드물어서 그의 의식의 흐름을 멍하니 따라가는 기분도 들었다. 프랑수아즈 사강이라는 한 인물에 대해 시공을 뛰어 넘어 친근감을 느낄 수 있었다.



사강은 무엇보다도 내가 나를 알고 나 자신인 채 사는 것의 충만함과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다리를 외로 꼬고 맞은편 자리에 앉아 글을 끄적이다가 창문 밖을 건너다 보며 상념에 빠지는 언니를 만난 기분이다. (물론 이런 언니는 내 주변에 없다.) 최근 자기 전에 인내심을 가지고 무언가를 읽을 준비가 된 날이면 한 꼭지씩 읽고 있는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느낌도 든다. 시대를 앞서간 여류 작가들이라는 면에서도 분명 통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혼자 오롯이 생활을 꾸리기 위해 또 인생의 다른 전환점을 맞이한 시점에서 읽으니 더더욱 와닿는 문장이 많았다.

솔직히, 단순히 외국 작품이라는 이유를 떠나 사강의 작품에서 친근감을 느껴본 일은 없었다. 무엇보다도 주인공들이 현실감이 지극히 떨어지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 책의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 또한 현실에서 찾아보기는 힘든 인물이다. 그들은 이렇다할 직업을 가지지도 않았고, 쉬이 세속적일 수 없는 매력을 지녀 모두의 마음을 움직이는, 걸어다니는 페로몬 같은 느낌을 준다. 자신들을 보며 저도 모르게 희생적 태도를 취하는 사람들에게 남매는 이렇다할 관심을 갖지도 않는다. 곁을 내어주기는 하나, 이 세상에는 둘만을 위한 섬이 따로 있는 듯하다. 그리고 그 섬은 둘을 제외한 그 누구도 가 닿을 수 없다. 그래서 로베르에게 일어난 비극적인 일 이후에도 남매는 변함 없이 살아간다. 약간의 슬픔을 덧칠한 채로.

<슬픔이여 안녕>으로 사강을 처음 알았던 이십 대 초반에는 주인공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던 것 같다. 그러나 사강의 덤덤한 독백과 소설이 뒤얽힌 이 책을 읽고 나니 세웠던 가시가 누그러진 느낌이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무릇 다양한 저마다의 상황들을 이해하는 품이 넓어진다는 뜻이 아닐까. 무엇보다도 내가 나 자신으로 사는 것에 우선 순위를 두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타인에게 무뎌지는 것 같다. 나 또한 한 명의 창작자로서 단단한 내면을 유지하며 타인에게 건강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다짐 또한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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