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의 공식 - 욕하면서 끌리는 마성의 악당 만들기 어차피 작품은 캐릭터다 1
사샤 블랙 지음, 정지현 옮김 / 윌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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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악을 넘나드는 ‘설득력 있는 나쁜 녀석‘을 만들어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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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범이 말했다 - 2021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스 영어덜트 부문 대상 수상작 스토리잉크 1
제레미 모로 지음, 이나무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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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을 처음 받고는 다소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굉장히 거대한 크기를 자랑했기 때문이다. 책 표면을 쓸어보니 매끄러운 질감에 유달리 푹 들어가는 곳이 있었다. 바로 제목에도 등장하는 검은 표범. 표범이 뭐라고 말했기에 이토록 거대한 책의 중심 캐릭터가 되었을까?

책의 처음에는 코모도왕도마뱀과 물소가 나온다. 지구의 모든 역사를 기록하려는 코끼리 조손이 나오고, 정해진 길이 아닌 곳으로 비행하려는 찌르레기가 나오고, 다양한 국적(?)의 새들을 등에 태운 코뿔소도 나오고, 평생 동안 자개처럼 반짝이는 조개껍데기에서 시간을 보낸 소라게도 나오고, 어머니의 죽음을 목전에 둔 원숭이도 나온다. 그 모든 이야기를 거쳐서야 마침내 이야기에 등장한 모든 동물들이-내가 언급하지 않은 동물들도 모조리 표지에 나와 있다- 위대한 표범, 현자 "소피아"의 연설을 듣기 위해 모인다.



소피아는 '죽음'에 관하여 짤막한 연설을 한다. 모두가 마음을 졸이며 모여든 것 치고는 허망할 정도로 단순하다. 그러나 그 철학만큼은 묵직하다. 그리고 모두가 군말 없이 제자리로 돌아간다. 결국 어머니의 죽음을 목도하게 된 원숭이의 오열을 마지막으로 이 책은 끝난다.

책장은 훌떡 훌떡 넘어갔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는 머릿속이 조금 멍했다. 아이들에게 이 동화를 읽어 줘도 되는 건가? 또 동시에, 인간이야말로 유일무이하게 죽음에 관해 매 순간 직시하고 고찰하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자 아이들에게도 무작정 두려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는 다름 아닌 첫 번째의 코모도왕도마뱀과 물소 이야기였다. 물소는 그 누구도 들어 주지 않고 믿어 주지 않는 목표를 위해 섬을 민다. 본능이 앞서 물소의 다리를 물어버린 코모도왕도마뱀에게 물소는 자신이 목표한 것을 차마 이루지 못할까봐 두렵다고 한다. 코모도왕도마뱀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사과하지만 이미 물소의 몸에는 치명적인 독이 퍼지고 있다. 물소는 혜성으로부터 이 섬이 안전하게끔 자신의 튼튼한 뿔로 섬을 민다고 말한다. 매일 밤 예지몽을 꾸던 물소는 독이 온 몸을 잠식한 날 코모도왕도마뱀의 도움으로 산 정상에 올라가 섬에 내리꽂히는 혜성을 마주본다.

그리고 그 물소의 시체를 보며 오열하던 코모도왕도마뱀은 시체에 다가드는 독수리에게 "그 누구도 물소는 먹을 수 없다"며 흙을 파 시체를 묻는다. 그로 인해 위대한 현자 소피아는 이 자리에 소환당하게 된 것이다. 책을 덮고서 다시 첫장의 물소 이야기를 보았다. 마음이 울적했다. 물소는 자신이 믿는 진실을 위해 전력을 다했다. 본능에 앞서 물소를 냅다 물어버린 코모도왕도마뱀의 마음까지 감동시킬 정도로. 나는 물소를 보며 <달과 6펜스>의 찰스 스트릭랜드가 떠올랐다. 대책없이 열정적인 면마저 닮은 캐릭터들. 아직 '6펜스'의 세상에 매여 있는 내 눈에 '달'의 경지에 이른 스트릭랜드와 물소는 어쩐지 경외스럽다.

아이들이 보는 동화라고 해서 쉽고 유익한, 아름답고 행복한 이야기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깊은 울림을 느껴 당황스러웠다. 어른과 아이 모두 함께 읽고 어쩌면 어렵고 어쩌면 머나먼 죽음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는 책이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어린이 #표범이말했다 #웅진주니어 #아동도서 #동화책 #철학동화 #제레미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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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범이 말했다 - 2021 볼로냐 라가치상 코믹스 영어덜트 부문 대상 수상작 스토리잉크 1
제레미 모로 지음, 이나무 옮김 / 웅진주니어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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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필요한, 초연한 해피 엔딩을 위한 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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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외로운 선택 - 청년 자살, 무엇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김현수 외 지음 / 북하우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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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호트 효과'라는 말을 아는지? 나는 어느 날 우연히 신문에서 읽은 기사에서 이 단어를 보았다. 언젠가부터 딱딱하고 정갈한 신문 기사를 읽으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날이 많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사실만을 전달하는 기사에서 나는 꽤 서글프고 동떨어진 감정을 느낀다. 일본에서 있었던 '코호트 효과'가 우리나라 여성 청년들에게도 일어나는 것 같다는 기사를, 나는 아주 오래 기억하고 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주위에서 누군가가 '아직 아까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다는 말을 들으면 나는 자연스럽게 혹시 스스로의 선택으로 떠난 건 아닐까 걱정하게 되었다. 하루하루 시간을 업으며 자연스레 누적되는 나이의 무게인지, 늘 그러하듯 예민하고 과민한 성격 탓인지, 특히나 여성이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시려올 지경이었다.





자살은 역방향의 어긋난 행위라는 문구를 읽고도 많이 착잡했다. 특히 '죽음'이라는 단어에 이상하리만치 어릴 때부터 가깝게 지내는-최근 드라마 파친코를 번역한 황석희 번역가의 에피소드를 보고 든 생각인데- 한국에서, 누군들 자살을 한 번 떠올려본 적이 없겠냐고 생각한다. 어떤 스님도 인생에서 너무 의미를 찾지 말라고, 의미를 찾고자 하면 결국 죽음으로 귀결되는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는데, 역시나 인생은 너무나 어렵고도 희귀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굿 플레이스>를 보면서도 삶과 죽음, 짧으면서도 긴 인간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는데 늘 내리는 결론은 지금을 충실히 살자는 것이었다. 대책 없는 낙관주의자들의 단골 멘트라고 생각했던 말을 내가 하다니.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고작 서른이지만.

코로나 이후 여성 청년들의 자살률이 급증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남성 자살률이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이고 이상한 결과다. 원인을 파고 들어가야 한다.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넘기기엔 당장 내 소중한 이웃이 사라지고 있으니까. 그들이 나약해서도, 노력을 하지 않아서도 아니다. 내 손으로는 한 개도 이루지 않으면서 마치 환상의 동물처럼 돈 많고 잘생기고 자상한 남자를 물어서(?) 팔자 한 번 펴 보려는 여성은, 이것이야말로 유니콘이라고 생각한다. 여성 청년의 자살 원인을 차근차근 읽다가 알았다. 그들은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지만 사회에서 기회를 균등하게 주지 않았고, 기회를 겨우 잡는다한들 언제든 다시 빼앗길 지뢰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실수로 지뢰에 발을 딛는 순간 사회는 차가운 본색을 드러냈다. 그러니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나 또한 30대 청년이다. 친구들과 농담처럼 "살기 힘들다"고 웃어 넘기지만 그 안에 배인 씁쓸한 한숨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지난 대선을 한 명의 여성 청년으로서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다가 석연치 못한 기분으로 결과지를 받아들었다. 청년의 목소리가 정말로 대변되고 있는지 누군가 묻는다면 크게 어깨를 들썩일 것이다. 유달리 뾰족한 청년 자살률 그래프만 보더라도 대답은 뻔할 테니까.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사회비평 #가장외로운선택 #북하우스 #청년자살 #여성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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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 Last 이제야 흉터가 말했다
리퍼 지음, 가시눈 그림 / 투영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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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관련 트리거 주의

나는 가끔 꿈을 꾼다. 대개는 깨고 나면 휘발되어버리는 유형의 것이지만, 또 어떤 것들은 눈을 뜨고도 연장되는 것처럼 생생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꿈 일기를 쓴다. 대부분 꿈 일기도 일상글처럼 공개 상태로 두지만 예외의 경우도 있다. 작년 중순이었다. 매일 스트레스를 받기는 했어도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고 있을 때였다. 어느 날 생생하고 긴 꿈을 꾸었다. 알람 소리에 놀라 눈을 뜨고서도 한참 동안 멍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꿈이었다. 지인이 내게 약물을 몰래 먹여 성추행한 다음 학교에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내용이었다. 아주 간결하게 줄여보자면 그랬다. 나는 6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몸 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와 모멸감, 상실감, 공허감, 배신감, 수치심 등을 느꼈다. 파도처럼 한꺼번에 밀려왔다. 나의 가장 단단하고 뿌리깊은 곳을 흔든 감정은 무력감이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아무도 내 편이 되어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를 숨게 했다. '그 일' 이후 꿈 속에서 일 주일이 더 흘렀는데 일 주일 동안 사람들의 눈을 피해 강의를 들으러 다녔지만 결국 마주친 아는 언니에게 입에도 못 담을 욕을 들었다. 마치 내가 원인을 제공한 것처럼. 어안이 벙벙한 채 그 욕을 듣다가 잠에서 깬 것이었다.

눈을 뜨고 내가 꿈 속의 내가 아니라는 사실, 현실의 나에게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알았다. 나는 결코 이 꿈의 감각을 잊을 수 없으리라는 것을. 그간 내가 뉴스를 보며 분노하고 눈물짓던 것이 얼마나 얕았는지를. 하루 종일 멍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다. 죄책감과 불편함을 견딜 용기가. 그리고 망설이는 자기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마음까지.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안락함을 꿈꾸기 때문에, 불편한 진실을 향해 눈을 뜨지 않음으로써 한없이 비겁해지곤 한다. 나도 그러고 싶었다. 하지만 그 꿈은 도저히 그럴 수 없게 만들었다.

'기록기'를 읽으며 제야에게 일어난 일들이 물질화되어 내 살을 베어가는 것 같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어떻게 이 어린 아이에게... 나는 나를 베는 흉기를 빼앗아 가해자에게 들이대고 싶었다. 이 죄책감을 가장 무겁게 져야할 건 내가 아닌데. 그러다 '치유기'를 읽으며 회복을 위해 용기를 낸 제야를 안아주고 싶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망설이던 제야가 과거의 자신처럼 어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위해 용기를 냈을 때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래, 우리가 하는 의미있는 행동은 결국 다음에 올 아이들에게 결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잊고 있었던 것이다.

올해 나는 어릴 때의 내가 그 쯤엔 어른일 거라고 막연하게 상상했던 나이가 되었다. 그러나 나는 내가 어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진짜 어른은 언제쯤 될까, 이제는 딱 잘라 답할 수 없는 문제다. 요즘 들어, 어른이란 내가 아닌 후대의 아이들을 위해서 목소리를 내고 좋은 방향으로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분명히 어른으로 늙어갈 것이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만화 #AtLast이제야흉터가말했다

#리퍼 #가시눈 #투영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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