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장 외로운 선택 - 청년 자살, 무엇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김현수 외 지음 / 북하우스 / 2022년 4월
평점 :
'코호트 효과'라는 말을 아는지? 나는 어느 날 우연히 신문에서 읽은 기사에서 이 단어를 보았다. 언젠가부터 딱딱하고 정갈한 신문 기사를 읽으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날이 많아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사실만을 전달하는 기사에서 나는 꽤 서글프고 동떨어진 감정을 느낀다. 일본에서 있었던 '코호트 효과'가 우리나라 여성 청년들에게도 일어나는 것 같다는 기사를, 나는 아주 오래 기억하고 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주위에서 누군가가 '아직 아까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다는 말을 들으면 나는 자연스럽게 혹시 스스로의 선택으로 떠난 건 아닐까 걱정하게 되었다. 하루하루 시간을 업으며 자연스레 누적되는 나이의 무게인지, 늘 그러하듯 예민하고 과민한 성격 탓인지, 특히나 여성이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시려올 지경이었다.
자살은 역방향의 어긋난 행위라는 문구를 읽고도 많이 착잡했다. 특히 '죽음'이라는 단어에 이상하리만치 어릴 때부터 가깝게 지내는-최근 드라마 파친코를 번역한 황석희 번역가의 에피소드를 보고 든 생각인데- 한국에서, 누군들 자살을 한 번 떠올려본 적이 없겠냐고 생각한다. 어떤 스님도 인생에서 너무 의미를 찾지 말라고, 의미를 찾고자 하면 결국 죽음으로 귀결되는 수밖에 없다고 하셨다는데, 역시나 인생은 너무나 어렵고도 희귀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 <굿 플레이스>를 보면서도 삶과 죽음, 짧으면서도 긴 인간의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는데 늘 내리는 결론은 지금을 충실히 살자는 것이었다. 대책 없는 낙관주의자들의 단골 멘트라고 생각했던 말을 내가 하다니. 역시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고작 서른이지만.
코로나 이후 여성 청년들의 자살률이 급증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남성 자살률이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이고 이상한 결과다. 원인을 파고 들어가야 한다.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넘기기엔 당장 내 소중한 이웃이 사라지고 있으니까. 그들이 나약해서도, 노력을 하지 않아서도 아니다. 내 손으로는 한 개도 이루지 않으면서 마치 환상의 동물처럼 돈 많고 잘생기고 자상한 남자를 물어서(?) 팔자 한 번 펴 보려는 여성은, 이것이야말로 유니콘이라고 생각한다. 여성 청년의 자살 원인을 차근차근 읽다가 알았다. 그들은 열심히 살아보려고 했지만 사회에서 기회를 균등하게 주지 않았고, 기회를 겨우 잡는다한들 언제든 다시 빼앗길 지뢰가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실수로 지뢰에 발을 딛는 순간 사회는 차가운 본색을 드러냈다. 그러니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나 또한 30대 청년이다. 친구들과 농담처럼 "살기 힘들다"고 웃어 넘기지만 그 안에 배인 씁쓸한 한숨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다. 지난 대선을 한 명의 여성 청년으로서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보다가 석연치 못한 기분으로 결과지를 받아들었다. 청년의 목소리가 정말로 대변되고 있는지 누군가 묻는다면 크게 어깨를 들썩일 것이다. 유달리 뾰족한 청년 자살률 그래프만 보더라도 대답은 뻔할 테니까.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사회비평 #가장외로운선택 #북하우스 #청년자살 #여성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