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쓴 카피 오늘도 쓴 카피 - 모든 걸 경험할 수 없어 문장을 수집하는 카피라이터의 밑줄 사용법
이유미 지음 / 북스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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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난 문장으로 내일 다시 써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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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미도르 1~5 세트 - 전5권 - RETRO PAN
김혜린 지음 / 거북이북스(북소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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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려고 보니 내가 만화책 서평을 쓰는 건 거의 손에 꼽는 횟수라는 것을 깨달았다. 만화가 함께 있는 에세이라든가, 일러스트가 있는 에세이를 읽고 서평을 쓴 적은 왕왕 있는 것 같은데(혹은 인문학적인 내용을 다룬 만화책이라든지) 만화 서평은 오랜만이라 괜히 멋쩍다.

어릴 때부터 나는 만화를 자주 못 읽고 자랐다. 부모님은 만화책(단순 오락을 위한)이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며 금했고, 그 와중에 말을 잘 듣던 딸이라(지금은 아님) 만화책은 다 좋지 않다는 편협한 시선을 가진 채 자랐다. 그래서 큰이모 댁에 놀러갔다가 김혜린, 신일숙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의 만화책을 보고는 금단의 열매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아, 재밌을 것 같은데...? 읽어도 되나? 엄마는 책장을 훑어보더니 나도 아는 책이라며 반가운 표정을 했고, 곧장 그 자리에 주질러 앉아 이모 책장의 절반이 넘는 책을 읽어댔다.

그때 읽은 만화가 <아르미안의 네 딸들>, <비천무>였는데 순정만화 특유의 섬세한 그림과 감정선, 실로 문학적이고 통찰력이 느껴지는 대사까지(운명은 예측불허, 그로 인해 생은 의미를 가진다 였나? 그 말이 오래토록 기억에 남았다), 나는 그만 배신감을 느끼고 말았다. 뭐야! 만화는 엄청 재미있고 엄청 느낄 게 많잖아요!

성인이 되어서야 부모님이 금하던 만화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고 또 감사하지만 비디오방이 있던 시절에 양질의 만화를 읽지 못하고 자란 것은 조금 아쉽다. 그러던 차에, 재간되어 나온 <테르미도르>를 보고 겪어보지도 않은 것에 대한 향수가 무럭무럭 피어났다.




성인이 되어서는 웹툰을 아주 즐겨 보지만 어느정도 흐물텅하고 쉬운 그림체에 익숙해져 있다가 <테르미도르>를 보니 왜 만화가들이 손목과 허리를 바쳐가며 그림을 그리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웹툰 작가들도 고생이 많겠지만... 이 시절 만화는 교정지에 한땀한땀 그리고, 펜으로 긋고, 심지어 만화 칸도 직접 나누었다는 것을 듣고 기함을 했다.

게다가 <테르미도르>는 프랑스 혁명을 주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세계사에 문외한이라서 이해하기는 힘들었으나 어릴 때라면 이해할 수 없었을 알뤼느가 그리 밉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어른이 되어 읽기에도 참 좋은 만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 유제니와 다투는 알뤼느인데, 어째서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건지 평민들의 편은 왜 드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고 유제니를 몰아세우는 알뤼느를 보면서 답답하면서도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무래도 이야기 전개 상(?) 알뤼느에게 어려움이 닥칠 것 같은데, 그 시절 귀족 딸 답게 아무 것도 모르고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알뤼느가 얼마나 고생을 하게 될 지... 또 동시에 과거의 내가 떠오르면서 역시 사람은 많은 것을 보고, 쉽게 넘겨짚지 않고, 신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김혜린 작가가 한땀 한땀 벼려 낸 수려한 미모의 인물들을 구경하는 것도 아주 재밌지만 프랑스 역사라는 크나큰 역사의 사건을 피땀 어린 조사와 입체적인 인물들로(물론, 전통적인 역할들을 수행하고 있지만) 그러낸 것을 보며 나 또한 한 명의 콘텐츠 제작자로서 건강한 자극이 됐다.

>> 프랑스 역사라는 크나큰 역사적 사건을 입체적 인물들로 그려낸 수작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로맨스판타지 #테르미도르 #김혜린 #순정만화 #역사만화 #거북이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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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미도르 1~5 세트 - 전5권 - RETRO PAN
김혜린 지음 / 거북이북스(북소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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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역사라는 크나큰 역사적 사건을 입체적 인물들로 그려낸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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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하다는 착각 - 왜 여성의 말에는 권위가 실리지 않는가?
메리 앤 시그하트 지음, 김진주 옮김 / 앵글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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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힙한 표지를 본 순간 끌릴 수밖에 없었던 책.

일단 나는 아닌데 왜들 '이제는 평등한 사회'라고 하는지 궁금하던 차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관통하는 주요 주제는 '권위 격차'인데, 그 권위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사회적 권위 말고도 일상적인 부분에서도 느낄 수 있다. 수많은 실험과 자료를 토대로 저자는 우리가 단순히 성별 때문에 서로 다른 역할을 하거나 취급을 받거나 응답을 받는다는 결론을 내놓는다. 아마, 여성이라는 성별을 가지고 사회생활을 한다면 누구나 겪어보았을 그것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남성과 여성 간의 올바른 관계는 상대 여성에게 총리가 될 만한 능력이 있을 때조차 다정한 삼촌과 예뻐하는 조카의 관계인 거죠. 여성을 실력으로 그 회의에 정당하게 참석한 동등한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거예요.

위의 말을 한 이는 무려 한 나라의 '총리'다. 그럼에도 그는 '다정한 삼촌'처럼 굴려고 하는 남성들에게 무례하고 상냥한(?) 말을 줄곧 들었다. 특히, '다정한 삼촌과 예뻐하는 조카의 관계'라는 말에 여러 번 밑줄을 긋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감이 되었다. 30년 가량 살아오면서 내가 남성인 누군가와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 때면 매번 예쁨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그 관계를 정확히 표현한 문장이라서 무심코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장광설을 늘어놓는다고 느꼈'던 그 감각을 나 또한 깊이 이해한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도 "에이, 진짜 이렇게까지 말하는 멍청이가 어디 있어?"라고 말할 때-아직 인류애가 남아 있었을 때-가 있었는데 몇 번의 입씨름 뒤 그 멍청이가 생각보다 세상에 많이 널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남성과 여성이 섞여 있던 모임에서 어떠한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내기로 하였을 때-특히 강제성이 부여되었을 때- 여성혐오적인 시선의 작업물에 대해 또박또박 피드백을 하면 대개 '감정적으로 말하지 말라'는 피드백이 돌아왔다. 그 이야기를 하는 내내 나는 일정한 톤으로, 말이 그다지 빨라지지도 않은 채로, 비속어나 경멸하는 표현을 쓰지 않고,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타인(심지어 질문자가)에 의해 계속해서 말이 끊기고, '감정적'이라는 피드백을 여러 번 들어서 어안이 벙벙했는데, 그것이야말로 권위 격차였다. 이른바 예쁘게 말하면 들어는 주겠다는 식의 '남성 페미'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다. (그러므로 남성들이 스스로를 페미라고 일컫는 행위는 아주 주의해야 한다. 자기도 모르게 권위를 오남용할 수 있기 때문)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도 '내가 예민해서 그렇게 받아들이는 건가?' 혹은 '이런 것에 기분나쁜 게 이상한 건가?' 하는 등의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내가 하던 말을 난데없이 자르고 들어온다거나 감정적이라며 무시하거나 전문성을 의심하는 건 전부(전부가 아니라면 99.9999999% 정도는) 권위 격차 때문이라는 것을. 그러므로 정말 간단하고 진부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공부하고 새로운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래야만 '다정한 삼촌'이나 '예쁨받는 조카'가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서 관계맺기를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사회학 #평등하다는착각 #메리앤시그하트 #앵글북스 #권위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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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하다는 착각 - 왜 여성의 말에는 권위가 실리지 않는가?
메리 앤 시그하트 지음, 김진주 옮김 / 앵글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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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고 진부하지만 우리는 계속해서 공부하고 새로운 것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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