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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 스토리콜렉터 59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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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테가와는 형법 39조의 재검토보다 심신 상실이라는 정의를 엄격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심신 상실 혹은 심신 쇠약이라면서 그런 인간들이 손대는 상대는 언제나 여자와 아이뿐이다. 실수로도 폭력단 사무실이나 씨름 선수 방에 난입하지 않는 것은 충분히 판단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p.50



잔혹한 범죄 현장과 시체에서 발견된 어린 아이의 메모는 쉽사리 매치가 되지 않는다. 나카야마 시치리의 <연쇄 살인마 개구리 남자>은 살인을 사냥에 비유한 어린 아이의 순수한 잔혹성을 바탕으로 한 범죄 스릴러 소설이다. 어딘가 친숙한 느낌의 신입 경찰 고테가와, 베테랑 경찰 와타세 반장, 저명한 심리학자 오마에자키 교수, 음악 치료사 사유리 등 저마다 개개인의 스토리를 가진 인물들이 등장한다. 저자 나카야마 시치리는 대담한 전개 뿐 아니라 심신 미약자에 의한 범죄의 허술한 처벌 법망에 대해서도 화두를 던진다.



개구리 남자의 연쇄 살인은 계속되는데 무작위적인 살인 수법 때문에 경찰의 수사는 갈피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마을 분위기는 날로 횡횡해지고 불안감을 이기지 못한 도시 주민들은 급기야 무기를 들고 경찰서로 향한다. 용의 선상에 오른 자들의 목록을 알아내 직접 처단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목적이다. 경찰서 내부에서 주민들과 경찰들 사이에 벌어지는 극적인 대치 장면은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광기에 잠식당해 밀고 올라오는 자들과 차마 폭력적인 대응은 하지 못한 채 그저 버티는 경찰들. 용의자 목록이 주민들의 손에 들어간다면 이 혼란의 끝은 알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한편 아비규환의 현장 속에서 신입 경찰 고테가와의 눈물겨운 수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출세 기회를 엿보는, 한낱 어설픈 신입에 불과한 고테가와는 내내 엉성하고, 얻어터지고 다니는 바람에 이젠 이름만 봐도 짠한 마음이 든다. 



"극단이나 배우 양성 학교나 아마추어에게 연기를 지도할 때는 표정보다 먼저 손끝이나 걸음걸이부터 가르치지. 왠지 알아? 표정은 쉽게 바꿀 수 있지만 몸에 밴 직업적인 버릇이나 심리를 드러내는 동작은 억제하기 어려워. 그래서 그 인물이 되려면 버릇을 따라 하는 게 좋아. 역으로 버릇이나 행동에는 숨길 수 없는 뭔가가 드러나기 마련이야. 형사는 그걸 봐야 해." p.124



길게 묘사되는 강간 장면과 잔혹한 범죄 현장을 지나치게 세세하게 표현한 부분은 정말 읽기가 힘들었다. 중간중간 화자가 바뀌면서 범죄현장을 다른 시각으로 보여준 것은 현실감이 있어 좋았지만, 인물들의 이해와 잔혹성을 1차원적으로 표현한 것은 아쉽다. 소개글에 예고된 대로 마지막장에 반전이 기다리고 있으니 읽으면서 복선을 찾아 결말을 예상해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가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나 역시 추리하며 읽었지만 절반의 반전만을 맞출 수 있었다. 아직 스릴러 내공이 많이 부족한 탓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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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투 더 워터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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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벡퍼드는 자살 명소가 아니다. 벡퍼드는 골치 아픈 여성들을 제거하는 곳이다.'


언니의 사망 소식을 듣고 오래 전 떠났던 고향으로 돌아온 줄리아. 마을을 중심으로 흐르는 드라우닝 풀은 누군가에겐 쉬어가기 좋은 장소일지 몰라도,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 속 희생양들에겐 끔찍한 장소다. 이제 그 목록에 줄스의 언니 넬까지 포함해야 할지 모른다. 과연 넬 애벗은 정말 스스로 뛰어내렸을까.



등장인물들이 저마다의 시선으로 보는 서로 다른 진실은 독자에게 혼란스러움을 준다. 불완전한 인간의 기억이란 장치로 스릴러적 요소를 한층 돋보이게 만드는 저자 폴라 호킨스는 이미 첫 번째 스릴러 소설인 <걸 온 더 트레인>에서도 그 실력을 입증한바 있다. 열 명이 넘는 화자 모두가 의심스러운 가운데 무엇이 진실인지를 찾기란 쉽지 않다. 분명한 건 연달아 희생자가 발생했고 거기엔 어떤 연관성이 존재한다는 것. 굽이치는 강과 한 마을의 미스터리는 깊숙히 가라앉아 진흙과 뒤엉켜버린 진실을 덮고 투명하게 흐른다. 거울과도 같은 수면 위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진실을 본다.  남성의 폭력에 희생된 여성들, 단절된 관계, 끊임없는 불신과 오해까지. 작은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의 중심에는 언제나 강이 있었다.



폴라 호킨스의 탁월한 심리묘사와 표현력은 독자를 물 속에 빠뜨리고 허우적거리게 만든다. 전작에 이어 이번 <인투 더 워터>까지, 그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충분하다. 잘 넘어가는 책장 덕분에 푹 빠져 읽었더니 얼핏 강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물결이 치고 또다시 일렁인다. 당신이 본 진실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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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이방인 - 드라마 <안나> 원작 소설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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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는 삶이 이미 자기를 스쳐지나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직까지도 그 자리가 불에 덴 것처럼 뜨거웠다.


'나'라는 존재의 낱낱을 숨기고 타인을 연기할때 삶의 무게는 한층 가벼워진다. 우리가 스스로 뒤집어쓴 가면에 마음의 평안을 얻는 이유. 내가 바라마지 않는 이상적인 나와 현실의 나, 그 사이의 괴리감은 가면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친밀한 이방인>의 화자 '나'가 '엠'의 인생의 흔적을 좇았던 진짜 이유는 다시 글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의 엄마가 암 선고를 받은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한 이유, '진' 그리고 엠과 얽힌 많은 등장인물들 역시 결국 같다. 옳고 그름을 떠나 제대로 삶을 살고 싶었을 뿐. 어쩌면 인생은 가면극과 같을지도.



"우리 모두 결국 죽어." 엄마는 간결하게 말했다.
"그날, 네 아버지가 암 선고를 받은 날 말이야. 그런 생각이 들었어. 그 사람도 나도 이제 늙었고 이렇게 하나둘 고장이 나다가 죽을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더는 견딜 수가 없는 거야. 한 번도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보지 못했는데, 늘 꼼짝도 못하게 나를 짓누르며 살았는데, 이대로 끝이 난다면 내 인생은 대체 뭔가 하고 말이야."



아버지와 엄마. 나는 그들과 한집에서 이십 년간 함께 살았지만 두 사람의 진짜 관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다. 지극히 평범한 인간들이 평범하게 걷고 있는 길 위의 풍경처럼 그들의 결혼생활도 그랬다. 우리가 질서를 연기하는 한, 진짜 삶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그렇다면 진짜 삶은 어디 있는가? 그것은 인생의 마지막에서야 밝혀질 대목이다. 모든 걸 다 잃어버린 후, 페허가 된 길목에서.


오랜 취재 끝에 '나'는 엠의 비극적인 삶은 세밀히 알 수 있었지만, 그녀에 대해선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다. 그 가면 뒤엔 아무도 없다. 이 세상에 명확하게 정의 내릴 수 있는 '나'는 없다. 나도 날 모르는데 당신이 날 알 수는 없는 일. 부모도 배우자도 친구도 결국 친밀한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리고 우린 서로를 이용하며 살아간다. 잘 살고 싶어서, 사랑하고 싶어서, 행복해지고 싶어서. - "속는 자와 속이는 자는 함께 쾌락에 빠져들기 마련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후자의 것보다 전자의 것이 더 크다고 할 수 있지요." 소설 中 - 엠은 여러 얼굴을 하고 가짜 삶을 살았지만 사람들은 그녀에게서 위안과 희망을 얻었다. 타인에게 의미있는 존재가 된다는 것.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그 일이 놀랍게도 우릴 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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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악어 프로젝트 - 남자들만 모르는 성폭력과 새로운 페미니즘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5
토마 마티외 지음, 맹슬기 옮김, 권김현영 외 / 푸른지식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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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혐오 체험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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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하는 여자들
조안나 러스 외 지음, 신해경 옮김 / 아작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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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다섯 개 주고 싶었는데 마지막 단편 때문에. 유리감옥 부수는 김에 오리엔탈리즘도 같이 부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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