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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선택한 남자 ㅣ 스토리콜렉터 66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이한이 옮김 / 북로드 / 2018년 8월
평점 :
과잉기억증후군과 공감각이라는 독특한 능력을 가진 캐릭터가 등장하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로 전세계 독자들에게 그의 이름을 각인시킨 데이비드 발다치가 세 번째 이야기 <죽음을 선택한 남자>로 돌아왔다. 에이머스 데커는 출근길에 의도치 않게 사건을 목격한다. FBI빌딩 앞에서 한 여자를 쏘고 곧이어 자살을 하는 남자를 그의 완벽한 기억력에 녹화된 것인데, 이는 불행 중 다행이라 해야겠다. 한 여자를 쏘고 자살한 이 사건은 단순히 결과가 아닌, 얽히고 섥킨 거대한 음모의 시작이자 단서인 셈이니 말이다. FBI와 DIA가 협력해 사건을 수사하지만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나오는 정황들은 이어지지 못한 퍼즐처럼 의문만 더 커질 뿐이다. 제자리를 멤도는 수사 그리고 모든 의문점은 계속해서 단 하나의 질문을 향한다. 월터 대브니는 왜 앤 버크셔를 죽였나? 이 질문에 모든 대답이 들어있다.
"그거 이상하네요."
"분명, 이 여자는 모든 게 다 이상해요."
"그럼, 무차별 살인은 아닐 수 있겠네요. 어쩌면 대브니가 그녀를 쏜 특별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아, 난 그렇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지금 당장은 우리가 생각해낼 수는 없는 그런 이유일 거라고요."
"대브니와 함께 은행 CCTV에 찍힌 여자가 버크셔였다면 일이 훨씬 더 쉬웠을 텐데요." 그녀가 아쉬워했다. 데커는 그녀에게 이상하다는 눈길을 보냈다. "쉬운 일을 원했다면, 직업을 잘못 고른 거 같은데요, 알렉스." p.116
풀리지 않는 사건에 심각하다가도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데이비드 발다치 식 유머에 웃으면서 읽을 수 있었다. 에이머스 데커는 과거의 사고로 완벽한 기억력을 얻었지만 대신 감정적인 면을 잃었다. 그 때문에 자주 사람들에게 미움을 사고, 가끔 얄미워 보일 때도 있으며 극강의 눈치없음을 뽐내기도 하는데, 그게 데커만의 매력이면서 재미요소이기도 같다. 특히나 알렉스의 경차를 가지고 투덜거릴때면 정말 그녀와 같이 화내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그에게 짜증내는 이유를 몸소 체감했달까. 암튼 이 룸메이트들의 알쏭달쏭한 관계는 다음 권을 기대해봐야 할듯 싶다. 두 번째 이야기 <괴물이라 불린 남자>에서 사형수로 나왔던 멜빈 마스가 에이머스 데커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등장해 큰 활약을 보여주어 더욱 반갑기도 했다. 다만 극의 삼분의 이가 넘어가도록 사건이 해결될 기미는 안 보이고 이 답답한 상황 속에서 데커 혼자서 모든 사건을 끌고가는 점은 아쉬웠다. FBI팀원들의 활약이 너무도 부족했고 데커의 공감각 능력이 좀 더 발휘되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이번 편에서 데커에게 심적인 변화가 생긴 것 같아 그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변해갈지 궁금하다. 다음 편도 빨리 출간 되었음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