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탱고 알마 인코그니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지음, 조원규 옮김 / 알마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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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굴린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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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들의 섬 밀리언셀러 클럽 3
데니스 루헤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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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러운 기억은 끊임없이 변모하여 우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서 당신이 경계해야 할 것은 거대한 폭풍우가 아니다. 얼어붙을 듯한 추위에 감각은 둔화되고 뿌옇게 가려진 시야에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그렇게 조용히 당신을 침잠시키는 가랑비같은 존재다. 정신질환 범죄자들이 수감된 애시클리프 병원에서 환자 한 명이 감쪽같이 사라지고 보안관 테디는 파트너 처크와 함께 조사를 위해 지독한 배멀미를 견디며 외딴섬으로 향한다. 하지만 병원 직원들의 태도는 어딘지 의뭉스럽고 사라졌던 환자 레이첼 솔란도는 멀쩡히 모습을 드러낸다. 사건은 허무하게 종결되는 듯 보이지만 테디에겐 이 섬에 발을 들인 진짜 이유가 남았다. 베일에 싸인 '67번 환자', 아내 돌로레스를 죽인 앤드루 레이디스를 찾아내 복수를 해야 한다. 모두가 한통속인 이 곳에서.




"보름달 말입니다. 보름달 때문에 사람들이 미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중략)

"사람의 뇌는 50퍼센트 이상이 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설마요?"
"정말입니다. 달이 바다를 이리저리 휘두를 수 있다면, 사람 머리에다가는 무슨 짓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세요." p.394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배를 타고 나갔다 고요한 바다 위에서 맛봤던 고립감과 공포는 훗날 그에게 더욱 큰 트라우마로 재탄생한다. 물은 어느 곳에나 존재하기에 피할 수 없고 그렇기에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외딴섬을 벗어날 길은 애초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살인자들의 섬>은 과거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한 남자의 처절한 이야기다. 전쟁이 남긴 상흔과 가족을 잃은 고통, 죽은 뒤에도 테디의 귀를 멤도는 돌로레스의 속삭임. 결국 모든 것은 죄책감이자 후회, 상실에서 비롯된다.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 『셔터 아일랜드』에서 안개가 걷히고 거짓으로 쌓아올린 진실이 무너진 뒤 떠오르는 배우 디카프리오의 고통스러운 얼굴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마음을 울렸다.

 


 

저자 데니스 루헤인은 한 인간의 어두운 내면과 독특한 플롯을 살려 장르의 특성을 극대화시켰다. 등장인물들이 주고 받는 대화는 아귀가 맞지 않고 어딘가 삐그덕 거리고, 사건을 파헤치는 자와 숨기려는 자들의 미묘한 신경전은 미스테리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된다. 휘몰아친 폭풍우가 지나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찾아드는 왠지 모를 찜찜함은 어찌해야 할까. 나는 내 고통의 기억을 되돌아본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은 과연 투명한 진실일까. 어쩐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늘 그렇듯 모든 것이 끝난 뒤 찾아오는 편두통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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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인 어 다크, 다크 우드
루스 웨어 지음, 유혜인 옮김 / 예담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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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부실한 연극 한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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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인드 리더 - 사람의 마음을 읽는 자 스토리콜렉터 68
크리스토퍼 판즈워스 지음, 한정훈 옮김 / 북로드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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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면 그것은 신의 축복일까, 저주일까. 이름도 없이 버려진 아이 '존 스미스'는 특별한 능력을 타고났다. 타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뇌리에 박힌 모든 과거와 심지어 그 사람이 현재 느끼는 신체적 고통까지도 통감할 수 있다. 하루도 고요할 틈 없는 그는 이런 저주에 가까운 능력으로 CIA를 거쳐 사설 컨설턴트를 설립해 홀로서기 중이다. 죄없는 이의 죽음에 본의아니게 가담한 뒤로 그는 줄곧 죽음에서 도망치고 있다. 그런 그에게 억만장자 슬론이 사건을 의뢰 해오고, 이는 그에게 영원한 고요와 안식을 가져다 줄 엄청난 기회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물 흐르듯 쉽게 흘러가던 작전이 갑자기 꼬여버리고 궁지에 몰린 존에게 남은 것은 몇 푼의 돈과 짐짝이 틀림없는 파트너 켈시 뿐이다. 상대는 데이터 마이닝 기술로 업계 최고자리에 있는 프레스턴. 그들의 추적을 피하려면 바늘 구멍을 통과해야겠지만, 우리에겐 초능력자 주인공이 있다. 




판즈워스의 소설엔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판타지를 멋드러지게 충족시키는 무언가가 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액션과 스릴은 미드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거기에 판타지 요소가 가미된 점이 큰 차이점이다. 주인공의 능력으로 곤경에 처한 상황을 반전시키는 장면은 언제나 통괘하다. 프레스턴이 존의 과거를 빌미로 협상을 구걸할 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하는 모습은 뻔하지 않아 좋았지만 아무래도 다음 권 소재로 등장할 예감이 든다. 영화로도 제작된다고 하니 판즈워스의 전작과 <마인드 리더>를 재밌게 읽은 사람으로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후속작 번역도 빨리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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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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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사랑에 빠진 순간을 기억하는가. 테니스 클럽에서 제비뽑기로 파트너가 정해졌을때 처음 수전을 눈에 담은 열아홉의 폴은 그저 그즈음이었다고 짐작할 뿐이다. 복잡한 사랑의 시작점에 방점을 찍는 거야말로 소설같은 얘기일 것이다. 오로지 그 한복판에 들어온 뒤에야 깨닫게 되는 것, 그것이 바로 그런 '순간'에 해당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사랑은 누군가에겐 살짝 엿보는 천국이고, 또 누군가에겐 "재난"이다. 여기 첫사랑의 상흔이 아주 지독하게 남은 이가 말한다. "첫사랑은 삶을 영원히 정해버린다." 고.



십 대의 폴은 부모의 일대기를 상상하며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나는 고랑에 사는 사람은 되지 않을 생각이었다. 또는 개를 기르는 사람은."- 평범한 삶에 공포와 불안을 드러낸다. 같은 중산층과 결혼해 가정을 꾸리는 일이 그에겐 제 무덤 제가 파는 행위인 셈이다. 십자말풀이를 혐오하는 것 역시도 마찬가지. 그런 그가 어머니의 엉큼한 속내를 알면서도 테니스 클럽에 나간 건 순전히 부모를 기만한 행동이다. 폴은 매너있게 행동하며 남들이 원하는 모습을 연기한다. 그들의 암묵적 시험에 통과한 폴은 기성세대와 계급문화를 비웃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수전 매클라우드를 만난다. 그의 평생을 쥐고 흔들 지독한 불륜. 그들의 사랑을 폄하할 생각도, 도덕적 잣대를 들이댈 생각도 없다. 젊은 남성과 중년의 여성이 만났을때 드리워지는 사회적 시선이 그 반대의 경우와는 많은 차이가 있단 것 역시 차치하고. 어찌보면 폴의 냉소주의적 성격이 그런 삶을 가능케 한게 아닐까. 보통의 또래와 다르게 그가 추구한 것은 "사랑과 진실", 그리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따윈 없다고 미리 못박는 점에서 그런 캐릭터가 두드러진다. 쨌든 그는 고랑에 빠지지 않았다. 알콜중독인 수전을 데리고 정신과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조차 남들보다 흥미로운 삶을 산다는 묘한 쾌감에 젖었으니 말이다. 시간이 흘렀어도 폴은 폴이다. 그는 평생 결혼하지 않았고 여전히 진부한 세상을 혐오한다.
 

가정폭력과 수근거림에서 수전을 구원하고 싶었던 폴은 사랑의 도피를 하고 얼마간 행복의 나날을 보낸다. 도피와 행복이라는 양립 불가능한 공간에서 굳건해보이던 행복에 균열이 시작되고 이제 애증(愛憎)에 애(愛)가 떠나갔다. 너무 이른 시기에 자신을 "헤어 나올 수 없는 진구렁에 빠뜨린" 수전을 원망해보지만, 그녀의 전사를 '이해하는 단계'로 넘어오면서 알콜중독까지도 받아들인다. 마침내 그녀를 구원할 수 없음을 깨달은 폴은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이른바 '수전 되돌려주기'를 실행하면서 증오의 화살을 자신에게 꽂는다. 앞으로의 인생에 수전을 떠올릴 때면 수치심도 함께 떠오르게 된 것이다. 오래 전 어느날 폭행 당하는 친구를 외면하고 도망치던 그때처럼. 그렇게 떠난 낯선 곳에서 사무실 관리자로 일하던 폴은 뻔한 일과가 주는 만족감과 전에는 관심도 없던 돈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세상은 보이는 것과 다르단 수전의 말에 당신은 보이는 그대로지 않냐며 매달리듯 재차 확인하던 폴의 순수가 대비되는 순간이다.



영화 『아름다운 청춘』에서 사제지간인 비올라와 스틱은 불순한 관계를 맺는다. 그녀의 남편은 이를 눈치 채지만 묵묵히 술만 들이킬 뿐이다. 영화 전반에 드리워진 전쟁의 황폐함에서 스스로를 "다 닳아버린 세대"라 칭한 수전의 이름모를 패배감이 느껴진다. 감독 보 비더버그도, 작가 줄리언 반스도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썼다는 점 또한 유사하다. 또 한 편의 영화 『피아니스트』(2001)는 고립된 인간관계와 어머니에게 구속받는 삶을 살던 교수 에리카가 제자 월터와 사랑에 빠지지만 그녀의 그릇된 욕망이 관계를 그르치고, 타인에게 바랐던 구원은 비참한 결말로 돌아온다. 어쩌면 사랑은 구원 받길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사랑은 둘이 해도 이야기는 각자의 몫이다. 상처를 안고 평생을 외롭게 살아온 조운도, 사랑하는 이에게 자신의 모든 걸 내어준 에릭도, 자신을 차선책으로 선택한 아내와 살아온 고든 매클라우드까지 모두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살아간다. 그리고 수전과 폴. 세대라는 차이. 어머니에게 충격을 줬던 '프라이빗 아이'의 저질스러운 표지가 폴과 수전에겐 그저 재밌는 것이었고, 횡단보도에서 시끄럽게 경적을 울린 운전자에게 "아저씨가 나보다 먼저 죽을 거야." 복수처럼 읊조리던 말, 수전이 당신같은 사람이 정치가가 돼야한단 말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 당황하던 폴, 그리고 이제 그 자신이 젋은 세대가 흥얼거리는 노랫말에 세대의 간극을 느낀다. 결코 좁혀질 수 없을 이 격차는 노화라는 필멸성에 의해서만 가까워진다. 어쩌면 회상은 그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압도적인 일인칭으로 시작된 강렬한 사랑의 감정이 흩어지고 고통에서 자신을 분리시키듯 서술 시점에 변화가 생긴다. 이야긴 계속해서 마지막장을 향해 달려간다. 오래 전 보았던 수전의 마지막 모습은 혐오하던 알콜로 모든 기억을 지운 뒤였고, '깃털이 화려한 내 친구'에서 '더러운 외박꾼'으로, 그리고 그녀를 져버렸던 공백의 시간을 거쳐 이제 그는 완전히 잊혀졌다. 영화에서 보던 눈물겨운 마지막 키스는 없다. 아, 클리셰! 그저 짧은 인사, 모든 과거와 안녕을 고한 뒤 그는 빠르게 현실로 돌아온다.



이제 모든 이야기가 끝났고 나는 그가 한 질문에 답을 해야 할 의무를 느낀다. 결국 어떻게 해도 괴로운 게 사랑이라면 나는 재난처럼 사랑에 모든 것을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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