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찬호: 저어…… 그런 일은 없지만, 미국에 우리나라를 위임통치해달라고 청원서를 낸다는 건… 그건, 그건 독립운동이 아니라 나라를또 한번……정한경: 그래요, 바로 그거요. 나라를 또 한번 팔아넘기는 꼴로 우린제2의 이완용이가 되는 것 아닙니까?

이승만: 아하, 이런 답답할 일이 있나. 어찌 그리들 사리분별이 없소.
미국에 위임통치를 바라는 건 나라를 팔아넘기는 게 아니라 가장 용이하고 확실하게 나라를 찾는 첩경이라는 걸 알란 말이오. 자아, 두 눈 똑똑히 뜨고 보시오. 이삼십 명이 만주 한구석에서 독립선언서를 발표한다고해서 나라가 찾아지는 거요? 아니오, 세상은 들은 척도 안하고, 일본도까딱도 하지 않소. 왜 그러겠소? 우리가 실제로 아무 힘이 없기 때문이오 독립군이라고 해보았자 만주땅 여기저기 몇십명씩 흩어져 있을 뿐인데, 그걸 가지고 뭘 어쩌겠다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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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막바지에 이를 즈음 총독부에서 마침내 토지조사사업 완료를다. 1918년 6월 18일이었다. 그 8년 간에 걸친 사업으로 조선총독부는 조선땅의 45퍼센트를 차지한 최대 지주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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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놈덜이 아무리 가시밭길 아니라 훨훨 타는 불길얼 맨글어도 조선얼아조 죽이지넌 못하는구만이라. 시방 죽어 있는 조선이야 껍데기 조선이제 알갱이 조선언 펄펄 살아 있덜 않은감요. 조선사람덜이 두 눈 똑바라지게 뜨고 살아 있응게 조선이야 죽은 것이 아니제라. 왜놈덜이 친일배빼놓고 조선사람덜얼 다 죽여야 조선얼 영영 죽이는 것인데, 고것이야참말로 영영 안되는 일 아니겠능가요?」

신세호는 문득 긴장했다. 조선사람이 다 죽어야 조선이 죽는다! 그 말은 무쇠보다 굳은 의지인 동시에 근원이 확고한 투쟁사상이었던 것이다.
「스님 말씸이 백번 옳구만요. 지넌 그리넌 생각지 못하고 있었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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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산공진회바람이 잠잠해지는가 했더니 그 바람 끝에 다시 일어난 고무신바람이었다. 그 말랑말랑 보들보들하고 매끈하게 생긴 고무신을 신고싶어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본세상이 된 다음에 그런 바람은 여러 차례 불어왔었다. 석유와 함께 불어닥친 호롱바람, 무명을 똥값으로 만든 광목바람, 엿을 천한 먹게리로 몰아붙인 눈깔사탕바람, 가마를 조롱거리로 삼은 인력거바람, 윷놀이를 싱겁고 맥빠지게 만든 화투바람, 걷는 것을 한없이 따분하게 만든자전거 바람 같은 것들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그 바람들은 그래도 고무신바람처럼 거세지는 않았다. 고무신바람은 여자들이 가세하면서 걷잡을수 없이 세차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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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한 몸, 한 몸이 다 조선입니다......그 처음 들어본 말을  공허는 잠자리에 들어서까지 몇십번이고 되새김질했다.
그 말의 의미가 마치 심오한 불경의 한 구절처럼 마음을 사로잡고 드는 것이었다.
말은 생각할수록 여러 갈래의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우리 한 사라 한 사람은 다 조선을 되찾는 일에 나서야 합니다. 조선사람으로서의 책무를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조선이 됩니다. 조선사람들이 살아 있는 한 조선도 살아 
있다는 것을 각성시키는 것이었다. 우리 한 몸, 한 몸이 조선의 앞날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조선사람들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제시하는 것이었다. 우리 한몸, 한 몸을 지켜 조선 회복에 바칩시다. 서로가 앞날의 고난을 헤쳐나가자는 각오를 다짐하는 것이었다.
  공허는 무언가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을 느꼈다. 송수익의 이야기를 통해서 임금이 곧 나라이고, 조선의 모든 것은 
바로  임금의 것이라는 생각은 바꾸게 되었다. 
그러나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조선이라는 생각은 감히 
해본 적이 없었다. 
대종교 교도들은 다 그런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것인가……? 공허는 은근히 대종교에 관심이 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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