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산공진회바람이 잠잠해지는가 했더니 그 바람 끝에 다시 일어난 고무신바람이었다. 그 말랑말랑 보들보들하고 매끈하게 생긴 고무신을 신고싶어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본세상이 된 다음에 그런 바람은 여러 차례 불어왔었다. 석유와 함께 불어닥친 호롱바람, 무명을 똥값으로 만든 광목바람, 엿을 천한 먹게리로 몰아붙인 눈깔사탕바람, 가마를 조롱거리로 삼은 인력거바람, 윷놀이를 싱겁고 맥빠지게 만든 화투바람, 걷는 것을 한없이 따분하게 만든자전거 바람 같은 것들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그 바람들은 그래도 고무신바람처럼 거세지는 않았다. 고무신바람은 여자들이 가세하면서 걷잡을수 없이 세차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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