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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평점 :
소현
소현세자 [昭顯世子, 1612~1645] - 조선 후기의 왕족. 1625년 세자로 책봉되었고, 1636년 병자호란이 일어나 삼전도에서 청나라에 항복한 이후, 아우 봉림대군과 함께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갔다가 돌아왔으나 귀국 두 달 만에 사망하였다. (네이버 백과사전)
흔히 비운이라 하면 사도세자 혹은 소현세자를 떠올린다. 자신들의 웅혼한 뜻을 펴 보기도 전에 뜻을 접어야 했던 그 아쉬움이 있기 때문이다. 소현세자의 이야기는 수많은 추측을 남기며, 또 다른 이야기들로 변모를 거듭한다. 소설이나 혹은 드라마 그리고 영화의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조선은 과연 왕의 나라였을까? 서인의 도움으로 광해군을 몰아내고 인조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조선 제 16대 왕 인조. 어떻게 보면 신하들이 권력을 가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의지보다는 주위 사람들의 의지로 왕조에 오른 인조. 어떻게 보면 소현세자의 죽음은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리라. 왕이 된다는 것 그리고 그 왕좌를 지킨다는 것. 그것을 후세들은 욕심이라 일컫는다.
소설 소현. 비운의 사내라 불리는 그의 인생을 소설로 옮겨 놓은 책이다. 저자는 김인숙. 상실의 계절, 먼 길, 유리 구두, 꽃의 기억, 개교기념일, 브라스밴드를 기다리며, 우연을 집필했고 이번에는 소현이라는 책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대산문학상등 수여 받은 경력을 가지고 있다.
소현세자와 관련된 소설 몇몇 권을 읽어 본적이 있는데 김인숙 작가의 소현이 다른 책과 다른 점은 이렇다. 좀 더 감성적인 부분들이 많고, 확실히 여성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매력이 있다. 어떻게 보면 조선왕실과 청황실의 여러 부분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정치적인 내용이 많아져 딱딱해 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인숙 작가는 간결하면서도 여러 인물의 감성적 인생을 도입하므로 비운의 소현세자를 더욱 더 잘 그려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쉬움점이라면 긴박하게 돌아갔을 전쟁의 기운과 조선 왕조의 분위기, 서로의 이익과 명분으로 얼룩진 그 당시의 분위기가 살아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감성적인 반면에 스펙터클 혹은 조밀함이 부족한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소현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소현이 꿈꾸었던 세상. 그리고 여러 등장인물들이 바라보았던 이상. 언제나 그렇듯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그리고 패배한 나라의 세자로 태어난 죄로 인해 받아야 했던 그 고통. 비단 욕심이라 부를 아버지 인조의 잘못이라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도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은 아닐까? 변화 그렇다. 시대는 변한다. 그리고 사람도 변하다. 그리고 그 변화에 민감하지 않으면 도태되어진다. 마치 인조처럼 말이다. 명분만 가득한 명나라와의 관계가 명에서 청으로 변하는 시대를 읽지 못하게 했다. 또한 청에서 서양 문물을 보고 배운 세자의 변화를 전혀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조선이라는 나라이다. 변화 그것이 무엇인가? 자기의 것을 잃을 것만 같은 두려움이 아니던가?
지금의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과연 변화에 민감해져 있는가? 기득의 권력을 잡은 자들이 자신들의 것을 잃지 않기 위해 변화를 싫어한다. 그것은 때로는 보수라는 이름에 뭉쳐지기도 하고 때로는 진보라는 이름으로 바뀌기도 한다. 몸부림치며 세상을 바꾸고자 했던 이들은 모두 단명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이 나라 대한민국이 아니던가?
소현세자. 오래전 역사의 한 인물이지만 그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망해가는 나라의 짐을 짊어지고 멀리 먼 타국에 볼모로 가야 했던 사람. 끝없이 고향을 그리워하며 부국강명을 꿈꾸었던 사람. 무언가를 해 보기도 전에 권력의 희생자가 되어야 했던 사람. 그리고 끝없는 아쉬움만 남겨야 했던 사람 소현 세자. 소현 세자 그의 모습이 바로 지금의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