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예수복음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0년 1월
평점 :
예수복음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에는 항상 인간 고찰이라는 성숙한 철학적 의미가 담겨져 있다. 그것은 인간이 평생 가져야 할 의문과 대답에 대한 기나긴 여행이다. 인간이 가지는 자아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인간이 왜 인간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그 질문을 던져 주는 것이 주제 사라마구의 책들이다. 사실 이런 철학적 질문들을 이렇게 아름답게 이야기로 풀어내기도 쉽지는 않은데 주제 사라마구는 그러한 재주를 타고 났다고 생각한다. 가장 진부하고 가장 어려운 인간이라는 주제를 이렇게 긴장되게 풀어 나가는 것을 보면 그가 최고의 작가의 반열에 오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 같다.
예수 복음. 그 출발은 성경에 있다. 성경을 읽다 보면 항상 느끼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어린 시절이 거의 나와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그 이유에는 대해서는 여러 학설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주제 사라마구는 이러한 착안점에 이 책의 실마리를 잡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은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예수 그리스도의 공생애 전의 이야기가 전무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이라 생각한다. 신약성경의 4복음서에 조차 그리스도의 공생애 이전의 삶이 왜 그렇게 빈약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나의 생각은 주제 사라마구의 생각처럼 인간 예수로서의 삶의 조명하기보다는 메시아로서의 그리스도의 삶이 더 부각되기를 바란 것이 아닌가 한다.
예수 복음은 주제 사라마구의 1991년도 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예수의 제2복음서'라는 제목으로 문학 동네에서 이미 출판이 되었지만 절판이 되었고 그것을 안타까워한 정영목 번역가가 다시 번역하여 해냄 출판사에서 출판하게 된 것이다. 사실 이 책은 교황청으로 부터 유감표명을 받을 정도로 민감한 부분들을 그려 내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책이다. 물론 소설이라는 그 자체의 특성을 이해하면서 읽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동정녀가 아닌 요셉과 마리아의 아들로 태어난 예수. 베들레헴 동굴 속 말구유에서 있었던 예수. 동방박사가 아닌 세 목자들에게 양식을 얻은 예수 가족. 반란군으로 오해 받아 십자가 처형을 받은 예수의 아버지 요셉. 오랜 시간 자신의 정체성으로 고민해야 했던 예수. 주제 사라마구는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아닌 요셉의 아들 예수를 그려 내고자 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주제 사라마구가 항상 추구하는 것은 진실성이다. 진리의 진실성 그것은 인간은 과연 진실한가? 과연 신은 인간을 어떠한 존재로 만든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다. 예수 복음을 필두로 계속 써져온 그의 책들을 살펴보면 인간이 가지는 진실성과 거짓성에 대한 갈등을 표현하고자 했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는 보이는 것이 전부 진실이 아닌 것이고 눈뜬 자들의 도시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모두 진실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이름 없는 자들의 도시에서는 인간의 존재성은 무엇으로 남겨 질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동굴에서는 과연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어둡고 긴 동굴 같은 거짓과 같은 세상에 대한 생각이다. 도플갱어에서는 나의 정체성의 진실성에 대한 물음이고, 죽음의 중지에서는 인간이 살고자 하는 욕망에 대한 딜레마에 대한 깊은 물음이다.
주제 사라마구가 다소 민감한 주제를 가지고 예수 복음을 쓴 이유는 전형적인 인본주의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기독교 신자인 독자가 읽을 때에는 거부감이 많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은 당연히 생기는 것이다. 아무리 소설이라도 지나친 것은 지나치다고 말 할 수 있는 것도 독자들에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의 독창적인 생각과 누구도 쉽게 상상하지 못하는 세계를 그리고 인간의 자아에 대한 성찰을 잘 풀어 나간다는 것은 그가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받을 확실한 이유이다. 그리고 단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그만의 묘한 매력의 이야기들은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을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