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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피의 천사 - 바나나 하우스 이야기 1 ㅣ 독깨비 (책콩 어린이) 5
힐러리 매케이 지음, 전경화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새피의 천사
그럴 일은 없겠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이것이 사실이 아니었으면 하는 때가 있다. 새피가 카슨 가족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처럼 때로는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의외의 소식을 접하게 된다. 자신이 카슨 가족이 아니라 입양된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기분이 어떠했을까? 한참 사춘기의 시절을 보내고 있던 새피에게는 아주 큰 파도가 닥쳐 온 것이 틀림이 없다.
"새프론에게는 정원에 있는 천사의 조각상을 남긴다."(P68)
바나나 하우스에 살고 있는 카슨네 가족들. 아빠와 엄마는 화가이다. 아빠는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자신의 생활에 더욱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 엄마는 조금 엉뚱하기 어설프기는 하지만 언제나 아이들에게 헌신적인 엄마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언니 캐디는 운전강사 푹 빠져 있고, 동생 인디고는 조금 엉뚱하지만 자기 할 일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 또한 아빠, 엄마처럼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 하는 로즈.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천사상을 찾기를 언제나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친구 사라.
조금은 엉뚱하기도 한 아빠와 엄마는 아이들의 이름도 색상환 표에 나오는 색상의 이름을 아이들의 이름으로 지어 주었다. 예술을 하는 부모님과 그의 네 아이들. 그런데 어느 날 새피는 조금 이상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바로 자신의 이름은 색상표에 없다는 것. 그리고 자신은 엄마의 자매 이모의 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언제나 자신을 사랑해 주시던 아빠와 엄마가 낯설게 느껴진다. 또한 자신의 형제라 믿었던 캐디, 인디고, 로즈는 이종사촌일 뿐이다. 자신의 속해 있던 가족의 자리에 자신의 자리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은 어린 새피에게는 너무 가혹한 아픔이다.
아픔이 많은 아이이지만 사실 새피는 굉장히 낙천적이다. 그리고 새피의 주위에는 그녀를 도와주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 가끔 외톨이라는 느낌을 가지게 될 때가 있다. 그리고 세상에는 나 혼자 무언가를 해내어야 할 것 같은 중압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이 큰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지만 사실 우리 주위에는 많은 이들이 존재하고 있다. 마치 새피의 가족과 친구처럼.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은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어린 사춘기 시절 나의 삶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많았던가. 새피에게도 이러한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알려줄 삶의 조각은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천사 조각상이다. 그것을 찾기 위해 보이지 않은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새피. 그러나 자신의 정체성은 멀리 있지 않다. 카슨 가족의 이방인이라 생각 했지만 결국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그곳이며 자신을 이해해주고 사랑해주는 곳이 그곳을 알게 된다.
사실 한국인에게 입양이라는 것은 낯설지 않은 이야기이다. 하지만 지금 아이들에게 입양이라는 것은 많이 낯선 단어이다. 우리 아이들이 입양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게 도와 줄 것이다. 또한 진정한 가족애가 무엇인지 사랑하는 친구와의 우정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바나나 하우스는 결코 특별한 장소가 아니다. 바로 우리의 일상이며 우리의 일기속에 존재하는 공간이다. 새피의 바나나 하우스가 먼 곳이 아니라 바로 자신에게 있었던 것처럼, 우리의 바나나 하우스도 바로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하고 있다.
아이들의 감수성에 잔잔한 파도를 일으켜줄 새피의 천사. 과연 우리 아이들의 천사상은 어디에 존재하고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