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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페이스
살바도르 달리 지음, 서민아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히든 페이스
먼저 히든 페이스는 쉽지 않은 책이다. 두꺼운 분량도 그렇지만 초현실주의를 표방하는 살바도르 달리의 표현력도 이해하기 쉬운 것은 아니다. 죽음을 무릅쓴 사랑이라는 주제를 내 걸고 있는 살바도르 달리의 히든 페이스. 이 소설은 몰입하여 빠지지 않으면 결국 손에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지는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로 달려가면 갈수록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하는 중독성이 짙은 책이다. 한 번도 살바도르 달리의 소설을 접해 본 적이 없는 나는 히든 페이스를 통해 묵직한 충격과 번민 속에 빠져 드는 것 같다.
히든 페이스는 철저하게 자신을 속여 버린 그랑드살레 백작과 그로 인해 만들어진 인위적인 사랑과 그만을 위해 살고자 했던 불운의 사랑이 겹쳐지는 소설이다. 제목 그대로 얼굴을 숨긴 가면처럼 내면의 소리를 무시하고 살아가야 했던 시대적 흐름의 불운이 그들의 사랑을 갈라놓게만 해놓았다. 하지만 시대적 착오와 흐름으로만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는데 우리도 또한 철저하게 자신들을 속이거나 다른 이들을 속이면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랑드살레 백작. 그가 진정으로 원하고자 했던 삶과 사랑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지고지순하게 백작을 사랑하고자 했던 여인 마담 드 클레다. 자신의 진정한 사랑인 랜돌프라고 생각한 그랑드살레 백작과 결혼한 베로니카. 자신의 욕심과 허망 된 사랑을 위해 한 여인의 일생을 망쳐버린 백작. 자신의 여인을 지키기에는 시대적 상황과 힘이 너무 나약했던 랜돌프. 그리고 그들의 각각의 내면에 일어나는 많은 이야기들과 생각들. 결국 자신들의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한 원망스러운 전쟁.
세계대전이 불러온 시대적 상황과 파멸로 치닫는 인간적 심리. 그리고 허황된 욕심을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했던 열정. 그리고 남녀 간의 이어질 수 없는 사랑의 실타래와 아픔으로 남겨지는 운명의 텍스트. 살바도르 달리라는 인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히든 페이스 역시 어려운 숙제로 남을 수밖에 없다. 시대가 가지고 있던 모순과 불안 그리고 희망이 없는 절망. 겉보기에 화려하게만 보이던 모든 것들이 결국 음울한 결말로 치닫게 하는 살바로르의 이야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환각인지 그 모호함조차 희미하게 다가오는 살바도르 달리의 히든 페이스. 자타 천재라 불리었던 살바도르 달리의 첫 소설 히든 페이스 그것에 잠시 빠져 보는 것만으로 살바도르 달리의 인생을 조금 이해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우리의 인생도 살바도르 달리가 이야기 하는 히든 페이스 일까?
"비행기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일종의 마취제가 아닌가 합니다. 그것은 방향도 화살도 아니요, 비행을 명상하며 그 자리에 붙박인 한 마리 나비인 것을. 그것은 하나의 원인 것을." (P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