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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 ㅣ Young Author Series 1
남 레 지음, 조동섭 옮김 / 에이지21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보트
베트남 출신의 젊은 작가 남 레. 왠지 어색해 보이지 않는 동양인 작가. 베트남의 이야기는 처음이지만 그리 어색하지만은 않다. 베트남 우리와 같은 이데올리기의 아픔을 간직한 그 곳. 상처와 아픔이 얼룩진 그곳에서 그가 들으며 받은 이야기들. 그리고 그만의 아니 그만 쓸 수 있는 독특한 이야기를 표출하게 된다. 우리는 가만히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된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 그만의 세계에 푹 빠져주기만 하면 된다.
"울면서 '노 베트콩, 노 베트콩'하고 나직이 신음했어. 미군들은 우리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어. 미군들은 우리를 돌게 했어. 다시 물속에서 무릎을 꿇게 하더군. 사격이 시작되자, 어머니의 몸이 나를 덮쳤어. 어머니의 몸은 한참 동안 펄떡거렸어."(P28)
첫 번째 이야기. 끔찍한 월남전쟁의 학살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아버지 탄. 그리고 아버지의 이야기를 소설로 만들고자 하는 아들과의 이야기를 그린 단편 사랑과 명예와 동정과 자존심과 이해와 희생. 아무도 쓰지 않는 글이 아니라 오직 나만 쓸 수 있는 글을 쓰고자 하는 주인공. 그리고 그 소설의 이야기 주체는 바로 아버지. 자식을 위한 모든 것을 헌신하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아들의 아버지. 남레의 자전적 소설 같은 느낌을 주는 첫 작품은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온 아버지를 가슴으로 품지 못한 주인공의 마음이 그려진 작품이다. 아픔은 현실이지만 그것을 어루만져 줄 방법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진정 가슴에 품지 않고서는 말이다.
"곧 모두가 깨달았다. 공산주의자들에게서 탈출할 길은 어디에도 없다고. 이제 이 나라는 공사주의자들에게 장악되었다고. 공산주의자들은 북과 남으로 나라를 싸우게 하고, 마을과 마을이 싸우게 했다."(P390)
마지막 이야기. 보트는 월남 전쟁 종전 후 공산주의자들을 피해 망명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자유라는 아주 작은 희망을 보트에 실어서 출발 하지만, 자유로 향하는 길은 더딘 발걸음이다. 거센 풍랑으로, 고장 난 보트 그리고 굶주림 갈증, 전염병 그리고 시작 되는 죽음의 그림자. 사랑하는 이를 곁에서 떠나 보낼 수밖에 없다. 현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언제나 냉혹하게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다. 그 현실을 어떻게 받아 들이냐가 문제이다.
단편집 보트로 우리에게 알려진 베트남 출신 작가 남 레. 그의 민족이 가진 아픔만큼 수많은 물음과 생각을 가지게 하는 아홉 편의 이야기.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그만의 진솔한 이야기. 어둡고 차가운 이야기들이지만 한 줄기의 희망이 살며시 보인다. 인간 본성의 어두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에 대한 물이지만 인간은 그래도 희망을 품고 있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
상이한 공간과 시간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주인공들. 전혀 다른 이야기 이지만 같은 의미와 생각을 품게 만드는 남레의 더 보트. 우리의 인생이 각자 다른 곳에서 다른 시간에 풀어져 나가지만 아픔을 간직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것은 모두가 같다. 그 추억을 어떻게 마음에 담아 둘 것인지가 문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