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멋진 하루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센터 문학총서 1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류리수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어느 멋진 하루




가끔 꿈꾸곤 하지. 나에게 멋진 하루는 언제 다가올까 하고 말이야. 요즘은 이 지루한 일상에 질려 버렸거든. 숨이 막힐 듯 짜인 하루의 삶이 이제는 너무 지겹기만 해. 어른이 된다는 것. 그렇게 어릴 적 동경했던 어른들의 삶. 이거 왠지 어른이 되고 나니 서글퍼지는 걸. 사실 잃어 버린 것이 너무 많거든. 어릴 적 상상했던 많은 것들을. 어릴 적 꿈꾸어 왔던 멋진 하루들이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렸거든.




가와카미 히로미의 어느 멋진 하루. 나카노네 고만물상과 뱀을 밟다로 어느 정도 친숙한 일본 작가. 그녀의 소설은 몽롱함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편이 나을까? 그녀가 소설을 통해서 독자들을 초대하는 방식은 참 특별하다고 생각을 한다. 있을 법도 한, 하지만 존재하는 않을 그런 이야기들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몽롱한 이야기가 내내 생각이 나면서 현실과 비현실의 구분이 모호해지기까지 한다. 그래서 이 지루한 일상을 탈피할 수 유일한 출구가 되어주기까지 한다.




가와카미 히로미의 어느 멋진 하루는 총 아홉 가지 단편의 이야기가 전개되어 진다. 누구나 거부하게 만드는 큰 덩치의 소유자 곰. 하지만 그의 친절함에 나쁘진 않은 멋진 하루를 선물을 우리는 선물 받는다. 줄기차게 배를 요구하는 배의 정령이 등장하는 상상의 세계 여름방학.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함을 느끼게 되는 가을들판의 작은 아버지. 우리 상상 속에 살아 숨 쉬는 갓파와의 이야기. 우렁각시를 생각하게 만드는 크리스마스. 존재감을 잃어버린 어른이 되어가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이야기하는 별빛은 옛날 빛. 그 외에도 봄이 된다, 안 놔줄 테야, 풀밭 위의식사 까지.




어느 멋진 하루는 머리로 생각하면 굉장히 지루하고 재미없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냥 마음으로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진정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미쳐버릴 것 같은 일상의 지루함에서 도망치는 유일한 길은 평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다. 상상력 그 이상의 세계. 그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나의 옆에 우리 옆에 있는 작은 것들이 변하여 우리의 상상의 힘이 되는 것이다.




어느 누구나 쉽게 읽고 넘길 수 있는 가와카미 히로미의 어느 멋진 하루. 푸른 하늘에 구름이 떠 있는 가을 하늘을 상상하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소풍을 떠나 볼까 한다. 삶이란 것은 그렇게 복잡하지도 힘들지도 않은 것이니까. 어느 멋진 하루에게서 작은 위로를 받고 들판에 누워 곰과 함께 물고기를 잡는 상상을 하여 본다. 곰을 닮은 곰신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나는 어느 멋진 하루를 선물 받은 셈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어느 멋진 하루를 선물하고 싶어졌다. 포근하고 따뜻한 하루가 어떤 것인지 비로소 알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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