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눈물은 힘이 세다
이철환 지음 / 해냄 / 2009년 8월
평점 :
눈물은 힘이 세다
가만히 눈물을 흘려 본적이 있는가?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눈물을 보고 더욱 서러움에 밀려와 눈물을 흘려 본적이 있는가? 조용한 눈물. 그것은 그리움에서 오는 것이다. 그리움은 간직하지 못한 추억에 대한 욕심이다. 잡고 싶었지만 가지고 싶었지만 결코 손안에 둘 수 없었던 많은 이야기들이 눈물로 변하여 흘러내리곤 한다. 그래서 그것에는 소리가 없다. 그것에는 정적만이 존재 할 뿐이다. 눈물은 그리움을 타고 흘러내리지만 이내 아픈 마음은 다시 현실로 돌아오곤 한다.
언젠가 부터 눈물이 말라 버렸다.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그리움을 던져 버린 지 오래이다. 점점 메말라 가는 가슴 한편에는 그리움이 아파하고 있었다. 애써 외면하며 넘겨버린 많은 추억이 들이 다시금 살아서 호흡하기 시작한다. 그의 소설을 읽고 부터, 그의 그리움을 느끼고 부터이다. 이철환 장편소설 눈물은 힘이 세다. 그렇다 그 책은 잃어 버렸던 그리움의 눈물을 다시 찾아 주게 하였다. 잔잔한 이야기 속에서 나의 이야기를 되찾게 되었다. 그리고 하염없이 지난날의 추억으로 빠져들게 하였다.
"어린 딸아이 손을 잡고 분식집으로 들어갔다. 음식을 먹는 내내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린 시절, 가족들과 함께한 밥상 앞에서 눈물 흘리셨던 아버지가 생각났다. 가난한 밥상에 둘러앉은 가난한 아내와 자식들 때문에 그 옛날 우리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셨다. 아버지가 흘리셨던 눈물을, 아버지가 되어 나는 알게 되었다."(P117)
아버지. 그리 유쾌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선물했던 아버지. 자신의 못난 모습 때문에 더욱 자신을 채찍질 하였던, 그리고 표현의 방법이 서툴렀던 아버지. 술을 드시고 오시는 날이면 모든 가족이 상처를 받아야 했던 시간들.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나를 사랑하여 주신 아버지. 어린 시절에는 그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아버지라는 자리에 서고 보니 그 시절 그 분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었다. 결국 나도 그분의 자식이라는 것을.
"유진아, 눈을 감으면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엄마 얼굴, 첫사랑, 어릴 적 동무들 얼굴, 바람 그리고 내 마음."(P19)
옆집 아저씨. 시력을 완전히 잃어버린 아저씨는 유진의 둘도 없는 친구이며 인생의 멘토이다. 유진이 힘들 때마다 어려울 때마다 인생의 등대가 되어주는 아저씨. 그의 존재로 말미암아 유진은 더욱 유진으로서의 가치를 찾아 가게 된다. 비록 앞을 볼 수는 없지만 그는 세상의 그 어떤 이들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고 가슴에 품으며 살아간다. 그리고 유진은 아저씨에게 위로를 받고는 한다. 세상 사람들이 다 멸시하고 천대하여도 그는 여전히 유진의 친구이다. 그는 진정한 시인이며 철학자이자 아픔을 담담히 이기며 살아가는 진정한 로맨티스트이다.
"아주 오래전에 나한테 로즈마리 좋아하냐고 물었던 적 있었지요? 로즈마리는 손끝으로 만지기만 해도 자신의 깊은 향기를 전해 주거든요. 그래서 로즈마리를 좋아해요. 로즈마리 꽃말이 뭔지 알아요? 나를 잊지 마세요"(P226)
유진의 첫사랑 라라. 평생 잊지 못할 아련한 추억. 어린 시절의 아픔과 후회. 그리고 기나긴 인생의 여정.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 법한 첫 짝사랑의 이야기. 용기가 없어서, 자신이 없어서 그냥 그렇게 보내야 했던 사랑. 꼬리표처럼 이리저리 따라 다니며 못내 마음을 괴롭히던 첫사랑의 고배. 그리고 그렇게 다시 만나게 된다면.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잊지 않는 것만으로도, 서로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행복한 우리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을까?
누구에게나 있는 지난 시간들의 기억들. 그 기억들은 가끔씩 우리의 눈물을 타고 흘러내린다. 소리 없는 눈물은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이 되어 준다. 이철환의 눈물은 힘이 세다. 나에게 위안과 추억을 안겨준 이 소설에게 감사함을 전해야 되겠다. 앞으로도 그의 잔잔한 감동의 씨앗이 이 한국 땅에 뿌려지기를 소망하여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