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선비들의 고단한 여정 - 딸과 함께 읽는 답사 여행기
이용재 지음 / 부키 / 2009년 8월
평점 :
선비들의 고단한 여정
선비의 사전적 의미 - 선비는 한국 사회에서 '어질고 지식이 있는 사람'을 뜻하는 말인 선비에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유교적 이념을 사회에 구현하는 인격체를 가리킨다.(위키 백과)
우리 조상들의 삶은 곧 선비라는 말로 통한다. 어질고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처럼 때로는 어짊에 평생을 투자하고, 확고한 신념에 때로는 목숨을 내 놓을 정도로 선비의 삶은 고단하기만 했던 것이다. 우리의 조상들의 삶은 과연 행복했을까? 끝없는 정쟁과 출세에 대한 압박감으로 좋은 세월을 억울하다면 억울하게 보내었을 선비들의 삶. 그 선비들의 삶에서 왜 지금의 우리의 삶과 유사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
선비들의 고단한 여정은 온갖 산전수전을 겪은 건축을 사랑하는 이용재의 딸과 함께한 답사 여행기이다. 답사 여행기이기는 하지만 좀 더 역사의 한편들을 해설한 책에 더 가깝다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꽤 괜찮은 집안 환경에서 자라온 저자가 명지대 건축과를 졸업하고 건축평론 잡지를 만들었다가 사업성 및 수요가 없어서 마감을 하고, 공사현장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쌓다가 그것도 그만 두고, 불혹의 나이에 택시 운전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하는 건축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후학들에게 전하고자 이렇게 쓰게 된 책이 바로 선비들의 고단한 여정이라고 한다.
신비들의 여정의 가장 큰 특징은 저자 특유의 말솜씨이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시원함을 느끼게 하는 저자의 반어적 말투. 그리고 이따금씩 등장하는 딸과의 대화는 강한 인상을 남기곤 한다. 또한 19명의 선비들의 인생을 재조명하고 그들이 살았던 그리고 그들이 겪었던 시대의 잔상물 즉 전통 건축물을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한다. 건축물은 사람의 생각과 의지가 담겨지고 남겨진 공간의 축적물이다. 그러한 건축물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그곳에서의 살았던 이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그러한 시각을 가지기에 조금 무리가 따르는데, 그러한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법은 이렇게 책을 읽는 것이다.
19명의 선비들의 고단한 삶을 통해 저자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부정부패와 물질만능 주의가 팽배한 요즘 우리는 여러 명의 선비들의 삶을 통해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좀 더 밝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겠는가 이다.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오로지 공부만 하라고 주문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저자처럼 인생의 선배로써 어떠한 삶이 의미가 있고 어떠한 삶이 진정한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삶인지 명쾌하게 대답해 주지 못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가 딸아이에게 원하는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성인으로 자라기를 고대하는 마음의 투영이 이 책을 통해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가장에 기억에 남는 부분은 조선 말기의 최초 천주교 신부 김대건 신부님과 동학의 창시자 전봉준편이다. 조선 말기에 천주교 박해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리고 서학의 영향과 한국가의 망조로 가는 길을 두고 볼 수 없어 일어났던 동학운동. 그 동학운동이 민란으로 번지자 청나라에 도움을 청한 고종황제. 그리고 톈진 조약으로 조선에 들어온 일본군사. 그리고 청일전쟁. 승리자 일본의 야욕들. 아마 그 어떤 한 순간의 일들이 조금만 바뀌었어도 우리는 다른 역사 속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고종황제가 동학운동을 막으려고 청나라에게 원군 요청만 하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것은 아빠는 많이 알아야 된다는 것이다. 한국 전통 건축물을 답사하러 가서 이것저것 물어 보는 딸아이에게 아무것도 이야기 해줄 수 없다면, 그것만큼 서글픈 일이 있을까? 재미있는 이야기 그리고 역사의 풀이와 건축적 의미를 이야기한 선비들의 고단한 여정. 선비와 같은 삶을 살고자 하는 많은 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