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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페로몬에 홀리다 - 길의 감식가 노동효의 샛길 예 찬
노동효 지음 / 나무발전소 / 2009년 6월
평점 :
로드 페로몬에 홀리다
이건 마치 대니 보일의 28일 후의 세계로 뚝 떨어진 기분이잖아? 여기 아무도 없어요? Hello, Is anybody there? (P067)
새로운 것 만 좋아하고 새로운 것 만 찾아다는 요즘 시대에 진정한 가치를 두어야 할 곳은 과연 어디일까?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추구하는 것도 틀리지만, 가끔은 아주 가끔은 옛것이 좋고, 다른 이들이 잘 찾지 않는 것이 좋을 때가 있다. 마치 옛 첫사랑을 기억하게 되듯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복잡하고 화려한 길이 아니라, 조용하고 자연에 가까운 샛길이 필요하다는 것은 우리는 가슴속으로 알고 있다.
로드 페로몬 (Road Pheromone - 은둔하는 절경의 겨드랑이, 샛길에서 새어나오는 체취) 의 저자 노동효. 이 책을 읽는 동안 그의 자유분방함과 방랑함이 내심 부러웠다. 손에 쥔 것이 많아 훌쩍 떠 날수도 없고, 벗어 날 수 없는 삶이 싫증은 나지만 두려움이 더욱 크기 때문에 쉽사리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매트릭스처럼 짜인 인생을 살아 가는 것이 옳은 것인지 궁금할 때도 많지만, 이렇게 자유 함이 넘치는 책들을 만날 때마다 내 속에 있는 그 무엇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르곤 한다.
대한민국에 이렇게 예쁜 샛길이 많았을까? 아마도 우리 주변에도 많이 존재하겠지만 우리는 그것을 볼 수 없다. 이내 우리 마음속에 새로운 것에 대한 욕망이 가득 차 버렸기 때문이다. 저자가 다녀온 7번국도 불영사 계곡을 지나는 길, 구룡포 대보를 가는 길도 자주 지나치는 길이지만 나는 왜 그런 아름다움을 볼 수 없었을까? 무엇이 낭만도 추억도 없는 삭막한 삶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놓았을까? 도시 속에서 시끄럽게 돌아다니는 자동차와 쉴틈없이 떠드는 휴대전화 소리. 이제는 정말이지 벗어나고 싶다.
어릴 적 시간들을 떠오르게 한다. 중3시절 찾았던 겨울 송정바다. 고3시절 죽마고우인 친구와 사 일간 떠났던 동해안 무전여행. 사춘기 때 접어들었던 로드 페로몬은 사라지고, 남들이 가고자 하는 길, 남들이 정석이라고 말하는 길을 쫒아 이렇게 한걸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나에게 옛적 소중한 추억을 다시금 찾게 해준 저자에게 감사한다. 아마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나면 잃어버린 옛적 친구와 그리움 가득한 어릴 적 고향의 샛길들이 생각나지 않을까 한다.
누구나 볼 수 있고, 누구나 지나칠 수 있지만, 그곳에서 다른 의미를 찾고, 그곳에서 또 다른 나를 찾는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방법에 대해, 이러한 행동에 대해 알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우리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무엇이 있을까?
당신의 심연 저 아래에서 막혀 있던 암반이 뚫리고 새로운 희망이 샘솟는다. 심연으로부터 당신의 심연으로, 그렇게 솟아난 희망이 흘러 강을 이루고 바다를 향해 가리라.(P169)
열심히 일 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문구가 있다. 지치고 고단한 삶에 작은 휴식을 찾고 싶다면 노동효의 로드 페로몬에 홀리다를 읽고 주왕산으로 떠나 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