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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스며드는 아침 - 제139회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양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6월
평점 :
시간이 스며드는 아침
아침이슬 - 양희은
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내 맘의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중학교 1학년 담임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셨던 아침이슬. 80년대에는 금지곡으로 묶이어 쉽사리 듣지도 부르지도 못했던 그 노래를 왜 담임선생님께서는 아무것도 몰랐던 우리에게 가르쳤을까? 세월이 지나 어느덧 어른이 되고 보니 그 시절 선생님께서 가지셨던 그 마음을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었다. 자유에 대한 갈망. 민주주의 실현에 대한 갈망의 씨앗을 우리에게 심고자 하셨던 것은 아닐까?
공산주의 국가 중국. 문호를 개방하고 경제를 열어 그 어느 강대국 보다 더욱 강대해 지고 있는 나라 중국. 하지만 그 자유에 대한 억압은 그 어느 나라 보다 심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적개심을 강하게 표현하는 그들의 진심은 무엇일까? 요즘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위구르 사태. 그리고 얼마 전 딜라이 라마까지 나섰던 티베트 사태.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소수 민족을 권리를 무시하고 억압하는 중국 정부. 그리고 민주주의 표방했던 수많은 이들을 죽음과 고통으로 내 몰았던 천안문 사태를 통해 우리 한국인들이 배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지은이 양이. 하얼빈대 교수였던 아버지가 문호 대혁명 시절 폭풍우에 휘말려 농촌으로 추방이 되고, 가난과 역경 속에 힘든 성장기를 보내었다는 저자. 그리고 일본으로 건너가 대학을 졸업한 후 자전적 소설 시간이 스며드는 시간으로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 하오위엔이 바로 저자 양이 같다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하게 되었다. 힘든 성장기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이 책은 그녀의 일생이며 그녀의 삶 자체이다.
시간이 스며드는 아침은 문화대혁명 시절 대학생이던 하오위엔과 즈챵의 삶을 그린 이야기 이다. 그들의 삶은 결코 화려하지도 시끄럽지도 않았던 인생이며, 스르르 스며드는 아침의 여백처럼 순수했던 그들의 청춘에 대한 회고이다. 우파로 낙인 된 아버지의 그리고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하오위엔과 즈챵, 그리고 그들이 겪었던 문화의 르네상스, 절망과 함께 시간의 너머로 넘겨야 했던 그들의 청춘. 부와 명예를 바란 것도 아니고, 출세한 삶을 바랬던 것도 아니다. 모두가 평등하고 모두가 평화롭게 사는 아요민주, 아요중국을 외쳤던 그 청년들을 대한 기억을 하오위엔과 즈챵을 통해서 우리는 느낄 수 있다.
세상에 순응하면서 살아 갈 것인가? 더러는 힘들고 낙오되는 삶을 살더라도 또 다른 세상의 실현을 위해서 살아갈 것인가? 한국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고민하고 겪었던 민주화의 고통. 그리고 결국에는 이룩한 참 된 민주주의 국가의 실현. 총칼 앞에 굴하지 않고 민주화의 깃발을 들었던 그들은 지금 우리에게 어떠한 존재로 남겨져 있는가? 밤이 지나고 아침이 또 다시 오듯이 그들이 암울한 밤은 지나고 밝고 밝은 아침은 시간을 넘어 우리에게 스며드는 것일까?
양이의 시간이 스며드는 아침은 조용하다. 마치 새벽이 조용이 우리에게 다가오듯이 말이다. 천안문 사태를 이렇게 고요하게 그릴 수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는다. 그 고요함이 오래오래 가슴에 남아 수많은 여운을 남기고 떠난다. 민주주의의 퇴보를 지켜보고 있는 현 시점에서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조용히 마음속에 자리 잡는다.
"고향이란 자신이 태어난 곳이야. 그리고 죽는 곳. 아빠와 엄마와 형제들이 있는 따뜻한 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