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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지 밴드 Crazy Band
라하 지음 / 어울림출판사 / 2009년 5월
평점 :
크레이지밴드
중고교 시절 딱히 기억할만한 추억이 없다면 참 슬플 것만 같다. 질풍노도의 시기이며 사춘기를 보내게 되는 그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혹독한 짝사랑도, 맞사랑도 해본 애증의 시간. 사랑의 목말라야 했고, 그리움에 목말라야 했던 그 시절. 그리 좋은 추억만도 아닌, 그리 나쁜 추억만도 아닌 그 시절을 우리는 어떻게 보내었을까? 우리는 한살 두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딱딱하게 굳어져만 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 누군가 우리에게 어째서 Crazy Band냐고 묻는다면, 우리 멤버들은 몇 번이든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외쳐줄것이다. "우린 미쳤으니까!"(P351)
아마도 일상에서 제일 도피하고 싶은 때가 고교 시절이 아니었나 하고 생각을 하여 본다. 숨 막힐 듯 몰아 부치는 시험과 공부. 좋은 대학에 가는 것만이 인생의 전공자 인것 처럼 판가름 하는 어른들의 따가운 시선. 친구라는 말조차 무색하게 할 만큼 무신경한 서로와의 관계들. 그때의 우리들이나 지금의 우리 아이들이나 다를 것이 무엇이 있을까? 우리도 그러 했듯이 지금의 아이들도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머리를 잠시 식혀줄 청춘 연애 음악 소설이 여기에 있다. Crazy Band라는 밴드 멤버들의 좌충우돌 고교생활 이야기이다. 고교생 누구나 한번쯤은 일탈의 소망을 가질 때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밴드라고 한다. 승리처럼 멋있게 드럼도 쳐 보고 싶고, 여학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현이 같은 친구의 모습도 되고 싶을 것이다. 무엇 보다 부잣집 딸 아현이와 같은 여자 친구를 사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싶은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조금은 현실과는 차이가 있는 청춘 소설 속에 인물들이 우리의 복잡한 머릿속을 시원하게만 해 줄 것 같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리더보컬 이요한, 세컨 보컬 백아현, 드럼 최승리, 키보드 이현이, 일렉기타 고효우, 베이스 김세오 이렇게 구성된 고교밴드로써 그들이 겪는 소박한 이야기와 과거 소매치기 경력이 있는 요한이와 대기업 회장님 딸 아현이의 풋풋한 첫사랑이 주를 이룬다. 전혀 다른 성격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여섯 아이들이 서로를 점점 의지하며, 서로를 알아가게 되는 이야기가 참신하다. 그리고 어렴풋한 요한이와 아현이의 사랑은 여학생이라면 한번쯤 동경 할 만한 소박한 사랑의 진행형이라 할 것이다.
"나는 너희가 날 안 믿어주는 게 더 짜증나. 나 안 그랬으니까. 다들 내 편 들어줄 때까지 아무 말 안 하려고 한건데. 그래서 억울해도 꾹 참고 입 다문 채 기다렸는데." 리더 요한이의 고백중 일부분이다. 아마도 서로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버린 이 시대의 모든 이들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가 아닐까? 그냥 한번은 아무 말 없이 상대를 믿어주는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지금의 우리들에게.
Crazy Band는 이 시대의 우리가 이야기 하지 않는 우리 내면의 외침일지도 모른다. 청춘 연애 소설답게 중고교 여학생들이 읽어보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음악이라는 장르가 섞인 만큼 좀 더 전문성 있는 음악 이야기가 나왔다면 더 넓은 층의 독자들을 매료 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긴다.